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공격의 눈' 확보 김정은, 추가 발사로 한반도 위협 수준 높인다

입력
2023.11.23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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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전략핵·정찰위성 3축 플랫폼 마련
한미 군사동향 파악 및 타격 능력 향상
북 "빠른 기간 내 수 개 위성 추가 발사"

북한이 21일 오후 10시 42분쯤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21일 오후 10시 42분쯤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올해에만 5월과 8월, 11월까지 세 차례 군사정찰위성을 쐈다. 심지어 앞서 두 차례 실패과정에서 발사 당일 곧바로 추가 발사를 예고하며 광적으로 집착했다. 군사정찰위성 보유 여부에 따라 북한의 전력지수에서부터 핵무력 위협 수준이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정찰위성, 핵보유국 지위의 '마지막 퍼즐'

북한 1~3차 위성 발사 비교. 김대훈 기자

북한 1~3차 위성 발사 비교. 김대훈 기자

정찰위성은 전술핵, 전략핵에 이어 북한판 '3축 체계'의 마지막 퍼즐로 꼽힌다. 중국이 일찍이 핵무력 완성의 척도로 전술핵과 전략핵, 정찰위성을 뜻하는 '양탄일성'(兩彈一星·두 개의 탄과 하나의 별)을 강조했을 정도다. 핵전력을 갖춰도 정찰위성이 없다면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무기를 발사하기 위해서는 '눈'을 가져야 한다"며 "정찰위성이 있어야 핵보유 국가의 위상을 갖출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저궤도 정찰위성에 일정 해상도 이상의 카메라 장비를 장착하면 한반도 주변의 군사장비와 부대 위치, 활동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위성 발사에 성공하게 되면 적을 인지하고 타기팅하는 데 있어 역량이 한 단계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도 "위성은 상대의 군사기지, 무기체계, 군사동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미사일을 운용할 때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북, 2021년 당대회서 군사강국 공언… 정찰위성만 성과 없어

북한이 21일 오후 10시 42분쯤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TV=뉴시스

북한이 21일 오후 10시 42분쯤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TV=뉴시스

정찰위성은 북한의 숙원이었다. 핵추진 잠수함과 더불어 북한이 개발과 전력화의 문턱을 넘지 못한 무기체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 핵·미사일 능력 강화를 위한 전략무기 개발을 최우선 과업으로 제시하면서 △초대형 핵탄두 △고체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극초음속무기 △핵잠수함 △군사정찰위성을 우선 추진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앞서 두 차례 발사에서 모두 실패하며 김 위원장 체면을 구겼다.

탈북민 출신 한 북한 군사전문가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정찰통신위성을 보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며 "한국이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상황에서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연달아 실패해 고심이 더욱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확실한 성공을 위해 이미 공언한 10월을 넘기고 추가적 준비를 거친 만큼 북한으로선 외형상 인공위성 비슷한 물체가 궤도에 올라가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며 "이번 발사 시점은 기습성도 있지만 발사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도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북, 추가 위성 발사 예고… 한반도 위협 수준 높인다

북한이 만리경 1호의 초기운용 및 영상 송수신에 성공한다면 다음 행보는 추가적인 위성 발사와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앞으로 빠른 기간 안에 수 개의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해 남조선 지역과 공화국 무력의 작전상 관심지역에 대한 정찰능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 이를 제출하게 된다"고 밝혔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정찰위성을 많이 쏘아 올리면 동향을 사실상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그 정밀도가 훨씬 더 올라가게 된다"며 "광학 카메라의 해상도까지 어느 정도 보장된다면 주한미군의 한반도에 대한 지원도 마음 놓고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여러 기의 위성을 연속적으로 발사하겠다는 발표로 봐서 발사를 위한 구성품은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핵추진 잠수함도 북한이 예고하고 있는 차기 개발 전력이다. 앞서 9월 북한은 수중 핵공격이 가능한 첫 전술핵공격 잠수함인 '김군옥 영웅함'을 건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정상운용이 불가능하다"고 분석했지만, 김 위원장은 "앞으로 계획돼 있는 신형 잠수함들 특히 핵추진 잠수함과 함께 기존 중형 잠수함들도 발전된 동력체계를 도입하고 전반적 잠항작전 능력을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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