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이재명, 가족까지 건드리며 으르렁… 멀어지는 '정치 복원'

입력
2023.06.11 14:35
수정
2023.06.1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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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中에 굴종한 천박한 인식 애잔"
中 싱하이밍 만난 이재명 '저자세' 직격
이재명은 SNS에 김기현 아들 기사 공유
코인업계 종사 중인 김기현 아들 겨냥해
김기현 "이 대표 아들 상습도박 사실인가"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로의 아들 문제까지 걸고넘어지면서 설전을 벌였다. 앞서 정치 복원 계기로 기대를 모았던 여야 대표 간 정책 대화 실시는 이로써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포문을 연 것은 김 대표였다. 그는 10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를 깎아내릴 수만 있다면 중국에 대한 굴욕쯤은 괜찮다는 이 대표의 천박한 인식이 애잔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8일 이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간 만찬 회동을 겨냥한 발언이다. 싱 대사는 이 자리에서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며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며 윤석열 정부 외교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김 대표는 "호국영웅들에 대한 폄훼와 비하에 급급한 민주당이 중국대사 앞에서는 다소곳하게 두 손 모아 오만불손한 발언을 열심히 받아 적으면서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이 대표를 작심 비판했다. 싱 대사가 내정 간섭에 가까운 논란성 발언을 하는 동안 야당 대표가 가만히 보고만 있었느냐는 지적이었다.

이 대표도 참지 않았다. 그는 같은 날 트위터에 김 대표의 아들에 관한 의혹을 다룬 언론 보도를 공유하면서 "김 대표가 답할 차례입니다"라고 썼다. 해당 기사는 김 대표 아들이 가상자산 업계에서 일하고 있으며, 거액의 업계 관련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대표가 원내대표 시절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주장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문제 삼았다. 김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의혹을 비판할 처지는 아니라는 주장인 셈이었다.

김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서 "아들이 직원 30명 정도 되는 중소 벤처기업(언오픈드)에 직원으로 취업한 게 뭐가 잘못된 일인가"라며 "회사 주식을 1주도 보유하지 않은 채 봉급 받고 일하는 회사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주장한 지 5개월 뒤에 아들이 취업했다며 이해충돌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아들이 상습 도박, 성매매를 한 것은 사실인가"라며 "이제는 이 대표가 답할 차례"라고 쏘아붙였다. 지난해 이 대표 장남이 상습 도박과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가족까지 거론하며 감정싸움을 벌이면서 여야 대표 간 정책 토론 성사에 대한 기대도 낮아지고 있다. 양측은 김 대표와 이 대표는 앞서 TV 공개 토론에 합의했지만, 방식을 두고 보름 넘게 이견을 보여왔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가 자꾸 비공식적인 만남을 요청하고, 국민이 지켜보는 정책 대화는 미루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자꾸 대화는 안 하고 논쟁만 하자고 하니까 답답한 노릇"이라며 이 대표에 책임을 돌렸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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