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지사 “제주에 핵 배치 논의, 있을 수 없는 일”

입력
2022.12.27 14:39
수정
2022.12.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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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제주 전략기지화 방안’ 논란
핵무기 배치 지역으로 제주 지목
“제주도민들에게 엎드려 사죄해야”

오영훈 제주지사가 27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위 보고서 채택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오영훈 제주지사가 27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위 보고서 채택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북한 핵 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제주를 전략기지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27일 도청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여당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 보고서 채택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가 최종보고서를 채택하는 과정을 확인한 결과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충격적인 내용이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논의된 내용은 미국 핵무기 전진 배치 시 제주가 최적이고 상황이 악화할 경우 제주의 전략도서화 검토 필요, 제2공항 건설 시 미 전략폭격기 이착륙 활주로 건설 및 핵무기 임시 저장시설 구축 검토 등이다”고 설명했다. 오 지사는 이어 “말 그대로 세계 평화의 섬 제주를 전략적인 핵 배치 요충지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라며 “있을 수도 없고 검토조차 없어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도가 확보한 국민의힘 북핵대응특위의 ‘특위 최종보고 및 건의사항-총력 북핵 대응 전략’ 문건에는 북한의 핵공격 임박 시 미국 핵무기의 한반도 전진배치 추진을 거론하며, 핵무기 배치지역으로 제주를 지목했다. 해당 문건에는 다른 지역은 거리가 짧아 북한의 선제공격에 취약하고 미사일 방어도 곤란해 제주가 최적지이며, 상황이 악화할 경우 제주를 전략도서화하는 문제 검토도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오 지사는 또 지난 10월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북핵대응특위 위원장이 주최한 ‘북핵위기대응 세미나’를 거론하며 “여당이 이미 제주를 군사기지 섬으로 만드는 방안을 논의해왔다”고 지적했다. 해당 세미나에서 발표된 ‘제주도 전략도서화와 전략군’ 제언에는 제주에 향후 핵전력을 운용할 전략군과 해병 제3사단을 창설하고 기지방어사령부, 스텔스비행단, 제2미사일사령부, 제2잠수함사령부, 제2기동함대사령부 설치 등이 포함됐다.

오 지사는 “평화의섬 제주에 핵 배치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고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면서 “보고서를 당장 폐기할 것을 정부와 여당에 강력히 촉구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제주 제2공항이 군사공항으로 활용된다면 건설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제주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재호(제주시갑)·김한규(제주시을)·위성곤(서귀포시) 국회의원 3명도 논평을 내고 “국민의 힘의 이 같은 행태는 제주도민 권리와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철저히 짓밟고 무시한 반민주·반민족적 작태”라며 “핵문제를 핵으로 대응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국힘의 절학은 1차원적 수준의 사고이자 결국 한반도 전쟁과 파국만 초래할 비극의 씨앗”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들은 “제주를 핵기지로 삼으려 한 행태를 철회하고 제주도민들에 엎드려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허용진 국민의힘 제주도당 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힘 북핵대응특위 위원장인 한기호 국회의원을 통해 직접 확인해본 결과, 언론을 통해 나온 제주도 전술핵 배치 내용의 문건은 최종보고서가 아니며 특위 보고서를 채택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하나의 해프닝에 불과한 일을 확실한 팩트 조사 없이 개인의 의견 차원에서 한 말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 현실화할 것처럼, 그야말로 정쟁의 도구로 활용한 오영훈 지사와 민주당 제주도당의 행태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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