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눈길이 가는 동급생에게 보낸 DM, 그후

입력
2023.03.10 10: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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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빈 '고요한 우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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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1년 내내 말 한번 나눈 적 없는 동급생들이 있다. 말 한마디 거는 용기를 그때 냈다면, 학창시절은 달라졌을까.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고요한 우연'은 그런 작은 용기를 낸 주인공이 친구들과 서로를 보듬어 주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2015년 동화 '여름이 반짝'으로 호평받았던 작가 김수빈이 또래 간 로맨스, 정체성에 대한 고민, 집단 괴롭힘 등 가장 일상적인 소재들을 착실하게 써냈다. 특히 현재 청소년에게 익숙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통 방식에 대한 작가의 존중이 빛나는 작품이다.

열일곱, 고등학교 1학년인 주인공 '나'는 "그냥 이수현도 아닌 이수현B"가 익숙하다고 본인을 소개한다. 자신을 지극히 평범하고 다소 지루하다고까지 생각한다. 그래서 반장인 정후와 예쁘고 공부도 잘해 중학교 때부터 유명했던 "고고한 초승달 같은 존재"인 고요를 선망과 동경의 대상으로 여겨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고요한 우연·김수빈 지음·문학동네 발행·232쪽·1만2,500원

고요한 우연·김수빈 지음·문학동네 발행·232쪽·1만2,500원

어느 날 주인공은 말 한마디 해본 적 없는 고요와 우연히 SNS 익명 계정을 통해 소통하게 된다. 몇몇 친구들과의 불화로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꼿꼿한 고요를 돕고 싶지만 섣불리 나서지 못했던 '나'는 온라인에서 그와 친구가 된다. 그 과정에서 항상 조용한 동급생 우연, 정후와도 디렉트메시지(DM)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익명의 공간에서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면서 관계는 변주한다. 이는 곧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힘으로 나아간다. 보통의 마음과 관심은 특별한 힘을 가졌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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