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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밖 떠도는 우리별 1호 귀환작전 내년 시작… 우주쓰레기 처리기술, 누가 선점할까

2023.12.07 04:30

"목표물에 접근 중. 도킹 준비 완료." 2034년, 두 개의 위성이 나란히 지구 위를 가로지른다. 앞서 가는 위성은 2004년 이후 지구와 교신이 끊긴 '우리별 1호'. 임무와 수명을 다했지만 처리 방법이 없어 30년 동안 지구 주위를 떠돌고 있다. 그 뒤를 조금 큰 위성이 바짝 추격한다. 두 위성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비행 속도가 비슷해진다. 나란히 날아가며 자전축을 서로 맞추다 보면 상대 위성이 정지한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 온다. 그때가 기회다. 큰 위성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작은 위성의 방향을 정밀하게 계산한다. 계산에 오류가 나면 작은 위성과 다시 가까워질 때까지 3개월 가까이 하릴없이 궤도를 돌아야 하기에 신중하다. 계산 종료. 큰 위성 한쪽 면에 접혀 있던 로봇팔 네 개가 앞선 위성을 향해 뻗어 나간다. 그리곤 마치 사람이 손으로 달걀을 쥐듯 조심스럽게 앞선 위성을 감싼다. 이어 지구로 신호를 보낸다. '도킹 완료.' 큰 위성의 정체는, 우주물체를 포획해 지구로 가져오는 '수거 위성'이다. 11년 뒤를 상상한 이 시나리오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이 준비 중인 '우리별 1호 귀환 작전'의 핵심이 될 장면이다. 내년 본격 착수되는 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우리별 1호는 '우주쓰레기' 신세를 면하게 된다. 1992년 발사된, 우리나라 첫 인공위성인 만큼 회수의 의미는 작지 않다. 더불어 우주쓰레기 수거 기술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크다. 미래 우주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우주쓰레기 처리가 필수라는 점에서 이번 작전에 이목이 쏠린다. 카이스트 연구진이 구상하는 수거 위성은 수명 1년, 무게 300kg 이하의 소형이다. 6~10개월 정도는 수거 위성이 발사된 고도에서 목표물이 있는 고도까지 이동하는 데 소요된다. 우리별 1호를 비롯해 수명을 다한 위성들 대다수는 초속 7km 이상으로 지구를 돌고 있다. 날아가는 총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라 그냥 가면 접근조차 어렵다. 그래서 수거 위성은 근접센서와 추진계를 장착한다. 목표물 위성에 가까워질 때 근접센서로 회전 방향과 속도를 파악한 다음, 추진계로 방향을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최적의 자세를 잡고 도킹을 시도하는 것이다. 도킹에 성공하면 목표물을 붙잡아 함께 지구로 떨어진다. 대기권을 지나는 동안 마찰 때문에 발생하는 열로 두 위성은 소멸하게 된다. 작전을 지휘하는 강경인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큰 물체도 끌어안고 내려올 수 있게 수거 위성 자체가 하나의 로봇처럼 움직이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그물을 비롯해 추가적인 포획 장치를 위성에 싣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까지가 1단계 작전이다. 2027년쯤에는 우주에서 포획한 위성이 대기권에서 타지 않도록 특수 캡슐에 담아 떨어뜨리는 기술을 시험하는 2단계 작전에 돌입한다. 5,500도에 달하는 마찰열을 견딜 수 있도록 캡슐 표면에 열차폐막을 부착하는 게 핵심이다. 강 연구원은 "현재 열차폐막에 대한 기초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연구진은 2단계까지는 목표물을 우리별 1호로 특정하지 않고 위성 포획 기술 자체를 시험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가, 마지막 3단계 작전 때 비로소 우리별 1호에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별 1호의 무사귀환이 성공한다면 우주공간의 특정 물체를 수거해오는 국산 기술이 처음 실증되는 것이다. 우주개발이 가속화하면서 급증하고 있는 우주쓰레기는 미래 우주산업의 지속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발사체나 위성 등이 가동 중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우주쓰레기와 충돌이라도 한다면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세계 여러 나라가 자국 우주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우주쓰레기 처리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사실 고도 3만6,000㎞의 정지궤도 위성은 지금도 처리 방법이 있다. 임무를 다하면 마지막 힘을 쥐어짜 수백㎞ 위로 올라가게 하는 것이다. 인간 활동에 사용되지 않으면서, 우주물체가 안정적으로 움직여 충돌 가능성이 낮은 그 공간은 수명이 끝난 정지궤도 위성들이 모여 있어 '무덤 궤도'라고 불린다. 그런데 현재 지구를 도는 위성 9,000여 기 중 약 80%는 정지궤도보다 낮은 저궤도에 있다. 저궤도 위성을 무덤 궤도까지 올리려면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든다. 