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세상을 보는 균형

서울대 의대 교수 "35세 전문의 연봉 4억 이유는…의사 부족해서"

2024.02.21 16:02

서울대 의대 교수가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연봉이 높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의대 증원을 통해 의사들의 수입을 낮추면 의대 쏠림 현상도 완화할 수 있다고도 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20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2019년 연봉 2억 원 남짓하던 종합병원 봉직의(월급의사) 연봉이 최근 3억~4억 원까지 올랐다"며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들이 80시간을 일한다고 한다.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간호사 위주의 진료보조(PA) 인력을 2만 명 가까이 쓰고 있다"며 "의사가 부족하지 않은데 그런 일이 생기겠느냐"고 되물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전공의 마친 뒤 군대 다녀오면 서른다섯 살 무렵이 된다"며 "전문의가 돼서 받는 연봉이 3억~4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면 의대가 아닌 다른 학과에 진학해 대기업에 들어가면 서른다섯 살에 과장이고 연봉이 1억 원 남짓"이라며 "공부 잘해서 대기업에 갔는데도 1억 원밖에 못 벌면 당연히 누구나 의대 가고 싶어 하지 않겠냐"고 했다. 의대 증원으로 이공계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반박했다. 그는 "의대 쏠림의 근본적 원인은 의사 수입이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것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라며 "의대 증원을 통해 의사 수입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는 게 의대 쏠림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대 증원에 따른 이공계 학생들의 의대 쏠림이라는 일시적 현상을 문제 삼는 것은 문제의 근본을 덮고 표면적인 증상만 해결하겠다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23년 보건통계'를 분석해 2020년 기준 국내 봉직의의 연평균 임금 소득을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 19만2,749달러라고 발표했다. 이는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2억4,583만 원으로 관련 통계를 제출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OECD 평균은 11만5,818달러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그만큼 의사들의 노동 강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높다는 입장이다. 같은 통계에서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외래 진료 횟수는 한국이 15.7회로 OECD 평균(5.9회)보다 2.6배 많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의료시장의 성장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60% 증원을 통해 의사 수를 2,000명을 늘려도 의사와 다른 직업 사이 임금 격차는 계속해서 커진다"고 김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공계 의대 쏠림 현상도 "의사 수입 감소보다는 이공계에 대한 투자와 지속적인 연구개발(R&D) 유치가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가시화하는 '수술 대란'... 마취과 전공의 공백이 뼈아픈 이유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행동이 21일로 이틀째 접어들면서 환자 피해도 늘고 있다. 특히 수술 쪽이 문제다. 수술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가 대거 이탈한 탓에 연기나 취소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마취과는 기피 전공이라 전공의를 대신할 전문의 수급마저 어려워 파업이 길어질수록 자칫 생명을 잃는 환자가 나오는 등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마취과 의사는 수술의 처음과 마지막을 관장하는 핵심 인력이다. 수술 전 과정에 관여한다는 뜻이다. 수술 전엔 환자별 특성에 맞게 적정량의 마취 약물을 제조하고 안전하게 투여해야 한다. 수술이 끝나도 회복 과정을 책임져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한 지역 종합병원의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마취의 없이 수술을 진행하면 환자의 신경과 의식에 문제가 발생하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상은 딴판이다. 수술 진행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 많은 마취 의사가 필요하지만 24시간 대기근무, 소송 부담, 수가문제 등 열악한 처우로 인해 마취과 전문의를 꺼리는 분위기가 오래전부터 자리 잡았다. 실제 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2022년 마취과 전공의 4년 차 2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심장마취(22%) △소아마취(18%) △중환자의학(12%) 등 필수의료 마취가 대표적 기피 분야로 꼽혔다. 서울의 한 주요 병원 관계자도 "다른 과에 비해 마취과가 전문의 비율이 낮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자란 병원 마취과 인력을 전공의들이 채워왔다. 전공의 파업에 수술이 직격탄을 맞은 까닭이기도 하다. 그간 환자 상태 확인, 응급조치 등의 업무는 전부 전공의 몫이었는데 파업 이후 전문의가 직접 환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수술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전공의 역할이 연차별로 세분화돼 있는 점도 영향을 줬다. 통상 산부인과마취 환자는 2년 차, 심장마취 환자는 3년 차, 가장 어려운 소아마취 환자는 4년 차가 책임졌다. 특정 연차 전공의가 근무지를 이탈하면 담당 분야 수술 전체가 연쇄 마비되는 구조다. 또 난도가 높은 수술엔 적어도 3명의 마취과 의사가 필요하다. 통상 전문의 1명과 2명의 전공의가 투입된 수술에 전문의가 전부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연준흠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회장은 "수술뿐 아니라 환자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지면 심폐소생술(CPR)팀이 나서야 하는데, 마취과 의사들이 큰 역할을 한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환자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 마취과 전공의 공백에 따른 피해가 두드러진 곳은 산부인과다. 상당수 병원에서 마취과 의사들이 담당하는 '무통주사'를 전공의가 없어 놓지 못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파업 전 이미 "마취과는 평소 대비 약 50% 미만으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공지까지 했다.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무통주사를 맞지 못해 불안감을 호소하는 산모들로 넘쳐난다.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는 "예정일이 2주 남았지만 너무 불안하다"고 했고, 26일 출산 예정인 산모는 "무통주사 없이는 (아이를 낳을) 자신이 없다"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번엔 소아과의사회장이 대통령 행사장서 '입틀막' 끌려나가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 입장해 정부 정책에 반대 의견을 내려던 소아청소년의사회장이 입이 막힌 채 연행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1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의료개혁 민생토론회에 입장하려다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들에게 강제로 끌려나갔다고 21일 밝혔다. 임 회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자리에서 국민을 물리력으로 끌어낸 건 국가 공권력의 폭력"이라고 밝혔다. 당시 민생토론회는 필수 의료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 발표되는 자리였다. 