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세상을 보는 균형

구글, 역대로 가장 강력한 AI 공개… 물리문제 풀이 보여주자 "여기가 틀렸군요"

2023.12.07 04:30

2016년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바둑 기사를 꺾은 것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알파고는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계산해 이기는 수를 정확히 찾아냈다. 알파고는 그러나 당시 할 줄 아는 게 바둑뿐이었다. 알파고가 7년 만에 급성장해 돌아왔다.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은 물론이고 복잡한 물리학 문제를 이해하고 정교하게 추론하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인간의 능력에 한층 가까워진 것이다. 구글이 6일(현지시간) 오픈AI의 'GPT-4'에 대적할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Gemini)를 공개했다. LLM은 다양한 AI 제품의 기반이 되는 것으로, 자동차로 치면 엔진에 해당한다. 처음부터 '멀티모달(시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것) AI'로 제작된 제미나이는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을 주도했다. 제미나이는 세 가지 크기로 출시되는데, 가장 무겁고 강력한 '제미나이 울트라'는 "LLM 연구·개발에 널리 사용되는 학술 벤치마크(상대적인 비교를 위한 기준) 32개 중 30개에서 최신 기술의 결과를 능가한다"고 구글은 설명했다. 지금까지 나온 LLM 중 가장 강력한 모델이란 것이다. 구글이 공개한 각종 시험 결과를 보면 제미나이의 압도적 성능이 분명하게 확인된다. 구글은 수학, 미국 역사, 법률 등 주제 57개에 대한 지식 정확도를 측정하는 MMLU에서 제미나이 울트라가 90%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MMLU AI의 전반적 성능을 보여주는 대표적 벤치마크다. 지금까지 최고로 평가받은 GPT-4는 86.4%였다. 구글은 제미나이가 "선천적 멀티모달"이라고 했다. GPT-4를 비롯한 LLM들이 글자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먼저 익힌 다음 이미지를 인식하고 음성도 이해할 수 있도록 능력을 더해가는 것과 달리 처음부터 텍스트·이미지·오디오 등 다양한 데이터로 훈련했다는 의미다. 이는 제미나이가 상대가 두는 수를 보고 이해해야 다음 수를 둘 수 있는 알파고의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제미나이는 특히 방대한 양의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학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일 구글이 일부 언론을 대상으로 미리 공개한 시연 영상에서 제미나이는 물리학 문제를 단 몇 초 만에 풀었다. 경사로에 서 있는 고양이 그림을 보고 속도를 계산하는 문제를 손글씨로 푼 다음 이를 촬영해 제미나이에 입력시키자, 제미나이는 우선 정답인지 아닌지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오답인 경우엔 풀이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짚으면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했다. 구글은 제미나이 3종 중 중간 크기인 '제미나이 프로'를 이날 즉시 '바드'에도 적용했다. 바드는 챗GPT의 대항마 격인 AI 챗봇으로, 누구나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제미나이와 결합된 바드는 영어부터 먼저 지원되며 가까운 시일 내에 다른 언어로도 확대될 것이라고 구글은 밝혔다. 구글은 또 최신형 스마트폰 '픽셀8 프로'에서도 제미나이를 지원한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아도 내장된 녹음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회의 내용을 요약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구글이 지난달로 목표했던 제미나이 출시를 내년 초로 미뤘다는 소문이 돌았다. 영어 이외 언어에서 상당한 오류가 발견된 것이 연기 이유로 알려졌다. 이날 구글의 발표는 오픈AI와 경쟁할 LLM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안팎의 우려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글은 제미나이 3종 중 GPT-4를 능가하는 성능의 울트라는 아직 개선 작업 중이며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다. 제미나이는 구글의 자존심이 걸린 야심작이다. 올해 3월 오픈AI의 GPT-4가 공개된 후 AI 전문가 수천 명이 "GPT-4보다 강력한 AI 시스템 훈련을 최소 6개월 중단하자"는 서한을 냈지만, 제미나이의 출현을 막지는 못했다. 지난해 11월 챗GPT 출시 후 오픈AI보다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내놓는 건 사실상 처음으로, 업계에선 이제부터가 AI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진짜경쟁의 시작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구글은 제미나이를 검색, 크롬(웹 브라우저) 등에도 순차 적용할 예정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AI의 전환은 모바일보다도 훨씬 더 큰, 우리 생애 가장 심오한 전환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규모로 창의성과 생산성을 촉진하고, 혁신과 경제 발전의 새로운 물결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비트코인 랠리의 일등공신은 '권도형의 나라' 한국 투자자들"

