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와 이병철의 담담함

입력
2022.12.25 20:00
25면

편집자주

보는 시각과 시선에 따라서 사물이나 사람은 천태만상으로 달리 보인다. 비즈니스도 그렇다. 있었던 그대로 볼 수도 있고, 통념과 달리 볼 수도 있다. [봄B스쿨 경영산책]은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는 작은 시도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18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리한 후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을 들고 우승컵에 입 맞추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18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리한 후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을 들고 우승컵에 입 맞추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선수들이 만들어 낸 드라마틱한 경기를 통해 열광과 침묵, 환희와 좌절, 경쟁과 화합, 기쁨과 슬픔, 공정함과 부당함, 응원과 야유, 존경과 조롱, 기대와 실망, 고통과 인내, 웃음과 눈물 그리고 영웅의 퇴장과 차세대 스타의 탄생 등 우리 인간 삶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축구 경기장이 마치 응축된 인생의 무대 같았다.

한국 팀과 FIFA 랭킹 1위 브라질 팀의 16강전 경기에서 브라질 선수들의 기량(skill)과 팀 조직력은 확연히 더 우수했다. 괴물 수비수 별명을 가진 김민재 선수는 "브라질 선수들이 너무 잘했다. 솔직하게 개인 능력 차이가 정말 많이 났다. 너무 잘하는 팀이다. 네이마르는 100%를 한 것 같지도 않다. 잘한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감탄했다.

세계 1위 브라질 팀은 우승하지 못했다. 예선리그부터 결승전까지 카타르 월드컵 총 64경기 중 더 잘하는 팀이 반드시 승리하지는 않았다. 독일과 스페인은 '골대의 불운'과 함께 FIFA 랭킹 18위 일본 팀에 패했다. 일본 팀에 운이 많이 따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16강 진출도 월드컵 10대 장면으로 뽑힐 만큼 극적인 운이 따른 스토리다. 포르투갈은 FIFA 랭킹 22위 모로코에 패했고, 브라질은 크로아티아에 져, 축구 영웅 네이마르와 호날두가 엉엉 우는 모습이 클로즈업되기도 했다.

최종 우승팀은 예선전에서 사우디에 2-1로 패배한 아르헨티나였다. 사우디 왕실이 선수들에게 고급승용차를 포상할 만큼 대이변이었다. 결승전도 이상하리만큼 프랑스 팀은 무기력했고 결과도 담력과 운이 많이 작용하는 승부차기로 결정됐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우승하는 순간 울음을 터트렸지만 메시만은 울지 않았다. 담담했다. 메시는 '신이 내게 그것을 주실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5번이나 월드컵 대회에 출전한 35세 메시는 뭔가를 깨닫고 있는 듯했다.

승패는 실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운도 많이 작용한다. 월드컵 경기결과에 설명할 수 없는 '운'이 따르는 것처럼, 창업과 기업경영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가장 알고 싶은 것이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성공했는가?'이다. 기술력이나 영업력 등 경쟁력(실력)을 갖추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성공하지는 않는다.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벤처 스타트업이나 일반 기업들도 10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매우 낮다.

어떻게 사업을 크게 성공시킬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삼성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성공에는 세 가지 요체가 있다. 운(運), 둔(鈍), 근(根)이 그것이다. 사람은 능력 하나만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운을 잘 타야 하는 법이다. 때를 잘 만나야 하고,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운을 잘 타고 나가려면 역시 운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일종의 둔한 맛이 있어야 한다. 운이 트일 때까지 버티어 내는 끈기와 근성이 있어야 한다."('호암어록', 296~297).

축구 경기나 사업뿐 아니라 우리 삶의 성공도 개인의 실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알 수 없는 뭔가가 작용하고 있고 주위의 도움을 받아 이룬 것이다. 가깝게는 부모님, 선생님, 선후배, 친구들의 도움 그리고 더 나아가 태어난 시대적 배경이나 국가 등의 영향을 받아 성취해낸 것들이다. 메시가 월드컵 대회 우승 컵에 뽀뽀하며 펠레, 마라도나와 함께 '3대 축구의 전설'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은퇴를 만류한 소년, 가족과 팀 동료들, 특히 마르티네스 골키퍼의 선방 덕 등이다.

축구의 신 메시는 또 말했다 "나는 축구를 정말 사랑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자신이 하는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일 것이다. 진인사대천명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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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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