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안 떼이고 전세사기 안 당하려면 이것만은 알자!"

입력
2023.05.14 07:00
15면
전세사기 예방법 A to Z
집값≤전세금 '동시진행' 주의
임대인, 중개업자 꼼꼼히 확인
입주 직후 '확정일자·전입신고'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대출로 전세 사는 사람들, 전세사기 걱정 안 되나요? 예방팁이 궁금해요."

직장인 홍모(27)씨는 요즘 전셋집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회사가 이전하면서 홍씨의 통근시간이 20분에서 1시간 30분으로 늘었거든요. 어쩔 수 없이 자취방을 구해야 하는데, 홍씨는 돈을 아끼려면 월세보다 전세가 낫다고 생각해요.

홍씨 발목을 잡는 건 '전세사기'예요.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려면 그간 모았던 돈에 더해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데, 요즘 전세사기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으니까요. 홍씨는 전세사기 피하는 법을 알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와 부동산 등 여기저기 발품, 손품을 아끼지 않고 있대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전세사기 유형과 예방법, 한 방에 정리해 볼게요.

'몰라서 당한다' 전세사기 유형은

먼저 집주인의 고의성 여부에 따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어요. ①집주인이 공인중개사 등과 함께 조직적으로 임차인을 속이거나 ②무리하게 갭투자(전세 끼고 매입)했다가 집값이 떨어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인 경우죠.

②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협력할 수 있지만 ①은 내가 사기를 당하는지도 모른 채 집주인이 어느 순간 잠적할 수 있어요. 그래서 어떤 사기 유형이 있는지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새로운미래를위한청년변호사모임(새변)과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 '임차in'을 운영하는 아이엔이 최근 6개월간 전세사기 상담 내역 100건을 분석해 봤습니다.

가장 많은 유형은 전세계약과 매매계약을 동시에 진행한 뒤 임대인이 바뀌는 '동시진행'(54%)이에요. 컨설팅업자가 전셋값을 매맷값 이상으로 받은 다음, 무자본 갭투자를 원한 '바지 집주인'에게 명의를 넘기고 사라지는 거죠. '신축 빌라 분양'만 따로 뺀 동시진행 유형도 25%로 2위를 차지했어요.

임대인이나 부동산 정보를 제대로 몰라 당한 경우도 많았어요. 임대인이 재산을 숨기고 개인회생 혹은 파산 신청을 한 경우가 10%, 임대인의 세금 체납 미고지가 2%, 신탁사 명의 부동산을 임대인이 신탁사 동의 없이 계약하는 신탁전세가 1%로 집계됐어요.

임대인이 임차인 몰래 집을 담보로 대출해 버리는 유형도 있어요. 임차인이 대항력을 얻기 전날 대출을 실행(3%)하거나, 임차인을 잠시 다른 집으로 전입신고하게 한 후 임대인이 대출받는 사례(2%), 위조되거나 허술한 '전입세대열람원'을 근거로 임대인이 대부업체에서 대출 후 잠적(2%)한 사례도 있었어요.

전세사기 유형은 이 외에도 다양합니다. 전세금이라는 큰돈을 임대인에게 맡겨두기 때문인데요.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장치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전세 매물 찾을 때부터 계약 후 입주까지, 임차인이 점검해야 할 확인사항들을 단계별로 알려 드릴게요.

STEP1. 시세 확인으로 '깡통전세' 솎아내기

첫 단계는 깡통전세 매물 피하기입니다. 먼저 해야 할 건 시세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에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실거래가 등기확인 사이트 디스코를 포함한 여러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입지, 준공연도, 면적 등 비슷한 조건의 집과 계약 매물 시세를 직접 찾아보는 자세가 필요해요. 그리고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의 70%를 넘지 않는 게 좋아요. 시장에서는 전세가율이 70%를 넘으면 주로 '깡통전세'로 간주하거든요.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여력이 없는 '무자본 갭투자자'일 수 있으니 꼭 확인하세요.

매물을 골랐다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이 되는지도 봐야 해요. 임대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줄 시 기관이 임차인에게 대신 돈을 돌려주고,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인데요. 이달부터 전세가율 90%가 넘는 집은 보험 가입이 안 된답니다. 가입 시 임대인이 상습적으로 돈을 안 돌려준 '나쁜 임대인'이거나, 건물이 불법 건축물이라면 가입이 거절되니 예방 차원에서라도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아요.