그냥 둬도 스스로 떨어지긴 하지만 수십~수백 년이 걸리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이 시급히 필요하다. 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연구실장은 "우리나라 아리랑 위성이 있는 500~600km 고도는 특히 밀집도가 높아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카이스트의 작전이 이미 발생한 우주쓰레기를 별도의 수거 위성을 보내 가져오는 방식이라면, 아예 쓰레기가 생기지 않게 하는 방식도 있다. 국내 민간기업들이 이런 기술을 연구 중이다. 카이로스페이스는 자체 개발한 지구 관측용 큐브위성을 지난 5월 국산 발사체 누리호에 실어 우주로 보냈는데, 이 위성은 임무 종료 후 스스로 궤도에서 벗어나도록 설계됐다. 궤도 이탈을 유도하는 장치는 '수소 봉투'다. 위성 끝에 작은 박스처럼 생긴 모듈을 달고, 이 모듈에 봉투와 수소발생장치를 내장했다. 위성의 전기신호가 끊기면 수소발생장치가 이를 감지하고 알루미늄과 수산화나트륨을 반응시켜 수소를 만들어내는 원리다. 그렇게 생성된 수소가 주입되면 봉투가 길이 1m, 너비 한 뼘 정도의 기다란 막대 모양으로 펼쳐진다. 풍선에 바람을 넣으면 펴지는 것처럼 말이다. 봉투는 폴리에스테르를 여러 장 겹친 마일라 소재로 만들어 무게를 줄이고 내구성은 높였다고 카이로스페이스는 설명했다. 수소 봉투가 펴진 채로 위성이 움직이면 우주공간을 떠도는 수많은 입자와 더 많이 부딪히게 돼 저항이 커지면서 속도가 줄어든다. 느려진 위성은 고도가 차츰 낮아져 25년 내에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소멸하게 된다. 카이로스페이스는 수소 봉투를 단 큐브위성의 위치를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가 제공하는 추적 데이터를 분석하며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봉투' 기술은 저항을 높여 고도를 낮춘다는 점에서 미국과 중국이 각각 2010년과 2022년 우주에서 실증한 '돛'과 유사하다. 위성 임무가 끝나면 내장된 돛이 펼쳐져 궤도 이탈을 유도하는 것이다. 봉투나 돛은 궤도 이탈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을 없애기 위해 우주로테크는 아예 궤도 이탈용 추진기를 개발 중이다. 납작한 금속판 형태로 만들어 위성 옆면에 부착하고, 우주에서 수명이 다하면 위성이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가스를 분사하는 것이다. 그러면 바로 속도가 줄고 고도가 낮아져 떨어지게 된다. 이성문 우주로테크 대표는 "단시간에 위성의 궤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우주쓰레기 증가 속도에 비하면 처리 기술은 진전이 더디다. 이에 미국은 수거 위성에 양전하를, 쓰레기 위성에 음전하를 띠게 하는 기술까지 고안했다. 전자기력을 보이지 않는 '밧줄' 삼아 쓰레기를 잡아당겨 먼 우주로 치우겠다는 의도다. 유럽과 일본도 질세라 전자기 밧줄 개발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 유럽 일부 등 우주쓰레기 처리 기술을 실제 우주에서 구현해 본 나라는 많지 않다. 후발주자인 한국에도 시장을 주도할 기회가 아직 열려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국내에선 기술이 있어도 우주에서 실증해 볼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 신경우 카이로스페이스 대표는 "계약하고 싶어 하는 고객사가 없다"며 답답해했다. 이성문 대표는 "고객사들도 위성을 폐기하는 게 옳다는 걸 알지만, 비용이 늘어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우주쓰레기 처리 기술이 세계적으로도 초기인 만큼 정부가 다양한 기술 개발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패의 두려움 없이 개발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국내 발사체를 이용한 실증 기회도 많이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페이스X가 크는 데도 미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했다"며 "공공 수요를 개발하고 기업이 기술력을 키울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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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치, 결국 한국 뜬다...내년 3월부터 국내 스트리머들 수익 못 낸다

아프리카TV와 함께 국내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사실상 양분하던 아마존 계열 플랫폼 트위치가 2024년 2월 말 한국에서 철수한다. 트위치가 '다른 나라보다 10배 비싼 망 사용료'를 그 이유로 들어 통신사와 콘텐츠 공급자 간 '망 사용료' 논쟁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아프리카TV와 유튜브,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는 네이버 등으로 인터넷 방송인들이 이적할 전망이다. 6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트위치는 이날 공지 사항과 댄 클랜시 최고경영자(CEO)의 실시간 소통 방송을 통해 내년 2월 27일 한국에서 사업 운영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에선 트위치 방송을 통한 수익 창출이 불가능해지며 한국 내 이용자들도 방송 유료 구독 등 상품을 살 수 없다. 