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이어 文 전 대통령 겨냥... 폭주하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

입력
2023.03.03 19:00
수정
2023.03.0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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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 후폭풍
개딸들 민주당사 앞서 '수박 깨기' 행사
'이낙연 제명' 청원 사흘 만에 6만 돌파

3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 10여 명이 '수박 깨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수박은 '겉은 파랗지만 속은 빨갛다'는 의미로, 이 대표 지지자들이 비명계 의원들을 일컫는 은어다. 우태경 기자

3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 10여 명이 '수박 깨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수박은 '겉은 파랗지만 속은 빨갛다'는 의미로, 이 대표 지지자들이 비명계 의원들을 일컫는 은어다. 우태경 기자

'뻥, 뻥, 뻥, 뻥!'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난데없이 풍선이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주당 당원 10여 명이 수박 모양의 풍선을 하나씩 발로 밟아 터뜨리는 '수박 깨기 행사'를 진행하면서다.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에 화가 나서 행사에 나왔다"는 이들은 일제히 "수박을 격파하자"고 외치며 분노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수박은 '겉은 파랗지만 속은 빨갛다'는 의미로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비이재명계를 공격할 때 사용하는 은어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의 무더기 이탈표 이후 당내 후폭풍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개딸 등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과격한 행동은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대표 등 지도부의 자제 당부에도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오히려 이들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 전 대표의 영구제명을 요구하는 청원은 이날 기준 사흘 만에 지도부의 공식 답변 기준(5만 명)을 훌쩍 넘겨 6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을 제기했고,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비명계 의원들의 이탈을 추동했을 것으로 의심된다는 게 청원 이유다. 지난해 대선 후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 대표와 대립했던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징계·출당 요구 청원이 5만 명을 넘어서는 데 27일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최근 강성 지지층의 반응이 조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비명계 윤영찬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표의 영구제명을 요청하는 청원에 대해 "황당하다"며 "당대표 신상 문제로 갈등하는 상황을 왜 저 멀리 미국에 있는 전 대표 탓으로 돌리냐"고 비판했다. 또 온라인상에 이 전 대표와 비명계 의원들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포함해 '7적'으로 표현한 이미지가 유포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인과관계도 없는 뜬금없는 악마화는 당을 왜소하게 만들고 분열시킬 뿐"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표, 저를 포함한 여러 의원들을 소위 '7적'으로 묘사해 처단하자는 카드뉴스도 황당하고 분노스럽다"고 했다.

강성 지지층의 과도한 행동을 두고 당 차원에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40여 명의 의원들을 지목한 '살생부 명단'이 돌자, 이 대표가 "당의 단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게 전부다.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서 "이 대표가 한마디 당부만 하고 끝날 게 아니라 자신의 지지층을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강경파 의원들은 이러한 행동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안민석 의원은 전날 K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자제해 달라고 해서 분노가 멈춰지면, 공산당이지 않습니까"라고 말고, 김용민 의원도 SBS라디오에서 "당원들이 느끼는 분노와 실망감은 매우 정당하고 정의롭다"고 두둔했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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