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금리에도 자동차세는 올해도 증세... 서민 부담 가중

입력
2024.01.05 04:30
수정
2024.01.05 08: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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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세 연납 할인율 7%→5% 축소
금리 급등에 '할인폭 재검토'라던 정부
금리 인상 멈추자 예정대로 축소
여전한 고금리·고물가 속 증세 부담도

서울 사직로 일대 광화문 방향으로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사직로 일대 광화문 방향으로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동차세 증세가 이뤄진다. 1년에 두 차례(6·12월) 나눠내야 하나 연초(1월)에 한꺼번에 내면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연납)의 할인율이 2%포인트(7%→5%) 줄어서다. 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억제하려 급격한 금리인상이 이뤄지자 "할인율 축소를 재검토하겠다"던 정부가, 최근 금리인상 중단 기조에 예정대로 할인율을 낮춘 것이다. 금리인상은 멈췄지만, 고금리 고물가 현상이 여전한 데다 증세까지 이뤄지면서 서민들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4일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세 연납세액 공제(할인율)가 5%로 조정된 고지서가 조만간 각 가정으로 발송된다. 이는 2020년 12월 개정된 지방세법시행령 125조(자동차 소재지 및 신고납부) 6항에 따른 것이다.

연납 할인은 처음 시행된 1994년 당시 고금리(12.7%) 상황 등을 고려해 할인율이 10%로 정해진 뒤 줄곧 유지돼 왔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례 없던 0%대 초저금리 시대로 바뀌었다. 당시 정부는 "할인율이 과하다"는 판단에 따라 할인율을 지난해 7%로, 올해는 5%, 내년부터는 3%로 점차 축소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때 풀린 돈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각국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또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3.5%로 올렸고, 그 영향으로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6~8%대 수준으로 뛰었다. 2금융권 예적금은 6, 7%대 상품이 즐비했다. 납세자들은 굳이 자동차세를 미리 낼 강력한 유인이 사라진 셈이다. 지자체에는 불만을 나타내는 민원도 잇따랐다. 이에 행안부도 "금리 수준 등을 고려해서 2024년 할인율을 예정대로 5%로 낮출지 아니면 7%를 유지할지 등을 하반기에 다시 한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이후로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고,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오르던 시장금리도 상승세를 멈췄다. 할인율 재검토 논의도 없던 일이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4월쯤 행안부와 전국 시도의 지방세 제도개선 토론회 때 행안부가 '(연납 할인은) 금리와 여러 가지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한 이후 얘기가 없었다"며 "가을쯤 문의했더니 '2024년 할인율은 예정대로 5%로 한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연납하면 여전히 5%가 할인돼 (납세자가 납부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며 "자동차세 외에는 이런 할인 제도도 없다"고 할인율 축소 기조 고수 의사를 밝혔다.

고금리 여전해 연납 대신 6·12월 나눠내는 게 이득?

자동차세 연납 할인폭 축소 내용이 담긴 지방세법시행령 125조 6항은 2020년 12월 31일 신설됐다.

자동차세 연납 할인폭 축소 내용이 담긴 지방세법시행령 125조 6항은 2020년 12월 31일 신설됐다.

할인 혜택 축소로 연납하는 시민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의 경우 10% 할인해줬던 2022년 1월 연납 건수는 127만 건이었으나 할인율을 7%로 축소한 지난해 1월엔 125만6,000여 건으로 1만4,000건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세수는 97억 원(2,728억 원→2,825억 원) 증가했다.

여전히 고금리와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서민들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올해 연납 할인율과 엇비슷한 5% 안팎의 예적금 상품이 상당하고, 대출 금리는 이 보다 더 높은 경우가 많아서다. 한 직장인은 "연초에 납부하지 않고, 통장에 넣어뒀다가 6월, 12월 내는 게 오히려 이자 더 붙는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공제율 추가 감축으로 연납 신고 건수는 더 줄 것으로 보여 세수가 늘어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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