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세상을 보는 균형

유가소

"번식장 힘든 과거는 잊기를"... 구조견과 첫 추석 맞는 입양 가족 [유가소]

강영선(44)∙나태정(44)씨 부부에게 이번 추석은 특별하다. 경기 고양시 번식장에서 구조된 몰티푸(몰티즈와 푸들의 혼종견) '모모'(4세 추정)∙'피치'(3세 추정)와 처음 맞는 명절이기 때문이다. 강씨 부부는 올해 5월 18년 동안 키우던 반려견을 떠나보냈다. 워낙 병수발 기간이 길었고, 또 헛헛한 마음이 커 "다시는 개를 키우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다. 그러던 중 올해 8월 초 우연히 동물보호단체 YHS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고양시 번식장 구조 사연과 구조견들을 보던 중 깜짝 놀랐다. 얼마 전 떠나보낸 반려견과 너무나 닮은 개를 발견해서다. 강씨 부부는 기존에 기르던 반려견과 너무 닮은 개를 외면할 수 없었고, 곧바로 YHS의 입양행사장으로 뛰어갔다. 직접 개를 보지는 못했고 상담을 받았지만 안타까운 소식을 들어야 했다. 4세 정도로 추정되는 '베이즐'(모모의 입양 전 이름)은 심장사상충을 앓고 있었다. 강씨는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너무 힘든 날을 보냈기에 또다시 아픈 애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마음을 접고 돌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베이즐의 소식이 궁금해 SNS를 보던 중 미용(털 깎이)을 한 베이즐의 모습을 보고 입양을 결심했다. 미용을 한 모습이 기존 반려견과 더 닮게 느껴졌고, 개를 데려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기로 마음을 먹게 됐다고 한다. 강씨 부부는 베이즐에게 모모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번식장을 처음 나온 모모에게는 맛있는 사료도, 간식도, 산책도 모든 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강씨는 "4년간 번식장에서 힘든 날을 보낸 모모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보면서 큰 기쁨을 느꼈다"며 "구조견을 입양하니 더 행복함을 느꼈고 주변 반려견을 키우는 친구들에게도 구조견, 유기견 입양의 장점을 알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모모가 집에 온 지 한 달쯤 됐을 때 강씨 부부는 YHS의 SNS에서 모모와 닮은 개 '로즈'(피치의 입양 전 이름)에게 눈길이 갔다. 모모는 워낙 다른 개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로즈의 입양을 결정하기는 더 수월했다. 이들은 로즈에게 피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강씨는 "집에 온 첫날부터 둘이 너무 사이 좋게 지낸다"며 "모모가 분리불안 등이 있었는데 피치가 오고 난 뒤 분리불안도 줄고, 사람에 대한 의존도도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반려견에게 '예쁘다, 사랑해, 고마워'라는 말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행복과 위로를 받게 된다"며 "사랑받는 것뿐 아니라 사랑할 대상이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반려견과 함께 살다 보면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강씨 부부는 이번 추석 명절 친지 방문 때도 모모, 피치를 데리고 다닐 예정이다. "모모, 피치가 집에 온 뒤로 체중이 많이 늘었어요. 관절에 안 좋을 것 같아서 이번 명절에는 다이어트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대신 심장, 관절 영양제 등을 간식처럼 잘 챙겨주려 합니다." ▶더 많은 구조견 사연 보러 가기: 동물보호단체 YHS 위 사이트가 클릭이 안 되면 아래 URL을 주소창에 넣으시면 됩니다. http://www.instargram.com/yhs2011_

알고 싶어, 너와 너의 멍냥이

14년 함께한 가족을 보호소에 버린 이유가.. 너무 비정합니다

지난 6월 말, 미국 뉴욕 주 페넬빌에 위치한 ‘영원한 친구 동물보호소'(Friends Forerver Animal Rescue)는, 예상치 못한 골든 리트리버 친구의 방문을 받았습니다. 다소 푸석해 보이는 털, 마르고 주름진 콧잔등을 보면 이 친구의 나이를 짐작해볼만 한데요. 골든 리트리버의 이름은 ‘소피아'.(14) 소피아는 가족과 함께 보호소를 찾았습니다. 보호소 대표 케이시 뉴튼 씨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가족이 소피아를 버리려 데리고 온 겁니다. 14년간 한 가정에서 지냈던 소피아였지만, 그들이 가족을 버리려는 이유는 너무나도 매몰찼습니다. 우리가 이사를 가야 하는데, 거기서는 강아지를 키울 수 없어서요. 소피아는 당연히 가족의 사정을 모릅니다. 그저 자신이 여기에 왜 왔는지, 영문을 모르는 표정만 지을 뿐이었죠.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소피아를 뒤로 하고, 가족은 먼 길을 떠났습니다. 보호소 대표 케이시 뉴튼 씨는 치밀어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소피아를 제대로 돌볼 고민부터 시작했습니다. 14년간 가족을 떠나본 적 없는 소피아에게 보호소 생활은 무리라고 여긴 뉴튼 씨는 자신의 집에서 소피아를 돌보며 입양홍보를 시작했어요. 지역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피아의 사연을 알렸죠. 그로부터 한달 뒤, 소피아의 새 가족이 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넓은 마당을 갖춘 집에서 소피아에게 해줄 수 있는 걸 다 해주기로 약속한 최고의 가족이었죠. 소피아가 행복한 여생을 누리며, 무책임하게 자신을 버리고 갔던 옛 가족과의 아픈 기억은 잊어버렸기를 바랍니다. ▼세상 모든 동물들의 이야기 만나보기▽

