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꿈틀, 경기 바닥 보이나... KDI "급격한 하강 진정"

입력
2023.05.08 15: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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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3개월째 '경기 부진' 판단
소비 회복 가능성도 함께 부각
관건은 물가, 경기 회복론 일러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8일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진단을 유지하면서도 "급격한 하강세는 다소 진정세"라고 긍정적 면을 함께 부각했다. 가팔랐던 경기 위축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는 뜻이다. 경기가 앞으로 완만하게 부진하다면 바닥을 찍고 정부 기대대로 하반기 반등할 가능성도 커진다.

KDI는 이날 내놓은 '5월 경제동향'에서 "경기가 부진하다"는 판단을 3개월째 내렸다. 경기를 끌어내리고 있는 건 7개월 연속 감소세인 수출이다. 무역수지(수출-수입)는 1997년 5월 이후 가장 긴 14개월째 적자다. 경제를 책임졌던 반도체 경기가 식으면서 수출도 부진의 늪에 갇혀있다.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재고 증가 여파로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반도체 수출이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진 않으나, 비관적 지표만 있는 건 아니다. 1월 125억2,000만 달러까지 치솟았던 무역적자 규모는 점차 축소돼 지난달 26억2,000만 달러까지 작아졌다. KDI 평가대로 급격한 경기 하강세가 꺾인 점도 다행이다. KDI는 내수 부진이 완화하고 있다면서 소비가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내수의 한 축인 서비스업생산은 3월 전년 대비 6.2% 늘면서 전월 8.0%에서 이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여행 수요·대면 활동 확대로 숙박 및 음식점업(18.2%),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30.7%) 생산이 크게 늘었다. 다른 축인 소매판매 역시 1월 1.7% 감소에서 2, 3월 0.5% 증가로 올라갔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도 95.1로 전월 92.0보다 높아졌다.

내수를 토대로 완만한 경기 하강이 굳어진다면,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가 회복한다는 '상저하고'도 가까워진다. 2월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연간 성장률은 1.6%로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19 발병 초기 때를 제외하고 가장 낮다. 특히 상반기에 1.1%로 주저앉았다가 하반기엔 2.0%로 반등한다고 예측했다.

다만 물가를 보면 경기 회복론을 꺼내는 건 시기상조다. 4월 물가 상승률이 3.7%로 경기 위축 주원인인 고물가는 다소 약해졌지만 여전히 높다. 고물가에서 비롯한 높은 기준금리 역시 연내 내려갈지 불투명하다.

현재의 물가·금리 수준은 경기 부양을 위한 거시정책을 섣불리 쓰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히 정착하지 않은 상황으로 정책 기조를 경기 부양으로 전환하기엔 이르다"며 물가에 정책을 집중할 뜻을 보였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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