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세상을 보는 균형

무단 월북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 중국으로 추방돼 미국에 인계

2023.09.27 21:00

지난 7월 무단 월북했다 북한에 억류돼 있던 주한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 이병이 27일 중국으로 추방됐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를 견학하던 중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간 지 71일 만이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화브리핑에서 킹 이병이 중국으로 간 뒤 미국 측에 인계됐다고 전했다. 과거 북한 관광 도중 역류됐던 미국인 메일 뉴먼씨와 무단 입북 혐의로 억류됐던 로버트 박도 북한의 추방 결정 직후 고려항공편으로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한 뒤 추방됐다. 이에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했다가 억류된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에 대한 조사가 끝났다"며 "공화국 법에 따라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공화국 해당 기관에서 조사한 데 의하면 트래비스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 불평등한 미국사회에 대한 환멸로부터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하였다고 자백했다"고 설명했다. 킹 이병 추방 결정을 두고 킹 이병의 외교적 활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북한 정권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자진 월북자라는 점에서 선전용이나 대미 협상 카드로 이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미간 협의의 결과인지 북한의 일방적 추방 결정인지는 양측 반응을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며 "만약 북한의 일방적 결정이라면 킹 이병이 더 이상 활용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킹 이병은 지난해 서울 마포구에서 경찰 순찰차 문을 걷어차 망가뜨린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뒤 벌금 미납으로 48일간 노역을 하고 올해 7월 풀려났다. 이후 미군의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로 송환될 예정이었지만,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 잠적한 뒤 JSA 견학 도중 월북했다.

"통합이냐, 가결파 색출이냐"… 기사회생한 이재명에 달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영장 기각으로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로 흔들렸던 리더십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당장 친이재명계와 강성 지지층에선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진 비이재명계 의원을 색출해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지만, 당대표로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계파를 초월한 단합이 절실한 만큼 징계 요구가 현실화할지는 다소 불투명하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27일 "국정감사를 제대로 하고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면서 국민에게 다가가는 방식으로 나갈 것"이라며 "당장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명계의 징계 주장에는 "좀 더 진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른 내홍을 당분간 확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영장 기각을 계기로 한숨을 돌린 민주당에서도 '원팀'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분명한 원칙과 기준 아래 반목과 분열에는 단호하되, 차이와 다양성은 존중하는 더 큰 민주당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제 다시 원팀이다. 단합된 힘으로 승리의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제가 먼저 희생하고 헌신하고 책임지는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가결파)에 대한 책임을 물을지라도 시기상 당장은 아니라는 관측이 많다. 한 친명계 중진 의원은 "(이 대표에게) 영장이 기각되면 가결파를 색출하기보다 이번에야말로 포용과 통합 쪽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영장 기각으로 당내 구심점을 확보하게 된 이 대표가 가결파에 대한 칼을 휘둘러서 '분열'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가결파 의원들은 참회하고 속죄해야 한다"며 "반드시 외상값은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여지를 두었다. 비명계는 다소 몸을 낮췄다.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도 완벽한 승자라고 볼 순 없다"면서도 "이제 한 고비를 넘어섰다. 더 큰 리더십으로 가기 위해선 국민 대다수인 중도층을 견인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응천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방탄에는 조금 몸이 가벼워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이 치러진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거의 그렇게 봐야 되는데,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법원 쪽에서 변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가 리더십을 재확인하는 무대는 다음 달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판세를 가늠할 수 있는 선거인 탓이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강서구의 특성상 민주당이 압승한다면 이 대표를 포함한 친명 지도부가 내년 총선까지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된다. 반면 민주당이 신승을 거두거나 패배할 경우, '이재명을 앞세워 내년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지도부 사퇴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강서구청장 보선은 정권 심판 선거인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라며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격려했다. 아울러 추석 연휴 첫날인 28일에도 조정식 사무총장 등으로부터 강서구청장 보선 현황을 보고받을 계획이다. 이 대표가 그만큼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에 의미를 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재명, 위기가 기회됐다…'사법 리스크' 털고 '친명 굳히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사회생했다. 법원이 27일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사법 리스크'를 떨쳐낼 기회를 잡았다. 21일 체포동의안 가결로 위기에 처했지만, 오히려 당내 '친명체제'를 굳히는 전화위복이 됐다. 반대로 '증거 인멸'을 주장하며 이 대표를 공박해 온 검찰은 궁지에 몰렸다. 이로써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이 대표와 새로 선출된 홍익표 원내대표 체제로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각종 재판이 아직 끝난 건 아니어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30명 안팎 의원들을 비롯해 당의 심각한 분열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가 과제로 남았다. 이번 영장 기각으로 '증거 인멸 우려'를 놓고 법원은 이 대표 손을 들었다. 이 대표 측이 주장해 온 방어권 보장에 힘을 실었다. 이 대표가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이 대표를 옭아매던 사법 리스크에서 당분간 벗어날 계기가 마련됐다. 민주당의 ‘검찰 독재’ 주장이 힘을 받고 그만큼 검찰의 수사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전례도 있다.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줄줄이' 놓인 재판은 적잖은 부담요인이다. 이미 선거법 재판이 진행 중이고, 내달 초에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관련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이번에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재판도 남아있다. 한 비이재명(비명)계 의원은 “선거법 재판만 해도 격주로 진행 중인데 다른 재판까지 더해지면 이 대표가 매주 2, 3차례는 법원에 출석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고비를 넘기면서 당내 리더십은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 통과 과정에서 원내와 당 지도부의 비명계가 모두 물러난 상태다.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을 향해 “내부 공격이 가장 큰 리스크"라며 "우리 안의 차이가 있다고 한들 상대와의 차이가 크겠느냐”며 수 차례 자제를 요청했지만 이미 당은 분열을 넘어 분당 상태로 치닫고 있다. 따라서 갈등 봉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홍 원내대표는 26일 당선 일성으로 “민주당이 하나의 팀이 돼서 이 대표와 함께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친이재명(친명)계는 완강하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해당행위에는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날선 반응을 보이고, 강성 지지자들도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징계하라”며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가 다시 살아난 만큼 이들의 입김은 훨씬 커질 전망이다. 수도권 출신 초선 의원은 “이제 이 대표가 비명계 의원들에게 빚이 없어진 상황”이라며 “강성 지지층이나 친명계 의원들의 강경 반응이 있어도 과거와는 달리 굳이 말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의 다양한 의견과 반대 목소리가 사라지고 친명 일색으로 바뀔 것이라는 의미다.