한국 투자자들이 올해만 3배 가까이 뛴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상승장의 '일등공신'이란 외신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코인 폭락장에 기름을 부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나라인 한국이 공교롭게도 최근 코인 랠리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 업체 씨씨데이터(CCData) 자료를 인용, 지난달 비트코인을 거래한 법정 화폐에서 원화가 처음으로 달러를 추월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업체는 2021년부터 관련 데이터를 모았는데, 원화 비중이 달러를 넘어선 건 약 2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거래된 비트코인의 법정 화폐 중 원화 비중은 42.8%였다. 9월부터 현재까지 원화의 시장 점유율은 약 41%로 약 17% 증가한 반면, 달러 점유율은 약 40%로 같은 기간 11% 감소했다. 가상화폐 시장에 원화의 영향력이 확대된 것은 물론 한국 투자자들이 최근 가파른 상승장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지난해 코인 시장이 폭락하면서 고점에 발목을 잡혔던 한국 투자자들도 수익률에 큰 타격을 입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덮은 고금리와 맞물려 권 대표가 개발한 코인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은 줄줄이 무너졌다. 블룸버그는 "한국은 권도형이 나고 자란 나라"라고 소개하며 "지난해 5월 테라가 붕괴하면서 한국 가상화폐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고 전했다. 다만 "가상화폐 관련 기업들은 미국에서 규제 강화 움직임이 커지면서 한국을 큰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최근 비트코인은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며 4만5,000달러(약 5,903만 원) 선을 넘보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6일 오전 11시 30분(한국시간 기준) 비트코인은 4만3,700달러에 거래가 이뤄졌다. 올해 초 1만6,000달러 선에서 약 3배 가까이 몸집을 키운 결과다. 비트코인이 4만5,000달러에 오를 경우 2022년 4월 이후 약 1년 반 만의 기록이다. 업비트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도 비트코인은 한 달 새 30%가량 뛰며 6,000만 원을 찍었다. 인플레이션이 누그러지면서 미국이 주도해 온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날 것이란 전망이 비트코인 가격을 밀어 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 임박했다는 기대감도 반영됐다. 현재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10여 곳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현물 비트코인 ETF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마스의 강간은 전쟁 도구였다"...뒤늦게 쏟아진 참혹한 증거들

여성의 몸이 또다시 전쟁터가 됐다.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할 당시 하마스가 성폭력을 조직적으로 저질렀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왔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이 보도한 하마스의 성범죄 만행을 보면, 의도된 전쟁범죄였다. '전쟁 무기'로 사용되는 전시 성폭력이 반복된 것이다. 이스라엘 경찰이 BBC에 공개한 영상에서 한 생존자는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집단 농장)의 음악 축제 현장에서 벌어졌던 집단 강간과 살인의 참상을 전했다. '증인 에스(S)'로 알려진 그는 "하마스 대원들이 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했고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절단한 후 강간하는 동안 여성의 머리에 총을 쐈다"고 했다. BBC는 이스라엘 경찰이 하마스의 성범죄 관련 목격자와 의료진 증언 1,500여 건을 수집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부 증언은 신뢰성을 의심받기도 했지만, 성범죄가 자행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마스는 성범죄 등 잔혹 행위는 하마스 공격 이후 침입한 다른 무장 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축제 현장에 있었다는 한 남성은 성명을 통해 "일부 여성은 죽기 전에 강간당했고, 일부는 부상을 입은 채 강간당했으며, 일부는 이미 숨진 상태에서 강간당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증언은 현장에서 수백 구의 시신을 수습한 자원봉사자들과 이스라엘군 슈라 기지에서 시신 신원 확인에 나섰던 검시관들로부터 나왔다. 이들은 시신 수십 구에서 부러진 골반, 타박상, 자상, 찢긴 상처 등 명백한 성폭력 물증을 확인했다. 이스라엘 예비군 법의학팀 소속으로 검시 작업에 참여한 마얀 대위는 "시신에 남은 멍과 상처를 살핀 결과 그들이 성적 학대를 당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모든 연령대의 여성과 소녀들의 시신에서 볼 수 있었다"고 BBC에 말했다. 하마스의 기습공격 현장에서는 하의가 벗겨지거나 속옷이 찢어지고 성기와 다리에 외상 흔적이 남은 여성들의 처참한 모습이 목격됐다. 기습 당일 하마스가 촬영한 영상에도 바지에 커다란 핏자국이 묻어 있거나 옷이 반쯤 벗겨진 채 인질로 끌려가는 여성들이 나온다. 이는 여성들이 하마스 대원들의 의도된 표적이었음을 가리킨다고 BBC는 짚었다. 정확한 피해자 규모는 추정하기도 어렵다. 시신이 수습되기 전에 심하게 훼손되거나 불태워지면서 법의학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극소수의 생존자 역시 정신적 충격으로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상태이며, 일부는 자살했다. 성범죄 증언을 수집 중인 엘카이람 레비 박사는 "하마스의 성범죄에는 확실한 패턴이 있다"며 "우연도, 무작위도 아닌 명확한 명령을 받고 자행된 집단학살로서의 강간이었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도 뒤늦게 하마스의 성범죄 의혹을 규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일 "우리 모두가 강력하게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의 성폭력을 규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미국 뉴욕 유엔 회의에서 셰릴 샌드버그 전 메타 최고운영책임자(OCC)는 "침묵은 공모와 같다"며 유엔 조사를 촉구했다. 유엔 조사위원회는 하마스의 성범죄를 포함한 전쟁범죄를 조사 중이다.

