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탐사에 한 걸음, 수증기 대기 품은 외계행성 발견

ET탐사에 한 걸음, 수증기 대기 품은 외계행성 발견

입력
2023.11.22 19:00
25면

편집자주

퀘이사와 블랙홀 등 온갖 천체를 품은 '우주'는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대상이다.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우주에 대한 탐구 작업과 그것이 밝혀낸 우주의 모습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외계행성 WASP-107b의 상상도. WASP-107b는 항성 바로 근처를 공전하면서 대기를 갖춘 외계행성이다. NASA 제공

외계행성 WASP-107b의 상상도. WASP-107b는 항성 바로 근처를 공전하면서 대기를 갖춘 외계행성이다. NASA 제공


제임스웹이 찾은 WASP-107b
이산화황, 규산염 대기 확인
외계행성 연구의 철학적 의미

지난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외계행성 'WASP-107b'의 대기에 수증기와 이산화황, 그리고 규산염 구름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외계행성 대기를 연구해 그 구성성분을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 발견을 새삼 언급하는 이유는 우리가 외계생명체를 품은 외계행성 발견에 한 걸음 다가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서다.

'행성'은 태양과 같이 무겁고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빛나는 '항성' 주변을 도는 지구와 같은 천체를 뜻한다. 우리 태양계는 태양과 8개 행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태양계를 넘어선 곳에 있는 행성을 외계행성이라고 한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외계행성이 4.3광년 떨어져 있는 만큼 외계행성은 빛으로 최소 4.3년 이상을 가야 할 정도의 먼 거리에 있다(수십에서 수만 광년 또는 그 이상). 외계행성이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1992년이었으나 그때 발견된 외계행성은 너무 특수한 환경에 있어서 그런지 그 연구의 파급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러다가 1995년 마요르와 쿠엘로 두 천문학자(훗날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가 우리 태양과 매우 흡사한 특성을 가진 페가수스자리 51번째라는 항성 옆에 있는 외계행성을 발견한다. 그 연구에서 비교적 쉽게 외계행성을 찾을 수 있는 관측기법을 제시하면서 관련 연구는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몇 개 발견되지 않았던 외계행성이 2023년 11월 현재 5,540개나 발견됐고 이제는 외계행성 대기 성분까지 분석할 수 있게 됐다.

그래픽=신동준기자

그래픽=신동준기자

외계행성이라고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이 외계생명체다. 외계행성의 대기 성분 연구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대기 성분이 외계생명체 존재 여부를 나타내주기 때문이다. 지구의 경우 질소, 산소 분자가 대기를 이루는 주요 분자다. 그러나 태양계 다른 행성에서는 산소가 대기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산소가 다른 원소와 쉽게 결합해 다른 분자를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산소와 탄소가 결합해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행성 대기에는 산소가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상하게도 지구 대기에 산소가 다량으로 있다. 그것은 식물이라는 생명체가 지구 대기에 계속 산소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외계행성 대기의 산소를 외계생명체 유무를 알려주는 바이오마커(biomarker, 생명체 존재 지표)로 간주하고 있다. 만약 대기에 산소가 지구만큼 다량 존재하는 외계행성이 발견된다면 외계생명체 존재를 강하게 시사하는 세기의 발견이 될 것이다.

물론 물리적, 화학적 환경이 비슷해도 그런 환경이 생명체의 발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렇지만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외계행성에서 얼마나 자주 외계생명체가 발견되는지를 알게 되면 생명체의 보편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외계생명체의 징표를 우주 곳곳에서 발견한다면 그야말로 SF 영화에서 봐왔던 미래가 그려질 수도 있겠다.

반대로 아무리 찾아도 외계생명체 존재 증거를 잘 찾을 수 없다면? 그렇다고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지구, 그리고 인류가 그냥 우주의 하찮은 티끌이 아니라 매우 특별하고 소중히 다루어야 할 티끌이 되는 것이니까. 이렇듯 외계행성 연구는 인류의 소중함과 우주에서의 위치를 일깨워 주고 인류의 철학적 사고의 대변혁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사실 외계행성 연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과학이 그런 뜻깊은 인류의 활동이다. 과학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호기심의 충족이나 돈을 더 벌기 위한 수단 이상으로 인간을 세상에 대한 무지에서 깨어나게 해 더 나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길을 열어준다는 더 높은 가치가 있는 일임을 외계행성 연구가 일깨워 주고 있다.

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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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신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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