"윤 대통령 사과, 한동훈 파면 요구" 반격 나선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파면을 촉구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특히 정부 측의 야당 공격수를 자처해 온 한 장관에 대해선 향후 해임 건의나 탄핵까지 공세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열린 2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윤 대통령과 검찰 수사를 지휘한 한 장관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제 윤 대통령은 검찰에 의존한 정치무력화를 멈추고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는 태도로 정치를 복원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무리한 정치 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실무책임자인 한 장관의 파면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력성만 여실히 드러난 이번 기각 사태에 대해 결재하고 재가한 한동훈, 윤석열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며 "윤 대통령은 한 장관을 즉각 파면하고, 한 장관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책임지고 자진사퇴하길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막장인지 영장인지 모를 일에 한 장관만 망신"이라며 "부당한 수사에 대한 '조작 수사 특검'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윤 대통령 사과와 한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의원 전원 명의로 채택했다. 민주당은 일단 한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나 탄핵소추보다 낮은 수준의 대통령의 파면과 한 장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향후 정국 상황에 따라 공세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사사건건 한 장관과 대립각을 세웠던 민주당은 이번 영장 기각을 계기로 한 장관에 대한 반격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출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한 장관은 여기(영장 기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퇴하든, 윤 대통령이 해임시키든, 안 그러면 국회에서 탄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이 정치 복원이나 민생 챙기기보다 한 장관에 대한 공세에 몰두할 경우 역풍을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그동안 저희가 (국무총리나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나 탄핵소추를) 남발한 경향이 있어서 신선감이 없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한 장관에 대해서는 "(입법부를) 피의자 집단으로 본다고 말씀드렸었는데, 그 잘못된 시각을 반성하고 사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