트위치는 공지를 통해 "대부분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가 더 높은 네트워크 수수료로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철수 이유를 밝혔다. 클랜시 CEO는 "방송 화질을 480p(SD)로 낮추거나 해외 망을 통해 한국 시장에 서비스를 지속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그 역시 한국 이용자에 가짜 희망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트위치의 이번 철수 결정은 갑자기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서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위치는 지난해 10월 방송 화질을 1,080p(풀HD)에서 720p(HD)로 낮춘 데 이어 11월에는 과거 방송 재생(VOD) 및 클립 기능까지 제공을 중단했다. 트위치는 이런 조치들이 비용을 아껴서 한국에서 계속 운영하려는 노력이었다고 설명했다. 트위치의 한국 철수 선언은 인터넷방송 업계에 대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화질 저하나 VOD 기능 제한 등에도 움직이지 않았던 트위치 스트리머들이 이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IT업계에선 경쟁사인 아프리카TV와 라이브 방송을 제공하는 유튜브 등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본다. 네이버 또한 이달 중 새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공개하고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 새 서비스의 명칭은 '치지직(chzzk)'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아프리카TV의 주가는 전일 대비 29.91% 오른 상한가로 마감했다. 통신업계에선 트위치가 한국을 떠나면서 망 사용료가 비싸다고 언급한 데 대해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지난해 트위치의 화질 제한과 VOD 제공 중단은 넷플릭스 등 외국계 콘텐츠 제공자들의 여론전에서 통신사들을 수세에 몰리게 한 사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넷플릭스가 9월 SK브로드밴드와의 망 사용료를 둘러싼 소송전을 멈추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갈등이 첨예하진 않은 상황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업 간 망 이용료는 이용량이 늘어난다고 무조건 올라가는 게 아니다"라며 "네트워크 비용을 줄이기 위한 콘텐츠 제공사의 기여 등 여러 조건을 따져 산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트위치 주장대로라면 아프리카TV가 인터넷방송 사업을 지속하고 네이버가 새로 뛰어드는 것도 설명이 안 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클랜시 CEO는 이날 비슷한 취지의 질문을 받고 "다른 기업의 계약 내용은 알 수 없다"면서 "아프리카TV는 로컬 기업이니 다른 수익 창출 방안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에선 트위치의 경영 상황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잦아들면서 '비대면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IT 업계 전반에 걸쳐 비용 절감이 진행되는데 트위치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 이 회사는 3월 CEO를 바꾸고 400명 이상을 해고한 데 이어 11월엔 고위 임원 두 명이 물러났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트위치는 생방송 플랫폼이기 때문에 유튜브처럼 광고 수익을 쉽게 내기 어렵다"고 짚었다. 유튜브는 정해진 영상을 제공하는 VOD 방식이라 영상 앞뒤에 광고 표출이나 이를 우회하기 위한 '프리미엄' 구독 수익 등을 내기 쉽지만 생방송 중심인 트위치는 방송 도중 광고 표출을 두고 방송인과 시청자 모두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콘텐츠 제공사의 CEO가 공개적으로 한국의 망 사용료를 문제 삼은 만큼 콘텐츠사업자 진영의 반발이 거세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회에선 여전히 망 사용료 계약 등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다루고 있고 구글은 통신사에 대가를 따로 지불하지 않는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와 빅테크 간 망 이용대가 논쟁의 불씨는 유럽으로 옮겨붙었다"며 "국내에선 이번 결정의 영향을 받는 인플루언서나 시청자들이 통신사를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주일 만에 3만 대 팔렸다...'미운 오리' LPG 트럭, 다시 훨훨 날다

