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없는 세상 꿈꾼다' 자동차 사각지대 없애는 기술 개발한 손승서 에이스뷰 대표

입력
2024.02.28 05: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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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여러 대로 고속 주행하는 차량의 전체 영상을 보여주는 시스템 개발
해외 군용차량 등에도 수출

2021년 경기 파주의 버스 승객 사망 사건, 지난해 5월 경기 수원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사망 사건, 같은 해 6월 서울 아산병원의 유명 흉부외과 전문의 주석중 교수의 사망 사고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자동차 사각지대와 관련 있는 사고들이다.

파주 사고는 하차하던 여성의 옷자락이 버스 뒷문에 끼인 것을 미처 알지 못한 운전기사가 버스를 출발하면서 발생했다. 지난해 수원 사고는 우회전 신호를 위반한 버스 기사가 길을 건너던 아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주 교수 사고도 신호에 맞춰 우회전하던 트럭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자전거를 보지 못해 일어났다.

버스나 트럭처럼 자동차가 클수록 뒤와 옆, 전방 아랫부분 등 운전자에게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승용차도 지붕과 차체를 연결하는 기둥(필러)이 운전자의 전방 45도 방향 시야를 가린다. 그만큼 사각지대 때문에 교통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난다.

신생기업(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은 세상에 없는 것을 창조하기도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불행을 제거하는 데도 쓰인다. 2016년 에이스뷰를 창업한 손승서(62) 대표는 안타까운 자동차 사고를 보다 못해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의 목표는 자동차의 사각지대를 없애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이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그를 만나 사각지대를 없애는 기술에 대해 알아봤다.

손승서 에이스뷰 대표가 특허 기술로 개발한 자동차 사각지대를 없앤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여러 대의 카메라로 빠르게 달리는 차량의 전후좌우를 촬영해 소프트웨어로 연결한 뒤 한 화면에 보여준다. 윤서영 인턴기자

손승서 에이스뷰 대표가 특허 기술로 개발한 자동차 사각지대를 없앤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여러 대의 카메라로 빠르게 달리는 차량의 전후좌우를 촬영해 소프트웨어로 연결한 뒤 한 화면에 보여준다. 윤서영 인턴기자


소프트웨어, 카메라 부품 개발 등 네 번 창업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손 대표는 1992년부터 사업을 했다. 그의 사업경험을 보면 다사다난의 연속이다. 시작은 컴퓨터였다. "원래 컴퓨터를 좋아했어요. 1980년대 도스 운용체제로 작동하던 286 AT 컴퓨터를 사용했죠. 그러면서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해 어도비의 '포토숍' 등 사진 편집 프로그램을 즐겨 이용했어요."

1992년 PC통신에 올라온 사진 편집 프로그램을 보고 마음이 끌린 그는 대뜸 개발자에게 연락해 사업을 제안했다. 그렇게 창업한 첫 회사 컴앤컴은 포토숍을 대체할 만한 사진 편집 프로그램 '사진창고'를 내놓았다. "당시 포토숍은 기능이 뛰어나지만 작업이 오래 걸려 사진관에서 하루에 앨범을 1, 2권밖에 만들지 못했어요. 그런데 사진창고는 작업 속도가 훨씬 빨랐죠. 하지만 시대를 앞선 기능을 사람들이 잘 몰라서 사업을 접었어요."

2000년대 초반 두 번째로 동광반도체를 창업하며 영상 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차량용 길 안내장치(내비게이션)와 영상녹화장치(블랙박스)에 들어가는 카메라 부품을 개발했죠. 그러나 관련 분야에 수많은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해 힘들었어요."

2010년 세 번째로 창업한 카비는 차량보조시스템(ADAS)을 개발하는 업체였다. "차량의 전방 추돌을 막기 위한 카메라를 개발했어요. 그런데 당시 기술의 한계로 비가 오거나 캄캄한 밤이 되면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았어요. 맑은 날만 쓸 수 있었죠. 그 바람에 사업을 접고 영상을 좌우하는 핵심 소프트웨어인 영상 코덱 개발에 뛰어들었죠."

그렇게 2016년 네 번째 회사 아이엔티코리아를 설립해 2021년 에이스뷰로 개명했다. "제가 원하는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이번에 모든 것을 걸고 뛰어든 마지막 창업이죠."

카메라 4~6대로 차량 감싸듯 촬영

자동차 사각지대를 없애는 기술을 개발한 계기는 아이들의 교통사고 기사였다. "하차나 후진 때 발생한 아이들의 교통사고 기사를 보면 안타까웠어요. 대부분 운전자가 볼 수 없는 자동차 사각지대 때문이었죠. 그래서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에이스뷰 3D AVM'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에이스뷰 시스템의 원리는 간단하다. 자동차 주위에 카메라를 달아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다. "자동차 앞뒤, 중앙과 좌우에 하나씩 총 4대의 카메라를 설치해요. 초광각렌즈를 사용하는 카메라여서 마치 위에서 자동차를 내려다보는 듯한 360도 영상을 보여주죠. 버스는 내부에도 카메라를 부착해 차내 상황을 보여줘요."

360도 영상을 보여주는 것은 소방청 요청이다. "소방청 산하 소방기술원에서 좁은 골목을 많이 다녀 사고 염려가 있는 소방차 주변의 360도 영상을 보고 싶다고 요청했어요. 택시나 버스도 내리는 승객이 뒤에서 오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보지 못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후방 영상이 필요하죠."

이렇게 촬영한 전체 영상을 중심으로 전후좌우 4분할 화면이 차량 내 설치된 10, 12인치 모니터에 함께 표시된다. "12인치 모니터는 차량 주변과 내비게이션이 한 화면에 표시돼 운전자 입장에서 공간을 가리지 않아 편하죠."

