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주민들, 영상문화단지 사업자 선정에 공익감사까지 청구하는 이유는

입력
2023.03.28 04:30
수정
2023.03.28 11: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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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단체 "사업신청자 검증 부실"
인천시의회 조사에도 주민들 불신
인천경제청 "잘 협의해 나갈 것"

주민단체 청라시민연합 관계자들이 10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한 대형마트 앞에서 '청라 영상·문화 복합단지' 감사 청구 서명을 받고 있다. 청라시민연합 제공

주민단체 청라시민연합 관계자들이 10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한 대형마트 앞에서 '청라 영상·문화 복합단지' 감사 청구 서명을 받고 있다. 청라시민연합 제공

인천 청라국제도시 영상·문화 복합 시설 조성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부터 주민들 반발에 부딪혀 삐걱거리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컨소시엄에 대한 검증 부실 의혹이 확산하면서 주민들이 공익감사까지 청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27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인천경제청은 최근 더이앤엠 컨소시엄에 청라 영상·문화 복합단지 조성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사실을 통보했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7월 사업자 공개 모집 공고와 10월 사업제안서 접수를 거쳐 12월 제안서 평가위원회를 열어 더이앤엠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부실 검증 의혹이 제기됐고, 시의회가 직접 조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공식 통보가 3개월가량 지연됐다.

시의회는 청라 영상·문화 사업 관련 소위원회 활동 결과 보고서에서 "더이앤엠 컨소시엄의 사업비 조달 능력에 의문이 있다"며 "사업비 투자와 책임준공 확약 등 사업계획을 책임지고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컨소시엄의 외국인 투자자 자격 요건 검증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평가단계의 공정성과 컨소시엄의 도덕성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더이앤엠 컨소시엄 주관사인 더이앤엠은 선정성 논란 등이 있는 개인방송 플랫폼 팝콘TV가 매출의 67.4%를 차지하고, 2019~2021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경쟁 상대였던 KT 컨소시엄의 출자자 자본금은 10조7,000억 원 수준으로 재무건전성이 크게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이앤엠 컨소시엄에는 IHQ, 에이스팩토리, 이제이파트너스, 메이스엔터테인먼트,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등 중소 제작사와 전문협회가 파트너사로 참여했다.

시의회는 인천경제청에 △투자 및 책임 준공 확약 등 사업계획 이행 담보 계획 수립 △외국인 투자자 자격 요건 검증 △공청회·시민설명회 등 시민 소통 경로 마련 등을 권고했다. 감사원 감사 청구나 수사 의뢰 등은 하지 않았다.

13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영상·문화 복합단지 조성사업 예정지 모습. 이환직 기자

13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영상·문화 복합단지 조성사업 예정지 모습. 이환직 기자

하지만 청라 지역 주민단체는 시의회 조사 결과와 별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공익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청라시민연합은 "사업 신청 자격과 관련 있는 컨소시엄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적법한 신분을 유지하지 못한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의혹이 있다"며 "항간에는 평가위원 명단이 사전에 유출돼 특정업체가 평가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맹기영 청라시민연합 대표는 "감사원과 시의회 협의를 거쳐 산업부에 감사 청구서를 제출하기로 했고 곧 제출할 것"이라며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감사로 의혹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도 사업 관련 서류를 확보해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경찰 측은 "내사나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인천경제청은 더이앤엠 컨소시엄의 사업비 조달능력에 의문이 있다는 지적에 동의하면서도 실시계획 변경 고시와 사업협약 체결 전까지 약 1년간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더이앤엠 컨소시엄이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추후 협상 과정에서 준공 확약 등 (담보 장치를) 넣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 구성이나 도덕적 문제, 외국인 투자 등 의혹이 있지만 의혹일 뿐이고 지금까지 법률이나 서류상 드러난 문제점은 없다"며 "우려하는 목소리와 제보 등을 잘 검토해 절차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주관사인 더이앤엠에 제기된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관련 부서에 전달하겠다"는 답만 받았다.

인천 청라국제도시 영상·문화 복합단지 조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인천 청라국제도시 영상·문화 복합단지 조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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