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국 '정보조사국' 수장 한국 찾는다... 김정은-푸틴 회담 대응 논의

입력
2023.09.15 04:30
수정
2023.09.15 10: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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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 국회사진기자단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 국회사진기자단

미국 국무부 산하 '정보조사국'(INR)의 브랫 홀름그랜 차관보가 한국을 방문한다. 해외정보분석기관인 INR 고위급 인사의 방한은 흔치 않은 일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직후 한미 양국이 파악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책을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14일 정보당국에 따르면, 홀름그랜 INR 차관보는 다음 주 초 입국해 국가정보원과 외교부를 비롯한 관계 당국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홀름그랜 차관보는 미 중앙정보국(CIA) 선임 분석가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백악관과 국무부 등에서 대테러 분석가로서의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21년부터 INR 차관보를 맡아왔다.

INR을 비롯해 미 정부는 16개 정보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INR은 2001년 9·11 테러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앞서 정확도 높은 예측과 분석을 통해 입지를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와 중앙정보국(CIA) 국장인 윌리엄 번스가 대표적인 INR 출신 인사다. 번스 국장은 자신의 저서 ‘막후 채널(The Back Channel)’을 통해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WMD)를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당시 INR이 생산한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정부 당국자는 홀름그랜 차관보 방한을 “양국 정보 협력을 위한 의례적인 (기관) 교류 차원”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어 “이미 사전에 예정돼 있던 일정”이라며 특정 목적의 방문이 아니라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홀름그랜 차관보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그의 방한 시점이 의미심장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로 건너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무기 거래' 회담을 마친 뒤 열리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전후 북한과 러시아 내부의 은밀한 움직임에 대한 양국 정보를 심층적으로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러시아는 이번 회담에 관여한 인사들이 조만간 수도 모스크바로 복귀하면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회담 내용을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미 정부가 획득한 정보를 자국 언론에 선제적으로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그때까지도 북한이나 러시아의 발표는 없었다. 따라서 국정원과 외교부는 홀름그랜 차관보와의 만남을 통해 미 정부의 선진 정보 역량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이미 INR을 본뜬 ‘외교정보분석팀’을 운영하고 있다.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전담 조직이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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