반대 피켓을 들고 병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임 회장은 병원 내 토론회장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고, 경호인력에 의해 제지당했다. 임 회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경호인력들은 계속 나가라고만 했고, 제가 안 움직이겠다고 하자 갑자기 양쪽에서 팔짱을 끼고 입을 틀어막은 후 끌어내더니 경호차로 연행했다"며 "결국 체포되어 분당경찰서에 퇴거불응죄로 이첩됐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당일 분당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저녁 늦게 귀가했다고 한다. 앞서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국회의원이나 학생이 입이 틀어막힌 채 끌려나가는 일이 있어 경호처의 무리한 대응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 대통령과 악수하며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가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갔다. 16일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졸업식에서 윤 대통령에게 연구개발(R&D)예산 삭감에 대해 소리쳐 항의하던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소속 졸업생이 입이 막힌 채 끌려나갔다. 임 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의료 인프라가 철저히 망가져서 재건 불능 상태라고 국민들께 알린 게 지난해 3월 폐과선언이었고, 6월 초에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이 저를 만나 소청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며 "왜 용산과 정부가 R&D 예산을 삭감하고 필수의료정책 패키지라는 필수의료 붕괴 촉진 정책을 강행하면서 현장 전문가들을 무시하는 정책으로 일관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1일 발표된 필수의료 패키지엔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등 의료인력을 늘리고,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필수의료 수가를 인상하며, 의료사고에 따른 의사의 법적 책임을 완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전공의 10명 중 7명 사직… 4년 전 '의료 대란' 재현되나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한 지 이틀째인 21일, 전공의 10명 중 7명꼴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임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맞서 전체의 80%에 육박하는 전공의가 파업에 나섰던 2020년처럼 의료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의사단체는 2,000명 증원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전공의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는 증원 규모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으면서도 의사들에게 "대화를 통해 정책을 구체화하자"고 제안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20일 오후 10시 기준 전국 주요 수련병원 100곳(전체 전공의의 95% 소속)에서 전공의 8,816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집계치(6,415명)보다 2,400명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들 100개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가운데 71.2%에 해당하며, 전체 221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3,000여 명에 대비해도 70%에 육박한다. 다만 복지부가 수련병원에 내린 명령에 따라 아직 수리된 사직서는 없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7,813명으로 파악됐다. 복지부는 현장 점검을 통해 이 가운데 6,112명의 근무지 이탈을 확인하고,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715명을 제외한 5,397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명령은 즉각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일까지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전공의는 총 6,228명인데, 그중 현장에 복귀하지 않아 정부가 수련병원에서 불이행확인서를 받은 전공의가 3,377명(54%)이다. 복귀 명령을 받은 전공의의 절반 이상이 이를 따르지 않은 상황이다. 중증·응급진료 중추인 대학병원에서 핵심 인력으로 근무하는 전공의가 대거 자리를 비우자 환자들 사이에선 4년 전 의료대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년 의료 파업 당시 부산에서 약물을 마신 40대 남성이 3시간 넘게 응급처치를 해줄 병원을 찾아다니며 울산까지 갔지만 결국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호소문을 발표하고 "이번 의료대란 사태로 희생양이 되는 환자가 생길까 두렵다"며 "조속히 의료 현장에 복귀해줄 것을 전공의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ㆍ지원센터'를 통해 접수하는 환자 피해 사례도 이틀간 100건에 육박했다. 복지부 집계(매일 오후 6시 기준)에 따르면 19일 34건이었던 환자 피해 접수 건수가 전날에는 △수술 취소 44건 △진료예약 취소 8건 △진료 거절 5건 △입원 지연 1건 등 58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중수본은 환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공공의료기관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차관은 "국립중앙의료원,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등 전국 97개 공공의료기관장과 비상진료 대책을 논의했다"며 "모든 기관은 24시간 응급진료, 필수의료 진료 유지, 진료시간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사단체들은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날 총회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두 정책은 한국 의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복지부는 의료사고 대응책, 전공의 수련시간 개선안 등을 마련하고 업무개시명령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이날 "국민의 생명권은 당연히 소중하나 의사의 직업 선택 자유 역시 국민의 기본권으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전공의 집단행동을 두둔했다. 정부는 이날 법무부·행정안전부 합동브리핑을 통해 "의사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와 배후세력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며 강경 방침을 밝히면서도, 복지부를 통해서는 의정 대화 의지를 밝히며 강온전략을 펴는 분위기다. 박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모든 어젠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할 수 있다"며 "대안 없이 반대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수정하길 원하는지 밝힌다면 좋은 대안이라면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공의들을 향해 "대전협이 요구한 수련환경 개선, 수가 인상, 의료사고 특례법 등은 모두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포함돼 있다"며 "전공의들이 정부 정책을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다른 의사단체와는 소통하고 있지만 전공의들과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논의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부는 다만 '증원 규모 2,000명'은 타협 불가 사안이라 전공의들과의 협상 조건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차관은 "2,000명이라는 숫자도 부족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라며 "환자의 생명을 가지고 협상할 수는 없는 만큼 전공의 복귀는 조속히, 조건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