'소상공인의 발'로 여겨지는 1톤(t) 트럭 시장에서 디젤 시대가 저물고 터보 엔진을 단 '액화석유가스(LPG) 트럭' 시대가 열렸다. 정부가 바뀐 대기관리권역법에 따라 2024년부터 소형 택배화물차 등에서 경유차 신규 등록을 금지하면서다. 한때 찾는 이들이 없어 생산을 중단했지만 성능과 편의성을 강화한 LPG 트럭들이 새로 등장하면서 전기차 택시 확산으로 움츠려 들었던 LPG 시장도 덩달아 부활을 꿈꾸게 됐다. 6일 완성차와 LPG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발맞춰 현대차와 기아가 내놓은 1t급 신형 LPG 트럭들에 대한 소상공인 반응이 뜨겁다. 대한LPG협회에 따르면 LPG 2.5 터보 엔진을 넣은 1t 트럭 '2024 포터 2'와 기아 LPG '봉고3'는 지난달 말 출시 이후 1주일 만에 각각 2만5,180대, 5,517대가 팔렸다. 그야말로 '화려한 부활'이다. 현대차가 2003년 수요 부진을 이유로 LPG 포터 단종 결단을 내리는 등 그동안 LPG 트럭에 대한 반응은 시들했지만, 재탄생 모델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엔 확실히 다르다"며 자신감을 드러낸다. 20년 전과 달리 ①대기 질 개선에 대한 운전자들의 공감대가 높은 데다 ②새 트럭의 연비가 크게 좋아졌고 ③차량 내부에 첨단 기능들을 대거 담아 운전이 훨씬 편리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기존 1t LPG 트럭의 연료 탱크는 전체 용량의 85%인 약 71L를 충전할 수 있어 1회 완충 시 약 462㎞만 달릴 수 있었지만 새로운 봉고와 포터에는 94L 용량의 탱크가 장착된 데다 연비도 개선(L당 6.5㎞→7㎞)돼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는 약 525㎞까지 늘어났다. 무엇보다 3~5분의 충전 시간이면 완충에 다다를 수 있어 급속 충전으로도 최대 1시간 가까이 걸리던 전기 트럭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도 부활 비결로 꼽힌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기존 1톤 트럭에 흔히 쓰이지 않았던 스마트키, 스마트 내비게이션, 크루즈컨트롤, 통풍시트 등 운전자 편의 사양이나 차로 이탈 방지장치, 전방 충돌 방지장치, 자동기어 잠금장치 등 안전 사양들에 대한 반응도 좋다"고 했다. 이와 함께 운행하던 디젤차를 폐차하고 LPG 트럭을 사면 최대 900만 원(신차 구입 보조금 100만 원,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금 최대 800만 원)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도 LPG 트럭 전환에 힘을 보탠다. LPG 트럭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전기차 확산으로 고전했던 차량용 LPG 공급 사업자들도 시장이 되살아날 것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다. 한국LPG산업협회에 따르면 2010년 245만 대 수준이던 LPG차량 수는 2020년 200만 대를 밑돌았고 전국 LPG 충전소 평균 판매량도 2010년 2,430t에서 2020년 1,370t으로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LPG 충전소들은 수익의 40%를 책임지던 택시 회사들이 정부 정책에 따라 전기차 비중을 늘린 데다 LPG 승용차 생산도 꾸준히 감소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LPG 트럭이 인기를 끌면서 LPG충전소 역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짝퉁 알지만 싸니까" 고물가가 부른 중국 쇼핑 앱 공습

회사원 성모(49)씨는 최근 중국 쇼핑 앱에서 초저가 상품을 검색하는 데 푹 빠졌다. 테무(TEMU) 앱을 내려받은 뒤로 수없이 메시지가 날아온다. ‘당첨되셨습니다 3만 원 할인 혜택, 무료 배송 남은 시간 6시간, 지금 쇼핑하면 90% 세일, 대박! 이건 꼭 확인하세요’ 등 휴대폰을 안 누를 수 없는 유혹이 이어진다. 처음엔 성씨도 중국에 대한 부정적 선입관이 강해 주저했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국내에선 상상도 힘든 초저가 제품이 즐비하고 종류도 다양했다. 결제는 카카오페이와 연동되고 90일까진 반품도 무료니 안 살 이유가 없었다. 성씨는 “운동화 한 켤레만 사도 10만 원을 훌쩍 넘는 세상인데 테무에선 1만 원대 제품도 쓸 만한 게 많다”며 “배송이 일주일 이상 걸리는 게 흠이지만 주머니 사정과 가성비를 생각하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생활 물가가 치솟고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합리적 소비가 늘면서 초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의 한국 시장 공략이 거세지고 있다. 테무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쉬인(Shein) 등 중국 쇼핑 앱과 해외 직구 플랫폼은 생산업자와 해외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유통 혁신과 가격 경쟁력으로 미국 등 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할 태세다. 지난 2월 미국프로축구(NFL) 결승전 슈퍼볼 TV 방송엔 당시까지 생소했던 한 쇼핑 앱 광고가 등장했다. 원피스 한 벌이 단 9.99달러(약 1만3,000원)에 불과하니 걱정 말고 마음껏 사라는 메시지는 고물가에 허덕이던 미국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기로 유명한 슈퍼볼 광고 30초에 최소 80억 원을 쓴 광고주가 다름 아닌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PDD)의 쇼핑 앱 테무다. 