동물이 건강한 집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 고양이 백내장 어떻게 치료하는게 최선일까요?

A.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대백과]의 저자인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이번엔 고양이가 백내장을 진단받아 걱정이 크신 보호자분이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백내장이 심해지면 고양이는 시력이 떨어져 작은 물건을 잘 찾지 못하고, 물건 모서리에 부딪히는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양이 눈에 발생하는 백내장이란 어떤 질환일까요? 백내장이란 눈의 구조 중 수정체(멀고 가까운 물체를 볼 때 초점이 잡히도록 원근 조절해주는 렌즈)가 하얗게 혼탁해져 시야를 가리는 질환을 말합니다. 질병의 심도에 따라 아래와 같이 1~4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백내장 초기엔 통증이나 심각한 시력 저하를 유발하지 않지만, 질병이 진행되면 상당한 시력 저하뿐 아니라 합병증을 초래해 눈을 잃게(심할 경우 안구 적출) 될 수도 있습니다. 백내장은 어두운 곳에서 불을 비추었을 때 눈동자가 뿌옇게 관찰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는 육안으로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평소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을 때 안과 검사도 꼭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렇다면 고양이에게 백내장이 유발되는 원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먼저 유전적인 소인이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히말라얀, 버만, 브리티쉬 숏헤어 같은 품종들은 백내장이 유발되기 쉽습니다. 또 외상이나 염증, 특히 고양이는 눈 안 혈관 구조에 염증이 생기는 포도막염이 있는 경우 백내장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 고혈압이 있는 경우에도 백내장이 유발될 수 있기에, 평소 적절한 건강관리를 해주는 것이 백내장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백내장이 생긴 경우라면 가장 권고되는 치료 방법은 수술입니다. 수술법은 ‘수정체 유화술(phacoemulsification)’이라 불리는데요. 수술용 초음파 기구를 이용해 변성된 백내장을 제거하고 흡인(빨아들임)해 기존 수정체를 없애고,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방법입니다. 백내장의 진행을 더디게 하기 위해 안약을 점안하기도 하지만, 효과가 큰 편은 아니기에 백내장에서 원칙적인 치료는 수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수술은 보호자분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전신마취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부 위험도가 동반됩니다. 건강 상태가 좋은 경우 마취 위험도는 낮지만,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경우 위험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또 마취 후 기저질환이 심화되거나, 수술 후 염증 관리를 위한 약물 등이 건강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이 때문에 노령묘라면 수술을 진행하기 전에 기저질환을 세밀하게 평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연자분의 고양이는 간식을 잘 찾아 먹지 못하는 등 시력 저하가 이미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백내장이 상당히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특히 양측으로 백내장이 진행되어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11살이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검진상 건강한 것으로 진단되었다면 기대 수명이 길기 때문에 수술의 이점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습니다. 다만 간략한 검진으로 건강상태를 평가해서는 안 되고, 질병을 조기에 평가할 수 있는 충분한 검사를 통해 건강 상태를 세밀하게 진단해야 안전합니다. 만약 검진상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면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백내장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지 평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의 고양이 경우 초기 백내장은 그 자체로 통증이 없고, 시력 저하를 유발하지 않아 이런 식으로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고양이는 사물을 판단할 때 시력에 의존하는 정도가 사람에 비해 낮습니다. 또 후각, 촉각 등 다른 감각을 잘 이용하기 때문에 시력이 저하된 경우에도 생활환경이 크게 변화하지 않으면 평소와 다름없는 수준으로 삶의 질이 유지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백내장이 심해지는 경우 이차적인 염증이 발생하거나, 안압이 상승하는 녹내장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평소 눈 상태를 잘 체크하고 주기적으로 안과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편 눈이 혼탁해 보인다고 모두 백내장은 아닙니다. 각막(홍채와 동공을 보호하는 눈 앞쪽의 투명한 막)이 혼탁해지거나, 염증으로 인해 전안방(눈알 안의 홍채와 각막 사이의 빈 곳)이 뿌옇게 변하는 경우, 핵경화(수정체 섬유가 노화되는 것) 등도 육안으로 눈이 혼탁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임의로 백내장으로 진단해서는 안 되고, 고양이 눈에 변화가 보인다면 꼭 병원을 찾아 진단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일부 안과 질환에서는 수일 이내에 시력이 소실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찾아 검진받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고양이의 눈은 우주를 닮아 너무 아름다운데요. 이런 아름다운 눈이 혼탁해지고, 더 나아가 시력이 떨어져 고양이가 고생한다면 보호자의 마음은 너무 안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사연자분의 선택에 이번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고양이가 건강을 회복하고 오래오래 보호자분과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유기동물 구조기