트레일러처럼 길이가 20m 이상인 차량도 사각지대를 해소했다. "트레일러 같은 초장축 차량은 카메라를 6대 장착해요. 트레일러의 사각지대를 없앤 것은 세계 최초입니다."

통학 차량의 운행 상황 부모가 알 수 있어

원리는 간단하지만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 주변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한 화면에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특별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카메라를 많이 부착해도 빠르게 움직이는 자동차의 전체 영상을 볼 수 없어요. 그래서 다른 시스템들은 사각지대가 생겨요.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각 카메라가 겹치는 부분이 발생하도록 촬영해 소프트웨어로 정교하게 합쳐서 사각지대를 없앴죠. 특히 100㎞ 이상 고속으로 달려도 영상이 뭉개지지 않아요. 덕분에 이 기술은 조달청에서 성능을 인정받아 K마크를 받았어요."

손 대표는 선명한 영상을 위해 카메라까지 직접 개발해 생산한다. "0.001룩스에서도 고화질(HD)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개발했어요. 불빛이 거의 없는 밤에도 촬영할 수 있죠. 경기 시흥 공장에서 카메라와 차량에 장착하는 본체를 만들어요. 본체는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LTE통신을 통해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는 역할을 하죠."

영상을 서버로 전송하는 이유는 차량 관제 서비스 때문이다. 차량 관제 서비스는 국내외 특허를 받았다. 실시간 차량 영상을 운전자뿐 아니라 관리 감독 기관이나 학부모가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다. "아이가 탄 차량의 운행 상태와 실내 영상을 부모가 알 수 있도록 보여주죠."

특히 소방차와 쓰레기 수거차량 등에 영상 관제 서비스를 적용하기 위해 관련 기관과 논의 중이다. "수거차량이 쓰레기를 가져가지 않는다는 민원을 받으면 공무원이 현장에 가야 해요. 그런데 영상 관제 시스템이 있으면 현장에 갈 필요가 없죠. 또 구급차도 환자 태우는 과정에서 차량 내 폭행 사고 등을 영상 관제 시스템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에이스뷰 시스템이 적용된 소방차의 주행 영상. 가운데 소방차의 360도 영상을 중심으로 전후좌우 영상이 한 화면에 표시된다. 에이스뷰 제공

에이스뷰 시스템이 적용된 소방차의 주행 영상. 가운데 소방차의 360도 영상을 중심으로 전후좌우 영상이 한 화면에 표시된다. 에이스뷰 제공


해외 군용차량 등에도 설치

덕분에 에이스뷰 시스템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각광받았다. 해외에도 달리는 차량의 전체 영상을 보여주는 시스템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에 출품했는데 현장에서 설치해 달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어요."

국내에서는 전국의 소방차와 쓰레기 수거차량, 서울시와 경기도 버스 등에 이 시스템이 설치됐다. "2,000대 이상의 쓰레기 수거차량과 600대 이상의 소방차, 서울시 버스 70대와 경기도 버스 900대에 에이스뷰가 설치됐죠."

뿐만 아니라 군용차량에도 설치됐다. "미사일을 운반하는 초장축 차량이나 탱크 등에도 설치했죠. 이 때문에 해외 방위산업 전시회에도 많이 나갔어요. 진즉 이런 시스템이 개발됐으면 미군 장갑차에 치어 사망한 '효순이 미선이 사건'도 없었겠죠."

해외에서는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나라에서 에이스뷰 시스템을 도입했다. "2022년부터 해외 설치가 늘었어요. 소방차, 트레일러, 군용 차량과 구급차, 버스 등 다양하게 설치했죠. 덕분에 올해 해외 매출만 20억 원 정도 예상해요."

손승서 에이스뷰 대표는 통학차량의 실시간 운행 영상을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는 관제 시스템도 개발했다. 아이의 실시간 상황을 파악해 부모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윤서영 인턴기자

손승서 에이스뷰 대표는 통학차량의 실시간 운행 영상을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는 관제 시스템도 개발했다. 아이의 실시간 상황을 파악해 부모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윤서영 인턴기자


사람 살리는 사업이 목표

매출은 장비 비용과 월 이용료를 받는 영상 관제 서비스를 통해 올린다. "관제 서비스의 월 이용료는 차량 대수에 따라 달라요. 데이터 이용료 포함해 월 8만 원 정도 받죠."

올해는 매출 증가에 힘입어 흑자 전환을 예상한다. "지난해 매출이 30억 원이었죠. 올해 매출 목표는 120억 원으로 4배가량 늘렸어요. 이렇게 되면 흑자 전환이 가능하죠. 실적이 개선되면 2026년 상장할 계획입니다."

투자는 트러스트밸류 등 투자업체에서 누적으로 40억 원을 받았다. "기술 개발을 위해 추가 투자를 유치하고 있어요."

손 대표의 다음 목표는 인공지능(AI)과 영상 기술의 접목이다. "AI가 카메라 영상을 판단해 사람이나 차량 등이 접근하면 운전자에게 경보를 울리는 기술이죠. 개발이 완료돼 조만간 제품에 탑재할 예정입니다."

또 영상 관제 시스템을 설치하면 보험비를 깎아주는 보험 상품도 개발할 예정이다. "독일 보험회사와 관련 상품 개발을 협의 중이에요. 영상 관제 시스템을 설치하면 보험료를 15% 할인해 주는 상품이죠. 현금 수송차나 고가 물품을 나르는 수송차량 등에 필요하죠."

그의 개인적인 꿈은 '사람을 살리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운전자 안전에 관련된 전체 시스템을 개발해서 자동차 업체에 공급하는 것이 꿈이죠. 차량 사고에서 해방되는 그날까지 관련 사업을 하고 싶어요."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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