이후 테무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내려받은 쇼핑 앱이 됐다. 구글플레이에선 다운로드 수가 1억 회도 돌파했다. 초저가 전략이 위력을 발휘하며 미국뿐 아니라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스페인 네덜란드 스위스 등에서도 1위 앱에 등극했다. 모두 물가 상승률이 높은 나라다. 핀둬둬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인 688억 위안(약 12조6,000억 원), 순이익은 155억 위안(약 2조8,000억 원)을 달성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시장조사회사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7월까지 1만 명도 안 됐던 테무 앱의 월간활성자수(MAU)는 10월엔 183만 명까지 증가했다. 한 달에 60만 명씩 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중국 직구 앱의 공습은 알리바바그룹이 내놓은 알리익스프레스가 시작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배우 마동석이 등장하는 광고는 ‘틀면 나오는’식으로 쏟아지고 있다. 첫 구매자에겐 90% 이상 할인해주는 ‘웰컴혜택’과 배송 기간을 3일까지 줄이고 ‘정시배송 보장’을 강조한 뒤 지키지 못할 땐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마케팅도 이용자를 늘렸다. 주문량이 늘며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배송을 전담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의 주가가 뛸 정도다. 이처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급성장하면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판도도 재편되고 있다. 10월 기준 쇼핑 앱 이용자 수는 쿠팡(2,846만 명) 11번가(816만 명) 알리익스프레스(613만 명) G마켓(582만 명) 테무(266만 명) 순을 기록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1년 새 이용자 수가 배로 늘어 G마켓을 추월했다. 테무까지 합치면 중국 앱 이용자 수는 11번가도 앞지른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 이어 중국의 또 다른 해외 직구 플랫폼인 쉬인도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쉬인은 지난해 아마존을 제치고 글로벌 다운로드 1억7,000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킨 의류 쇼핑 앱이다. 지난해 매출 160억 달러(약 21조 원)를 기록했고, 기업 가치는 1,000억 달러(약 130조 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국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쇼핑 앱 인기의 배경으론 우선 초저가 제품을 찾게 만든 고물가 상황을 꼽을 수 있다. 치솟는 물가에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실질 소득은 줄고 이자 부담도 커진 소비자는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품질과 디자인도 쓸 만해진 중국 상품은 구세주나 마찬가지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공급업자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며 “경제적 여유가 없을 때 싸고 괜찮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소비자들 입장에선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그동안 중국산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 수준이 크게 향상됐고 제품군도 다양해진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전엔 싸구려나 짝퉁(가품)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 정도면 쓸 만하다’는 리뷰가 늘고 있다. 아무리 저렴해도 도저히 쓸 수 없는 제품은 살 수 없다. 그러나 국내에선 100만 원 가까이 줘야 하는 로봇 청소기를 중국 쇼핑 앱에선 10만 원대에 구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디자인은 한국에서 사간 뒤 생산만 중국에서 해 저렴한 가격에 파는 경우도 많다”며 “광저우를 중심으로 한 중국 제조 생태계의 경쟁력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마약 빼곤 다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품군이 다양하고 선택의 폭도 넓다. 셋째, 해외 직구 플랫폼이 기존 유통 단계를 줄여 소비자 혜택을 키운 점도 있다. 이전에는 중국 도매시장에서 제품을 사입한 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을 통해 파는 구매대행이 많았다. 그러나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이런 중간 유통단계를 빼고 중국 내 생산자와 해외 소비자를 직접 연결한다. 사실 국내 쇼핑 앱에서 팔리는 제품의 상당수는 이미 중국산이다. 더구나 중국 쇼핑 앱은 해외 직구 형식이라 관세도 안 낸다. 그만큼 가격은 더 쌀 수밖에 없다. 