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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공산성 '기후변화 저승사자' 쇼크… 정부 대응은 하세월

기후위기가 위협하는 게 대파와 사과 가격, 기록적 폭염 같은 현대인의 일상뿐일까. 수천 년 역사를 품은 국가유산들도 기후위기가 촉발한 생태계 변화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북 경주 석굴암(왼쪽 사진)은 2년째 이어지고 있는 토함산 산사태로 훼손 위기에 처했고, 전국의 목조문화유산은 수명이 늘어난 흰개미(가운데 사진)의 공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충남 공주 공산성은 국지성 집중호우로 인해 2020년 이래 거의 매해 붕괴되고 있다. 연합뉴스·뉴시스·뉴스1

여론 속의 여론

"기후변화가 나에게 주는 영향 심각" 74%···2019년 비해 8%p 낮아져 [여론 속 여론]

기후변화 위기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가 직면한 현재 및 단기와 장기 위험(WEF: World Economic Forum) 요인을 담은 '글로벌 리스크2024'에서도 현재와 향후 10년 내 직면할 글로벌 위기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기상이변’이 언급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지난 4월 18일부터 2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파악해 보았다. 일부 결과는 5년 전인 2019년 3월 조사 결과와 비교해, 인식의 변화도 확인했다. 일상생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체감하는 사람은 전체의 87%다. 특히 5명 중 1명(21%)은 ‘매우 체감한다’고 답해 기후변화 영향을 직접적으로 맞닥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으나, 2019년과 비교하면 영향을 체감한다는 응답은 6%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매우 체감한다’는 사람은 2019년 대비 17%포인트가 낮아졌다. 기후변화 체감에 대한 인식 강도가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가 본인의 일상생활, 사회경제활동, 재산 및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답한 사람은 74%다. 4명 중 3명이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으나 이 결과 또한 2019년과 비교하면 8%포인트가 낮아진 것이다. 특히 ‘매우 심각하다’는 인식이 2019년 22%에서 올해 14%로 8%포인트가 낮아진 점은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기후변화 체감뿐만 아니라 심각성에 대한 인식 역시 강도가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 피해가 반드시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 ‘전 세계에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보다 낮았다. 우리나라를 기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으로 보는 인식이 확인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뭄이나 홍수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49%인 반면, 우리나라에서 심각해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40%로 9%포인트 낮다. 폭염이나 혹한 피해 또한 전 세계에서 심각해질 것이라는 인식(55%)보다 우리나라에서 심각해질 것이라는 인식(50%)이 5%포인트 낮다. 해수면 상승으로 많은 사람이 해안가 근처에서 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인식(전 세계 45%, 우리나라 27%)은 18%포인트나 차이가 나며, 점점 더 많은 식물과 동물 종들이 멸종될 것이라는 인식(전 세계 45%, 우리나라 32%)도 13%포인트 차이가 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진보층과 보수층의 인식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 ‘가뭄이나 홍수 피해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응답은 진보층에서는 63%인 반면 보수층에서는 39%다. ‘폭염이나 혹한 피해가 심각해질 것’에는 진보층은 70%가 동의하지만 보수층은 45%만 동의하고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해안가 근처에서 살지 못할 것이다’라는 데에는 진보층의 51%가 동의하는 반면 보수층은 35%만 동의한다. ‘점점 더 많은 식물과 동물 종들이 멸종될 것이다’라는 데에도 진보층은 절반이 넘는 55%가 동의하는 반면 보수층에서는 35%만이 동의해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에서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향성은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 ‘가뭄이나 홍수 피해가 심각해질 것’에 동의하는 진보층은 49%인 반면 보수층은 32%다. ‘폭염이나 혹한 피해가 심각해질 것이다’(진보층 64%, 보수층 40% 동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해안가 근처에서 살지 못할 것이다’(진보층 34%, 보수층 18% 동의), ‘점점 더 많은 식물과 동물 종들이 멸종될 것이다’(진보층 43%, 보수층 22%) 등에서도 진보층과 보수층의 차이는 확연하다.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나 인프라의 확대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가능성을 낮게 보는 가운데, 전 세계보다는 우리나라에서 기술이나 인프라가 확대될 가능성을 조금 더 낮게 보고 있다. 전 세계에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생산하고 사용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33%인 반면, 우리나라에서 그럴 것이라는 인식은 28%로 5%포인트 낮으며, 전 세계에서 ‘해수면 온도를 낮추는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할 것’으로 보는 사람(24%)이 우리나라에서 그럴 것이라는 사람(20%)보다 더 많다. ‘대기의 나쁜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할 것’(전 세계 23%, 우리나라 21%), ‘대부분의 가정집과 건물을 친환경 건물로 업그레이드할 것’(전 세계 23%, 우리나라 22%)이라는 인식은 비슷한 수준이다. 기후위기 관련 뉴스 및 정보를 접했을 때 드는 감정 반응을 확인한 결과, 슬픔과 불안감도 느끼지만 반대로 동기부여 감정도 생긴 것으로 확인된다. 기후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이 단일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쏠리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혼재돼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동기부여를 받았다’, ‘지구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슬펐다’는 데에 각각 84%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다’는 데에는 81%가 동의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나 정보에 대한 답답함과 혼란스러움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에 대한 다른 의견이 너무 많아 답답했다’는 사람은 48%, ‘정보마다 내용이 달라 혼란스러웠다’는 사람은 47%로 각각 절반에 달한다. 의심이나 짜증의 감정도 일부 보이는데,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단체나 사람들에 대한 의심이 생겼다’는 사람은 40%, ‘다들 이 문제에 관심이 너무 많아서 짜증이 났다’는 사람은 24%다. 동기부여를 받았다는 사람은 많으나,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기후운동이라고 불릴 수 있는 행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 사이에 기후변화 대응에 중점을 둔 단체에 기부금을 낸 경험이 있는 사람이 14%로 그나마 가장 높았고 ‘기후변화 대응에 중점을 둔 활동에 자원봉사’(9%), ‘선출직 공무원에게 연락해 기후변화를 해결할 것을 촉구’(6%), ‘기후변화 대응을 지지하는 시위나 집회에 참석’(6%)한 사람은 소수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기후변화 문제의 중요성이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2019년 대비 인식의 강도는 소폭이나마 약해진 것이 확인됐다. 또한 우리 국민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 다른 국가들보다는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피해 문제에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보수층에서 위기의식이 상대적으로 약한 점이 확인됐다.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나 인프라에 대해서도 전 세계보다 우리나라에서 확대 가능성을 더 낮게 보고 있다. 앞으로 기후위기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해질 것이 명확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소 느슨해진 기후변화 위기의식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일보 70년·70대 특종

