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많이 줄게" 동료 교직원 속여 34억 가로챈 부부 구속

입력
2023.03.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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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로 고금리" 약속한 뒤
고가 외제차 사고 인터넷 도박 탕진
2000만 원 빌려준 피해자 신고로 수사
검찰 전면 재수사로 추가 범행 밝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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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교직원들에게 시중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속인 뒤 수십억 원을 가로챈 부부가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3부(서영배 부장검사)는 2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대구 모 고등학교 교육공무직 A(42)씨와 기간제 교사였던 A씨 남편 B(44)씨를 구속기소했다.

A씨 등은 지난 2018년 1월~2021년 6월까지 수익 부동산에 투자해 높은 이자를 주겠다며 동료 교직원 등 6명에게서 34억8,0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2018년 7월~2020년 10월 22억5,000만 원 상당의 인터넷 불법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부부의 사기 행각은 최근 2,000만 원을 빌려 준 C씨가 약속받은 이자를 제때 받지 못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경찰 수사 결과 A씨 부부는 피해자 C씨를 포함해 6명으로부터 부동산 투자 명목으로 총 34억8,000만 원을 받았으나, 약속한 이자를 제때 주지 않은 것은 물론 부동산에 전혀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부부는 6명에게 받은 투자금을 도박자금과 해외여행, 명품 구입, 자녀 영어유치원 등록금 등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당초 2,000만 원을 신고한 C씨만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 단순 차용금 사기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A씨 부부가 특별한 수입이 없는데도 외제차를 몰고 고가의 명품을 구입하는 등 호화생활을 하는 점을 수상히 여기고 이들 명의 계좌 14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높은 이자를 받기로 하고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을 건네고 C씨처럼 약속 날짜에 이자를 받지 못한 5명의 추가 피해자를 찾아냈다. 이들 중에는 A씨 부부의 말에 속아 고금리 사채를 써 가정파탄 위기에 몰린 사례도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5명의 피해자들은 C씨처럼 이자를 받지 못했지만 약속한 돈을 차일피일 미루는 A씨 부부 거짓말에 속아 사기를 당한 줄 모르고 있었다”며 “전면 재수사를 통해 34억6,000만 원 상당의 추가 범행을 밝혀냈고, 피해자들을 위해 법률상담지원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대구=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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