고물가에 가성비 제품을 찾는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나무랄 순 없다. 그러나 우려도 적잖다. 이미 해외직구 무역적자가 가시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해외직구는 2020년만 해도 1조9,000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3조4,000억 원 적자에 이어 올해는 적자 폭이 5조 원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2019년 50%에 육박했던 미국 직구 비중이 올해 30%선 아래로 급감한 반면 같은 기간 중국 직구는 20% 아래에서 50%선까지 급증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추세가 더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내년엔 한국 물류센터까지 가동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회사 측은 짝퉁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하고 100% 환불 등 소비자 보호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쿠팡(24.5%)이 가장 높았고, 네이버쇼핑(23.3%) 신세계그룹의 쓱닷컴·G마켓·옥션(10.1%) 11번가(7.0%) 순이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공습으로 우리나라 온라인 시장의 재편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경우 자연스레 유통업뿐 아니라 제조업까지도 타격을 받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본 전자상거래 시장 정상인 아마존재팬이 비즈니스는 일본에서 하지만 핵심은 미국에 두는 것처럼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도 같은 방식을 취할 것”이라며 “이 경우 중국 기업이 초저가로 한국 온라인 시장을 장악한 뒤 결국 우리나라 중소 제조업 생태계까지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여전히 짝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최소한의 안전 인증조차 받지 않은 중국산 제품이 무방비로 수입되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최소한 우리 업체들이 지식재산권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단속을 해야 한다는 요구다. 실제로 올 들어 중국 직구가 급증하고 통관 시간까지 지연되자 관세청은 근무제를 바꿔 24시간 비상 체제를 가동한 상태다. 조한진 관세청 대변인은 “지식재산권 침해 수입품의 99%가 중국산”이라며 “엑스레이 전수조사와 품목별 세관별 집중 조사를 통해 짝퉁을 적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 직구가 관세를 피하기 위한 우회로로 이용되고 있는 만큼 규제 필요성도 제기한다. 800달러(약 100만 원) 이하의 수입품은 무관세인 미국에서도 중국산은 이런 기준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는 개인이 150달러(미국발 물품은 200달러) 이하 물품을 해외 직구로 수입하는 경우엔 신고를 생략할 수 있고 관세와 부가세도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때 발급되는 개인통관고유번호는 이미 2,500만 건도 돌파했다. 그러나 큰 흐름을 바꾸긴 쉽지 않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국내 쇼핑 앱이나 온라인 시장에서 파는 제품도 생산지가 중국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 앱에서 직접 구입하면 더 싼데 중간 유통 단계가 들어가 가격만 비싼 곳에서 사라고 강제할 순 없다. 결국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과 충돌하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중국 쇼핑 앱이 선풍적 인기를 끄는 이유는 사실 미국도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미국 아마존에서 팔리는 상품의 70%가 이미 중국산이어서 이를 모두 막는다면 아마존까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메이드인차이나'가 없으면 미국 서민들이 힘들어진다는 점을 미 정치권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중국 쇼핑 앱의 공습은 온라인 시장의 성장과 함께 더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며 “우리 업체들도 디자인은 국내에서 하더라도 생산은 동남아에 맡기는 식의 기획과 혁신을 통해 중국산에 맞설 수 있는 근원적인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허경옥 교수도 “공급업자들이 원료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데만 열중할 게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비장한 각오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은 올해 5,339조 원에서 2026년 7,661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