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빨리 파괴할수록 더 좋다”… 우크라 ‘짝퉁 무기’ 맹활약

입력
2023.09.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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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철강회사 '멧인베스트'
전쟁 이후 '짝퉁 무기' 제조 전념
러 오인사격으로 전력 손실 유도
미국, 에이태큼스 지원 검토 중

올해 1월 9일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미군으로부터 지원받은 M777 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AP 연햡뉴스

올해 1월 9일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미군으로부터 지원받은 M777 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AP 연햡뉴스

1년 6개월 이상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짝퉁 무기’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폭발 장치 없는 미사일, 발사되지 않는 대포, 감지 능력 없는 레이다 등으로 러시아군의 오인 사격을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한마디로 러시아군 전력의 무의미한 손실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미국 CNN방송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철강회사 멧인베스트가 제작하는 D-20 곡사포와 미국산 M777 곡사포, 방공레이다 등 가짜 군사 장비와 이들의 활약상을 소개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전만 해도 무기 제작과 거리가 멀었던 이 업체는 우크라이나군을 돕기 위해 ‘짝퉁 무기’ 생산에 뛰어들었다. ‘러시아군의 오판을 이끌어낼 미끼 무기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직접 냈다.

가짜 무기 주문은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암호화된 메시지로 받는다. 무기 제작 경험이 없기에 구글에서 무기 관련 이미지를 검색하고 철이나 합판, 버려진 목재 등으로 실제와 똑같이 생긴 모조품 무기를 만든다.

짝퉁 무기의 ‘성능’을 가늠하는 척도는 러시아군에 의해 △얼마나 빨리 △발각되고 △실제 파괴되느냐’에 있다. 적의 미사일과 탄약을 쓸데없는 곳에 허비해 소진시키는 게 목적인 탓이다. 우크라이나군 입장에선 적은 비용으로 적의 공격을 한 차례 막은 셈이 된다. 일례로 M777 곡사포의 실제 가격은 수백만 달러(수십억 원)에 달하는데, 모조품은 고작 1,000달러(약 133만 원) 미만이다. 0.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반대로 짝퉁 무기가 전장에서 오래 버틸수록 실패로 간주된다. 러시아군을 속이지 못한 셈이어서 전장에서 철수시킨 뒤 다시 제작한다. 멧인베스트 관계자는 “우리는 생산 수량이 아니라, 전쟁터에서 파괴된 짝퉁 무기 수를 센다”며 “미끼 무기가 빨리 파괴될수록 회사엔 더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가짜 무기 만들기 기술은 더 정교해지고 있다. 값싼 합판뿐 아니라 금속도 충분히 사용하고, 러시아군의 열추적 레이다도 속여야 하기에 발열 장치를 넣는 속임수까지 쓴다. 멧인베스트는 “지금까지 우리가 생산한 가짜 무기 수백 대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로선 미사일 수백 발을 허공에 날린 셈이다.

미국, 우크라에 '에이태큼스' 지원 임박

지난해 12월 2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환영 인사를 받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환영 인사를 받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전쟁 장기화 속에 서방의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도 과감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집속탄이 장착된 장거리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등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결정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강철비'라는 별칭을 가진 집속탄은 넓은 지역의 목표물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는 데 쓰이지만, 무차별 살상 위험 때문에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국제사회에서 사용금지 협약까지 체결돼 있다. 지난 7월 미국의 지원 방침 발표 당시에도 논란이 일었는데, 이에 더해 집속탄을 먼 거리에 퍼부을 수 있는 에이태큼스까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수차례 에이태큼스 지원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에이태큼스는 소형 폭탄을 300여 발 장착할 수 있는 데다, 사거리도 300㎞가 넘는다. 지금까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150㎞였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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