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폐막날 ‘신스틸러’는 젤렌스키... 인도 등 '친러' 신흥국에 협력 요청

입력
2023.05.22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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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군용기 타고 등장... 외교전 강행군
인도·인도네시아 정상 등 만나 협력 요청
"많은 국가와 지도자 끌어들일 것" 목표
바이든 "탄약·장갑차 등 추가 지원" 선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호텔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히로시마=UPI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호텔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히로시마=UPI 연합뉴스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21일, 주인공은 단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었다. G7 회의장이라는 무대에 마치 톱스타처럼 가장 나중에 등장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대 목표는 인도, 브라질 등 러시아와 가까운 신흥국 정상을 만나 협력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러시아와의 전쟁이 한창인 만큼, “우크라이나의 평화안에 가능한 한 많은 국가와 지도자를 끌어들이겠다”(21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트윗)는 생각에서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외교전은 그야말로 강행군이었다. 20일 히로시마 도착 직후부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회담에 이어 유럽연합(EU),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상들을 만났다. 21일엔 캐나다 인도네시아 정상과 회동한 후, 한국 인도 브라질 등 초청국 정상이 함께하는 확대회의에 참석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정상과 각각 만난 후 외신 기자회견도 갖는 등 꽉 찬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새로운 선물’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국방력 강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걸 하고 있다”며 “다음 단계의 군사지원 패키지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3억7,500만 달러(약 4,982억 원) 상당의 이 패키지엔 탄약과 포탄, 장갑차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그동안 미국이 꺼리던 F-16 전투기 지원에도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젤렌스키를 위한 G7 정상회의’라는 평가가 나올 법한 마무리였다. 이전과는 달리, 의장국 일본이 폐막일 하루 전인 20일 G7 정상선언문을 발표한 것도 전 세계 언론이 그에게만 주목해 공동성명 내용이 묻혀 버릴 것을 우려해서였다.

프랑스 중재로 젤렌스키 방일 '물밑 조율'

G7 정상회의의 ‘신스틸러’가 된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은 프랑스의 중재로 치밀하게 기획됐다. 2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날 그가 히로시마공항에 도착할 때 이용한 항공편은 프랑스 군용기인 A330이었다. 지난 14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G7 회의에 참석하고 싶다”며 “(프랑스가) 항공편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그는 프랑스를 비롯,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4개국을 순방하며 군사 지원을 요청했는데 이때부터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물밑 조율에 나섰던 셈이다.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을 들인 건 아직까지 러시아에 대한 공개 비난이나 제재 동참을 하지 않은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의 정상과 만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의장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G7 회원국 이외에 1, 2개 국가만 초청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글로벌 사우스’로 불리는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8개국을 초청했다. 중립적 입장을 표명해 온 국가들의 정상을 직접 만나 ‘서방 이외의 우군’을 만들고 싶어 한 젤렌스키 대통령 생각에 부합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전날 오후 그의 참석에 대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껏 띄워 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과 초청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확대회의에 참석해 나렌드라 모디(왼쪽) 인도 총리와 이야기하고 있다. 히로시마=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과 초청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확대회의에 참석해 나렌드라 모디(왼쪽) 인도 총리와 이야기하고 있다. 히로시마=AFP 연합뉴스


모디 인도 총리 "할 수 있는 것 다하겠다"

일부 성과도 있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로부터 “이 문제(러시아의 침공)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도, 나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발언을 이끌어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모디 총리와 만난 건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처음이다. 다만 모디 총리는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 비난은 하지 않아 “신중한 선 긋기를 했다”(CNN방송)는 평가다.

21일 오전엔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민간 인프라 시설이 파괴되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인도네시아의 의료 지원 방침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출을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합의가 지속되고 있는 것을 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히로시마=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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