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장관, 야당 의원들과 숨바꼭질… '잼버리 논의' 여가위 파행

입력
2023.08.25 18:00
수정
2023.08.25 21: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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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 참고인 합의 불발 이유로 불참
야당, 대기실 등 찾았으나 김 장관 없어
반쪽 회의에선 "김 장관 해임 건의해야"

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권인숙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이 전체회의에 출석하지 않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찾아 국회를 돌아다니다 만난 여가부 대변인에게 장관의 위치를 묻고 있다. 권 위원장은 장관의 위치를 묻자 대변인이 화장실로 피했다고 했다. 연합뉴스

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권인숙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이 전체회의에 출석하지 않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찾아 국회를 돌아다니다 만난 여가부 대변인에게 장관의 위치를 묻고 있다. 권 위원장은 장관의 위치를 묻자 대변인이 화장실로 피했다고 했다. 연합뉴스

"대변인님, 잠깐만요. 도망가지 말고 오세요. 여성가족부 장관 어디 있어요." (권인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국회에 계십니다." (조민경 여가부 대변인)

"국회 어디요. 갑시다. (조 대변인이 화장실에 들어가자) 어디 화장실로 도망가요." (권 위원장)

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벌어진 촌극이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과 관련한 현안질의에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국회 경내에 있으면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야당 의원들이 직접 찾아 나선 것이다. 화장실 앞에서 마주친 여가부 대변인에게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해 국무위원 대기실까지 찾아갔지만 김 장관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 여가부는 출입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공지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금일 여가위 불참 통보를 한 적이 없으며, 참고인 합의가 되지 않아 여당의 출석이 확정되지 않았고, 이에 국회에서 출석 대기 중임을 알려드립니다."

이날 회의는 당초 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여가부를 상대로 현안질의를 진행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증인 명단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을 보이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했다. 김 장관 등 주요 기관장들도 '참고인 합의 불발'을 이유로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당초 민주당은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의 출석을 요구했는데, 국민의힘은 무리한 요구이며 전 정권 인사들의 출석도 수용하지 않았다며 불참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김 처장의 출석 요구를 철회했음에도 국민의힘 의원들과 김 장관 등이 나타나지 않은 것을 성토했다.

권인숙(오른쪽)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등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가위 전체회의에 불출석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찾기 위해 대기실로 향하고 있다. 권 위원장 등은 김 장관이 국회에 왔지만 상임위에 출석하지 않는다며 대기실 등을 찾아다녔다. 뉴스1

권인숙(오른쪽)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등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가위 전체회의에 불출석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찾기 위해 대기실로 향하고 있다. 권 위원장 등은 김 장관이 국회에 왔지만 상임위에 출석하지 않는다며 대기실 등을 찾아다녔다. 뉴스1

야당만 참석해 진행된 회의에서는 김 장관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권 위원장은 "이미 확정되고 통보된 회의에 여가부 장관이 참석하지 않고, 경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고인 문제로 참여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태도는 국민을 능욕하고 국회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잼버리 문제를 제대로 밝히기 위해 김관영 (전라북도) 지사가 대기하고,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김윤덕 의원도 대기하는데 주 책임자이고 의무 참석자인 여가부 장관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야당 간사인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경호처장을 제외해 달라는 (국민의힘의) 안을 받아들이면서 협상을 하고 현안질의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했다"며 "책임있게 잼버리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국회의 의무"라고 여당 의원들과 김 장관의 불참을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 장관 출석을 위해 '국무위원 출석 요구의 건'을 의결했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하다 하다 (여당이) 장관까지 숨겼다"며 "출석 요구를 해야 장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위원장께서 여가부 장관의 귀책사유를 물어 고발을 검토하거나, 상임위 차원에서 장관 해임 건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그러나 출석 요구서를 전달받은 후에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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