중국 민항기 납치, 호외 특종(1983)

1983년 5월 5일 어린이날 대낮,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오후 2시쯤 공중파 방송이 중단되고, 수도권 지역에 적기의 공습이 가해지고 있다는 방송이 나왔다. 당황한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동안 한국일보 편집국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어린이날 휴무였지만, 비상연락망과 취재망을 가동해 진상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속보 체제를 갖췄다. 진상은 승객과 승무원 105명을 태운 중국 민항기가 납치됐다는 것이었다. 중화인민공화국 민항총국 소속 호커 트라이던트 2E 여객기(기번 CAAC 296)가 대만(당시 중화민국)으로의 망명을 기도하는 6명에게 납치됐으며, 우리 영공을 침범한 뒤 강원 춘천의 주한미군이 관리하는 '캠프 페이지'(Camp Page)에 비상 착륙했다. 이 여객기는 랴오닝성 선양 공항을 출발하여 상하이 훙차오 국제공항으로 비행할 예정이었다. 적성국이던 중공 비행기가 영공을 침범했기 때문에 서울, 경기, 강원 지역에는 난데없이 공습경보가 울렸고 실제 상황이라는 다급한 목소리의 방송이 나왔다. 영공 침입에 대응하기 위해 초계 중이던 F-5 전투기 등이 서울, 경기, 춘천 지역에서 굉음을 내며 오가는 바람에 시민들의 동요는 더욱 컸다. 반면 한국일보는 편집국과 공무국을 신속하게 가동하는 한편, 춘천에 사회부 경찰팀을 급파했다. 한국일보 취재진은 곧바로 5일 자 발행된 ‘호외 1호’에서 특종을 했다. 민항기 납치 범인들은 여자 1명이 낀 군인 6명이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독자들에게 알렸다. 한국일보는 이후에도 이틀간 추가로 호외를 발행했다. 6일 자 2ㆍ3호, 9일 자 4호 호외였다. 민항기 불시착은 한중 수교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중공 측은 5월 7일 준각료급인 중공민항 총국장 센토를 대표로 하는 33명 협상단을 서울로 보냈다. 이는 6·25 이후 한국과 중국의 첫 공식 접촉이었고 협상단은 10일 양국 국호를 명기한 각서를 교환했다. 체류 기간 여객기 탑승객들은 한국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10일 오후 본국으로 돌아갔다. 중공 민항기 불시착과 그에 따른 한중 간 공식 협상의 외교사적 의미를 파악한 한국일보는 11일 자부터 ‘한중 관계의 새 장’을 분석하는 기사도 연재했다. 연재기사 집필은 이재무ㆍ박찬식 기자, 송효빈 도쿄특파원, 이문희 워싱턴특파원이 차례로 맡았다. 한편 여객기 납치범들은 국내에서 재판을 받고 각각 4~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1년가량 복역하다가 형 집행정지로 출소한 뒤, 인도적 차원에서 중화민국으로 추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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