STEP2. 계약 시 '등기부등본, 집주인' 확인 또 확인

계약 전 등기부등본을 인터넷등기소에서 직접 떼어 보세요. 위조되지 않은 진짜 등기부등본으로 집에 대한 권리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갑구, 을구에 전세 들어오기 전 돈을 빌려준 '선순위 채권자'가 있는지 보세요. 만약 집이 경매에 넘어갈 때, 선순위 채권자가 있다면 임대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수 있어요. 선순위 채권자의 돈을 돌려주는 게 우선시되기 때문이에요.

등기부등본에 신탁등기가 표기돼 있는지도 봐야 해요. 집주인이 신탁회사에 대출을 받았을 수 있으니 신탁원부를 꼭 발급받아 신탁사 확인 후, 임대차 계약 동의를 받아내는 게 중요해요. 이 절차가 없다면 임대차보호법 대상에 들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다음이 계약 시 가장 중요한 임대인 확인 절차입니다. 임대인이 누구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해요. 임대인 신원이 확실치 않은지, 계약하러 온 사람이 등기상 임대인과 다른지 신분증, 인감증명서를 통해 확인해야 해요. 임대인이 전체 부동산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일부 지분만 갖고 있는지도 봐야 해요. 지분만 갖고 있다면 지분권자 모두와 계약해야 하거든요.

임대인이 신탁사나 법인인지 확인하는 건 필수예요. 새변은 "법인 임대인의 경우 법인이 파산, 청산 시 직원의 밀린 임금채권 등이 우선시돼 개인 임대인보다 돈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법인등기부등본과 자본금을 확인하고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이 되는지도 봐야 한다"고 조언했어요.

임대인의 체납 사실도 꼭 확인해야 합니다. 올해 3월부터 공인중개사를 통해 임대인이 동의할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의 국세, 지방세 체납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됐어요. 임대인의 경제적 능력을 알 수 있으니 꼭 확인하고, 이를 꺼리는 사람이 있다면 가급적 계약을 안 하는 게 좋아요.

임대인뿐 아니라 계약을 돕는 공인중개사가 진짜 중개사가 맞는지 의심해 봐야 합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정보마당에서 개업공인중개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요. 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원이라면 국가공간정보포털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수 있습니다. 혹 분양사무소 직원이 계약할 수 있으니 공인중개업소 내에 있는 자격증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약서에 특약을 넣으면 차후 법적 분쟁 시 유리할 수 있어요. '계약 후 잔금을 지급한 뒤 다음 날까지 근저당을 설정하지 않는다', '집주인 명의가 바뀔 때 임차인 동의를 받거나 그렇지 않을 시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돌려준다', '임대인이 계약 후 집을 담보로 대출받으면 계약을 취소한다' 등의 문구를 넣을 수 있습니다.

STEP3. 계약 후 '전입신고, 확정일자'는 필수

계약이 끝났다면 이사날, 집 비운 것을 확인 후 잔금을 치르는 게 좋아요. 내가 그곳에 들어가 살아야 전입신고가 가능하거든요.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를 해야 돈을 돌려받을 권리인 대항력이 생기고, 경매에 넘어갈 시 먼저 돈을 돌려받는 우선변제권을 갖게 돼요. 입주 후 14일 내로 해야 하니 가급적 빨리 받는 걸 추천해요. 이후 등기부등본을 다시 발급받아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필수입니다. 계약일 30일 내로 주택 전월세신고도 함께 진행하면 됩니다.

계약 체결 도중은 물론 계약이 체결된 이후, 재계약 직전에도 등기 내용이 바뀐 건 없는지 임대인이 바뀌었는지 등을 계속해서 확인해야 해요. 임대인과 연락을 지속하면서 임대인이 변경되거나 연락 두절이 되지 않는지 살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안심전세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어요. 시세 조회도 가능한 데다 원하면 법률 상담이나 보증보험 가입도 한 번에 할 수 있거든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마음으로 내가 살 집이 위험하진 않은지 꼭 확인하고, 안전하게 계약하길 바랍니다.

서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