“얼룩말 세로 ‘삐져’ ‘반항’은 잘못… 동물 탓하지 마라”

입력
2023.03.28 11:40
“앞선 이상 행동과 탈출은 별개” 
“동물원이 울타리 방치해놓고…”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해 3시간 동안 도심을 활보하다 생포된 얼룩말 ‘세로’가 ‘삐졌다’거나 ‘반항 중’이라는 해석은 오류란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탈출의 책임을 말 못 하는 동물에게 떠넘기려는 의도에서 나온 잘못된 의인화의 전형이란 지적이다.

시민단체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 최태규 수의사는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동물이) 이상 행동을 하는 것과 탈출의 문제는 완전히 별개”라고 말했다. 세로의 탈출 원인을 부모 사망 뒤 ‘삐졌다’, ‘반항 중’으로 보는 것은 얼룩말을 인간으로 생각하는 관점이란 것이다.

세로의 탈출 원인은 서울어린이대공원이 얼룩말 사육장 울타리를 허술하게 관리해서일 뿐이고, 야생동물인 세로가 부서진 울타리를 넘어 행동반경을 넓힌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설명이다. 최 대표는 “(세로가) 탈출한 이유는 명확하게 울타리가 부서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도 문 열어놓으면 나가지 않나"라며 "스트레스가 심해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자유를 찾아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부모 사망으로 인한 스트레스, 반항에서 기인한 행동으로 보는 것은 동물을 인간처럼 바라보는 것이란 설명이다. 최 대표는 “이를 얼룩말의 스트레스나 복지 때문에 탈출을 했다고 보는 건 진단을 잘못했다고 본다”며 “울타리가 제대로 돼 있으면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그 안에서 잘못될 수는 있다 하더라도 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세로의 탈출 원인을 스트레스, 반항심에서 찾는 것은 동물원의 관리책임을 회피하려는 데 있는 것이란 지적이다. 최 대표는 “동물원에서는 그 동물의 신체 능력을 감안해서 어떤 행동을 하든지 탈출을 막아야 한다”며 “그럼에도 50년이나 된 동물원에서 얼룩말이 부술 정도의 울타리를 방치했다는 것이 비상식적으로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동물(세로)한테 ‘반항했다’, ‘(옆 울타리의 캥거루와) 싸웠다’, 심지어는 ‘삐졌다’, 이런 얘기들을 하는데 이게 잘못된 의인화의 전형적인 예”라며 “동물이 무서워서 일상적인 행동을 못 하는 상황을 ‘삐졌다’라고 표현을 하면 삐진 주체인 동물을 탓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는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어린이대공원 측이 암컷 얼룩말을 데려와 세로의 안정을 돕는다는 계획도 좋은 처방이 아니란 평가다. 최 대표는 “동물원이 종을 보유하는, 예컨대 얼룩말이라는 종을 보유한다면 그 종을 보유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스스로 갖고 있어야 될 것”이라며 “(서울어린이대공원이) 얼룩말을 꼭 보유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얼룩말이 많이 있고 훨씬 넓고 관리가 잘되는 곳으로 보내서 종을 줄이는 것이 당장은 필요한 것이다. (세로가) 나이를 더 먹기 전에 무리에 합사하는 것이 (세로에게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