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찰위성, 양보할 수 없는 정당방위권 행사"… 북러 협력 가속화할 듯

입력
2023.11.24 18:00
수정
2023.11.24 22: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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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기술총국 찾아 격려 후 자축연 개최
'우주강국 새 시대', '경이적 사변' 차별화 강조
"내년 상반기 러 광학기술 접목 4차 위성 쏠 듯"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23일 '만리경-1호' 발사 성공을 격려하기 위해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을 찾아 과학자·기술자들의 환대를 받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23일 '만리경-1호' 발사 성공을 격려하기 위해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을 찾아 과학자·기술자들의 환대를 받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차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를 성공으로 규정한 지 이틀 만에 성공을 자축하는 행사를 열었다. 국제사회 비판을 의식한 듯 '정당방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주강국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의미 부여도 잊지 않았다. 이번 발사를 계기로 내년 상반기까지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우주강국의 새 시대 예고"… 김정은 시대 차별화

노동신문은 24일 김 위원장이 전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을 방문해 과학·기술자들을 격려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축하 연회도 열었다. 사진촬영과 연회에는 김 위원장의 딸 주애도 동행했다.

김 위원장은 위성 발사와 관련해 "적대세력들의 각양각태의 침략적 행동을 억제·통제·관리하기 위해 추호도 양보할 수 없고, 순간도 멈출 수 없는 정당방위권의 당당한 행사"라며 "혁명사에 영웅적 개척과 비약적 발전의 대명사인 '천리마'를 새긴 신형운반로켓이 우주강국의 새 시대를 예고하며 솟구쳐 올랐다"고 평가했다. 이어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기도와 준동을 상시 장악하는 정찰위성을 우주의 감시병으로 배치한 경이적 사변은 우주과학전사들이 이룩한 값비싼 승리"라고 치하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위성 발사 성공은 북한이 제시한 국방력 발전 5대 중점목표 중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인 만큼 김정은의 치적으로 집중 홍보할 것"이라며 "김정은 시대의 차별화와 함께 국방분야 성과를 앞세워 저조한 민생분야를 만회해 체제를 결속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23일 목란관에서 열린 만찬 연회에 참석해 관계자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23일 목란관에서 열린 만찬 연회에 참석해 관계자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내년 상반기 러 광학기술 적용한 4차 위성 발사 예상"

김 위원장은 조만간 추가 위성 발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찰위성 발사 성공으로 공화국의 전쟁 억제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했다"며 과학·기술자들에게 "더욱 분발해 당이 제시한 항공우주정찰능력 조성의 당면·전망목표를 향해 기세차게 총매진하라"고 당부했다. 지난 22일에도 "다양한 정찰위성을 더 많이 발사해 궤도에 배치해 적에 대한 가치 있는 실시간 정보를 풍부히 제공하고 대응 태세를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이 북핵 정세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상반기 중 러시아의 광학기술을 접목해 정밀도를 높인 위성체를 쏘아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2025년은 노동당 창건 80주년이자, 북한이 제시한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성과를 총결산하는 해"라며 "가능한 한 빨리 고도화된 위성체를 탑재한 4차 위성 발사에 나선 뒤 용산(대통령실·국방부), 원전, 계룡대(육·해·공군 본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등을 촬영한 정밀 사진을 공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만리경-1호의 광학기술은 군사위성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조악하다는 평가가 많다. 군 관계자는 "국내 기관과 미국 측이 정밀 분석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며 "정상 작동에 대한 평가는 이르면 이번 주말쯤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과 리사 프란케티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24일 부산작전기지에 정박 중인 미국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함 함장실에서 양국 해군 간 군사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해군 제공

양용모 해군참모총장과 리사 프란케티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24일 부산작전기지에 정박 중인 미국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함 함장실에서 양국 해군 간 군사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하루 2~4회 한반도 지나… "정상 작동 판단 주말쯤 가능"

'오브트랙' 등 복수의 위성 추적 웹사이트는 만리경-1호가 고도 518㎞ 지점에서 초속 7.6㎞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구를 도는 주기는 94.7분으로 하루에 15바퀴를 돌 수 있는 것이다. 궤도상 한반도 인근 상공을 지나는 횟수는 하루 2~4회다. 미 우주군은 22일(현지시간) 만리경-1호에 식별을 위한 공식 위성번호를 부여했다.

한편 북한 위성 발사에 대응한 한미 군사협력 논의도 이어졌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부산작전기지에 정박 중인 미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함'에서 리사 프란케티 미 해군참모총장과 만나 양국 해군 간 군사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 총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는 엄중한 안보 상황 속에서 더욱 긴밀히 협력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자"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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