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는 대기업 사장님과 직장내 괴롭힘

입력
2023.02.12 20:00
25면

편집자주

보는 시각과 시선에 따라서 사물이나 사람은 천태만상으로 달리 보인다. 비즈니스도 그렇다. 있었던 그대로 볼 수도 있고, 통념과 달리 볼 수도 있다. [봄B스쿨 경영산책]은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는 작은 시도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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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매 맞는 남편을 위한 보호소'를 설치한다고 한다. 남편들이 매를 맞으며 산다고 하니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모 대기업 사장도 부인한테 매를 맞고 산다는 소문이 있다. 사장이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장인의 도움이 매우 컸고 결정적이었기 때문에 평생 부인의 심한 간섭과 통제를 받거나 심지어 폭행도 당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고정관념은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남편일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20년전에도 매 맞는 남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4년 전국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최근 1년간 남편의 폭력을 경험한 아내는 37.3%, 아내의 폭력을 경험한 남편은 32.6%로 조사되었다. 2019년에는 배우자 폭력을 경험했다는 아내가 28.9%, 남편은 26.0%로 15년 사이에 비슷해졌다. 거의 막상막하로 부부가 서로 폭력을 행사하고 있어, 이제 남편을 위한 보호소도 필요하게 된 것이다.

가정폭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직장 내 폭력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근로기준법 제8조는 '사용자는 사고의 발생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을 하지 못한다'고 명시하여 사용자의 폭행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모 치킨 프랜차이즈 오너나 간장 회사 오너가 직원을 폭행한 일이 보도된 적이 있다.

직원 간 괴롭힘(폭력 포함)도 문제다. 2019년 7월부터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어 구타, 폭행, 언어폭력, 따돌림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거나 처벌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시행 직후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아 분류해 보니 폭언(40.1%), 부당 업무지시(28.2%), 험담·따돌림(11.9%), 업무 미부여(3.4%), 차별(2.4%), 폭행(1.3%), 감시(0.5%) 순으로 조사되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당사자들은 고소·고발을 하지 않고도 문제 제기할 수 있게 되었고 분리 조치와 조사 및 징계까지 가능해졌다.

하지만 2022년 12월 '직장 갑질 119'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23.5%가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피해 당사자의 상처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직장의 조직경쟁력과 조직분위기에도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폭력은 가정이나 회사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린이집, 요양원, 학교, 군, 국회, 종교단체 등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사회영역에서 폭력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괴롭힘이나 폭력은 사회문화적 수준을 말해 주는 현상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처벌하는 법만 제정한다고 폭력이 근절되지는 않는다. 국민의 의식 수준을 높이는 계도와 계몽을 지속하여 '정신문화 수준'이 향상되어야만 한다. 가까울수록 어렵게 생각하고 조심하는 마음자세를 더욱 다지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존경의 기초다. 예로부터 부부유별(夫婦有別)이라고 했다. 부부는 서로 존댓말을 쓰고 존칭으로 상대에게 예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직장 내 구성원 간에도 '예절 문화'를 정립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초중고교 및 대학에서부터 인간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설득력 높은 커뮤니케이션 및 협상 스킬 같은 상호작용 방법을 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개인 프라이버시를 더 중시하는 MZ세대와 집단주의 문화 속에서 성장한 기성세대 간에 충돌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직장 에티켓 문화가 요구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했듯이 직장생활과 일상생활에서도 '불가근 불가원(不可近不可遠)'하는 '인간관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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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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