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서 여성 20명 살해" 글 올린 20대, 법원 '살인예비죄' 인정

입력
2023.11.08 18:26
수정
2023.11.0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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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글 게시한 혐의는 무죄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서 여성을 살해하겠다는 예고글을 인터넷에 올린 남성 이모씨가 7월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서 여성을 살해하겠다는 예고글을 인터넷에 올린 남성 이모씨가 7월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예고글을 올린 2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양진호 판사는 8일 살인예비, 협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26)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수의 시민이 상당한 불안을 느꼈을 것으로 보여 피해가 적지 않다"면서도 "범행이 기사화된 직후 자수했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살인을 목적으로 30㎝가 넘는 흉기를 구입한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요일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고 글을 올린 혐의로 7월 구속기소됐다. 그가 글을 올린 날은 20대 남성을 살해한 신림역 흉기난동범 조선(33)이 범행한 지 사흘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씨는 앞서 3~7월에도 인터넷에 "한녀(한국 여성)들 죄다 묶어놓고 죽이고 싶다"는 등 여성을 향한 공격성을 표출하는 글을 1,700여 건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씨가 여성 혐오감과 증오심을 기반으로 공포를 유발하는 문언을 반복 게재했다고 보고 정보통신망법 위반(불법정보의 유통 금지) 혐의도 적용했다.

법원은 이씨의 살인예비와 협박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여성 혐오성 글을 게시한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게시글로 인한 피해자 수가 특정되지 않았고, 일부 부적절하고 저속한 표현을 사용했으나 피해자들에게 공포나 불안을 유발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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