기후 티핑포인트 현실 됐다... 산호초·영구동토층 붕괴 위기

“기후 티핑포인트는 흔히 ‘영향력은 높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사건’으로 여겨졌지만, 이미 일부는 ‘영향력은 물론 가능성까지 높은 사건’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티모시 렌턴 영국 엑서터대 지구시스템연구소 교수) 꺾일 줄 모르는 지구온난화로 지구생태계의 주요 영역이 붕괴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됐다. 엑서터대 지구시스템연구소는 6일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진행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글로벌 티핑포인트 2023’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구생태계의 티핑포인트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보고서다. 티핑포인트는 임계점 또는 변곡점으로 번역된다. 지구온난화로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지점을 말한다. 문제는 특정 생태계가 임계점을 넘어 붕괴되기 시작하면 기후 선순환이 깨져 기후변화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단 하나의 지점이라도 티핑포인트를 넘겨선 안 된다는 얘기다. 전망은 밝지 않다. 연구진은 지구상의 25개 주요 생태 지점에 대한 티핑포인트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1.2도 정도인 현재 이미 5개 지점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산호초 △그린란드 빙하 △서남극 빙하 △영구동토층 △아한대환류 등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 수온상승과 오염 그리고 해양 산성화가 반복되면서 이미 약 1,000㎞를 넘는 산호초 군락이 백화현상을 겪었다. 백화현상은 산호가 급격히 죽어갈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바다사막화라고도 부른다. 지구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할 경우 지구상 산호초는 70~90%가 사라질 전망이다. 문제는 광합성을 통해 해양에 산소를 공급하던 산호초가 사라지면서 수온상승 등 지구온난화를 가속한다는 것이다. 빙하와 영구동토층의 티핑포인트도 기후변화를 부추기긴 마찬가지다. 연구진은 그린란드·서남극 빙하 등 육상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고 봤는데, 이로 인해 이번 세기말 평균 해수면은 10m가 상승할 것으로 봤다. 다른 빙하까지 합하면 상승 잠재력은 50m가 넘는다. 이는 기후시스템 균형을 깨뜨려 급격한 강수량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러시아, 캐나다 등에 있는 영구동토층의 티핑포인트 붕괴도 큰 위협이다. 지난 40년간 영구동토층 인근 기온은 다른 곳보다 3~4배 빠르게 상승했는데, 이로 인해 동토에 저장됐던 메탄이나 이산화탄소가 다량 분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지점이 무너지면 그 영향이 아마존 산림이나 열대우림 등으로 순식간에 번질 거라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기자회견을 통해 “화석연료 퇴출, 재생에너지 확대 및 전기차 보급 등 기후대응에 긍정적인 티핑포인트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며 기후총회 참석 국가들의 적극적인 거버넌스를 거듭 강조했다. ‘지구 위험 한계선’ 개념을 처음 제시한 요한 록스트림 스톡홀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1.5도 상승을 뛰어넘는 ‘오버슈트’는 불가피하지만 이를 최소한의 수준이 되도록 대응해 단 한 시스템이라도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