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초청으로 푸틴 평양 간다... 4년 전 시진핑 방북보다 위험한 이유

입력
2023.09.15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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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 및 연회 일정을 마친 뒤 다음 방문지를 향해 떠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배웅을 받고 있다. 보스토치니=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 및 연회 일정을 마친 뒤 다음 방문지를 향해 떠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배웅을 받고 있다. 보스토치니=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락하면서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푸틴이 방북할 가능성이 커졌다. 성사되면 2000년 이후 10여 년 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4일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이 편리한 시기에 방문해 줄 것을 정중히 초청했다"며 "푸틴 대통령도 흔쾌히 수락했다"고 전했다. 전날 보스토치니에서 열린 정상회담 직후 만찬에서 주고받은 대화다. 크렘린궁도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시진핑 방북은 '외교'에 방점… 푸틴 온다면 '군사' 협력 과시

외국 정상이 극단적으로 폐쇄된 북한을 찾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총 16차례(2019년 남북미 정상회동 포함)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외국 정상을 북한으로 초청해 만난 것은 세 차례에 불과하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같은 해 11월 북한-쿠바 정상회담, 2019년 6월 북중 정상회담이다.

이 가운데 푸틴의 방북과 견줘볼 만한 사례는 4년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찾았을 때다. 표면적으로 수교 70주년 기념과 북중관계 강화가 명분이었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만나기 4개월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노딜'로 끝나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북한의 뒷배인 중국과 비핵화 협상력을 높이고 외교 역량을 확충할 작전타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푸틴이 실제 북한을 방문한다면 당시와는 관심사가 상당히 다른 상황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노골적으로 무기 거래를 표방하며 국제사회에 도전하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4년 전엔 고립돼 있던 김정은이 북미 대화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시진핑에게 손을 내민 형국이었다면, 이번엔 오히려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고 볼 정도로 북한의 위상이 달라진 상황에서 양국 간의 군사 협력을 상징적으로 과시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시진핑에 이어 푸틴까지 김정은 체제의 북한을 방문한다면 북한이 경제적으로 중국, 군사적으로 러시아와 사회주의 연대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6월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금수산 영빈관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019년 6월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금수산 영빈관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푸틴 방북, 언제쯤 성사될까?

푸틴의 방북 시점을 놓고 관측이 분분하다. 양 교수는 "올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집중하고 있고, 내년 3월 대선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3월 푸틴이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평양을 찾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반면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의 절박함이 김정은의 방러를 성사시킨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에 따라 절박함이 가중된다면 전쟁 중에라도 평양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푸틴이 방북하더라도 중국을 더해 북중러 연대가 급진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북중·북러·중러 관계는 각각의 시급성과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부분"이라며 "한미일 공조에 대응한 북중러의 결속 강화는 현재로선 후순위"라고 분석했다. 남 교수 역시 "북한은 김일성 주체외교에 따라 어느 쪽에도 종속되지 않도록 모스크바와 베이징 간 '등거리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푸틴의 방북과 북중러 연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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