선한 눈빛의 수리산 누렁이 '산이'... 주민들이 살렸다 [유기동물 구조기]

공원이나 야산을 돌아다니는 떠돌이개는 어떤 이에게는 연민의 대상이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떠돌이개 중에는 사람을 잘 따르는 경우도 있지만 떠돌이개의 후손으로 아예 사람과의 관계 형성이 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사람을 따르지 않고 민가에 피해를 줬거나 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떠돌이개들을 '야생화된 유기견'이라 구분한다. 그리고 포획 후에는 통상 일정 기간(10일) 보호하고 이후 안락사하는 유기견과 같은 절차를 따른다. 떠돌이개는 대부분 믹스종이면서 중대형견으로 입양순위에서 밀려 보호소를 빠져나갈 가능성은 낮다. 이는 성견이든 강아지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러한 떠돌이개를 외면하지 않은 시민들이 있다. 개의 선한 눈빛과 마주친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음식을 나눠주며 개를 챙겼다. 시민들의 노력 덕분에 떠돌이개는 안락사 대신 해외에서 새로운 견생을 살 준비를 하게 됐다. 경기 군포시 수리산 산책로 일대에 갈색 털의 떠돌이개가 나타나기 시작한 건 올해 4월 초. 개를 목격한 사람들은 저마다 지역 주민들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렸다. 대부분은 개의 보호자를 찾거나 안전을 걱정하는 내용이었지만 불편함이나 두려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개를 직접 본 사람들 대부분의 반응은 "개의 눈빛이 선하다"였다. 수리산 둘레길을 자주 산책하는 김미영씨도 5월 초 개와 눈이 마주친 이후부터 개를 챙기기 시작했다. 김씨는 "배가 홀쭉한 채로 다가오길래 닭가슴살을 줬더니 남김없이 핥아먹었다"며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잘 피하는지 걱정이 돼서 매일 개를 만나러 갔다"고 설명했다. 김씨와 같이 개를 챙기는 사람들은 개의 이름을 '산이'라고 지었다. 산이를 챙긴 시민들이 20명은 넘었다. 이들 대부분은 산이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겼지만 이미 고양이나 반려견을 기르고 있는 상황이라 산이를 입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매일 산이의 밥을 준비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양처를 알아보는 일이었다. 김씨는 "반려견을 키우는 분 가운데는 진드기약, 심장사상충 약을 챙기고, 다른 분은 사료를 주고, 또 다른 분은 간식을 준비했다"며 "각자 할 수 있는 선에서 산이를 챙겼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고 주책없이 다른 개들을 좋아해 쫓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더 안쓰러웠다"며 "적어도 개를 보호소로 보내 안락사시키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챙겨주는 사람들을 아는 듯 개는 둘레길에 자주 출몰했고, 그만큼 지자체에는 개를 포획해달라는 민원도 많았다. 지자체는 몇 번이나 포획틀을 놓고 포획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어떤 준비도 없이 지자체에 들어가면 안락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아는 시민들이 포획틀에 들어온 산이를 풀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김보근씨도 산이의 '간택'을 받은 경우다. 6월 초 눈이 마주친 다음 자신을 따라오는 산이를 외면하지 못했고, 하루에 두 번씩 산이의 밥을 챙겼다. 슬퍼 보이는 눈빛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장마 기간에는 사료가 젖을 것을 염려해 옷 박스를 가져와 밥자리를 준비했다"며 "2개월 정도 챙겨주니 산이가 냄새를 맡기도 하고, 다가와 건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이와 시민들의 불안정한 동행이 계속될 수는 없었고, 이들은 유기동물 보호단체인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에 도움을 요청했다. 산이의 갈 곳을 알아보던 중 7월 말 다른 시민들의 신고로 119에 포획돼 지자체 보호소로 들어가게 됐다. 포획하고 보니 이제 한 살이 된 수컷 강아지였다. 강희춘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 이사는 군포시의 협조로 산이를 보호소 밖으로 데리고 나왔고, 산이는 현재 해외 입양을 위한 훈련소에서 지내고 있다.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산이를 위한 후원계좌를 열고 십시일반 훈련소 비용을 보탰다. 김보근씨는 "이제 비도 맞지 않고 돌팔매 맞을 걱정도 없이 안전한 공간에서 살게 돼서 너무 기쁘다"며 "좋은 가정을 만나 사랑받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강 이사는 "보호자에게 버려지고, 잡히면 안락사될 운명의 개였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포기하지 않으면 살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산이가 좋은 가족을 만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물 기획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