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누명 쓴 흑인 남자… 극우 경찰이 인종차별 수사를 한 걸까

입력
2024.03.02 11: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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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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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형사 준(오른쪽)은 오래전 살인사건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 사건을 조작한 것으로 여겨지는 형사 대니얼은 자신보다 계급이 높고 경찰 내부 영향력이 크기도 하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여자 형사 준(오른쪽)은 오래전 살인사건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 사건을 조작한 것으로 여겨지는 형사 대니얼은 자신보다 계급이 높고 경찰 내부 영향력이 크기도 하다. 애플TV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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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제보 전화가 걸려온다. 젊은 여성은 자신과 동거하는 남자가 오래전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한다. 누명을 쓴 남자는 화이트크로스라는 교도소에 복역 중이라는 상세한 내용까지 밝힌다. 하지만 여자의 신원을 알 수 없다. 살인범도, 복역 중인 사람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전화를 끊는다. 여자형사 준(쿠시 점보)은 제보 내용을 주목한다. 자료를 찾으니 10년 전 동거녀를 살해하고 화이트크로스에 갇혀 있는 흑인 남자 에롤(톰 마우치)이 있다. 에롤 주변사람들은 그의 무죄를 주장하며 구명 활동을 한다. 준은 잘못된 수사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겼다고 가정한다.


①유색인 여형사와 백인 남형사의 대립

준은 에롤의 변호사 소냐를 만난 후 더욱 의문이 짙어진다. 에롤은 누명을 쓴 또 다른 희생자인가. 애플TV플러스 제공

준은 에롤의 변호사 소냐를 만난 후 더욱 의문이 짙어진다. 에롤은 누명을 쓴 또 다른 희생자인가. 애플TV플러스 제공

에롤 수사 담당 형사는 대니얼(피터 커펄디)이다. 베테랑 경찰 간부다. 준이 의문을 제기하자 대니얼은 헛웃음을 친다. 준은 자신의 가정을 확신할 만한 요소를 하나 더 찾아낸다. 준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갑작스레 무작위 감사 대상자가 된다. 경찰조직 내 영향력이 큰 대니얼이 힘을 써 불이익을 주려 한 것일까.

준은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를 두었다. 아버지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경찰과 사회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은 경우가 많은 듯하다. 에롤의 동거녀는 백인이었다. 준 부모를 떠올리게 하는 관계다. 대니얼은 백인이다. 그는 비리경찰이 아니고 인종차별적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기도 하나 청렴한 인물은 아닌 듯하다.

②알아볼수록 알 수 없는 진실

대니얼은 에롤 동거녀의 어린 아들을 보살핀다. 인정 많은 경찰이라서일까.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서일까. 애플TV플러스 제공

대니얼은 에롤 동거녀의 어린 아들을 보살핀다. 인정 많은 경찰이라서일까.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서일까. 애플TV플러스 제공

대니얼은 증거를 조작해 에롤을 곤궁으로 몰아넣은 걸까. 준이 조사를 할수록 미심쩍은 점이 적지 않다. 에롤은 살인사건 현장을 첫 발견한 목격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가 무슨 이유인지 자신의 진술을 뒤집었다. 에롤은 사건 당시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준이 알아보니 에롤의 알리바이를 확인해줄 사람이 있었다.

대니얼 밑에서 일하던 형사들 역시 구린내가 난다. 한 명은 백인남성 우월주의에 빠져 있다. 준만이 정의를 찾는 외로운 싸움을 하는 걸까. 아니면 모든 게 오해와 불신에서 비롯된 일들일까.

드라마는 성별이 다르고 인종이 다른 두 경찰의 상반된 입장과 생각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진시키며 영국 사회의 일면을 드러낸다.

③사회 깊숙이 내재된 차별 의식

대니얼이 에롤을 수사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에롤은 범행을 부인하다 자백을 한 것일까. 애플TV플러스 제공

대니얼이 에롤을 수사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에롤은 범행을 부인하다 자백을 한 것일까. 애플TV플러스 제공

정통 형사물과는 이야기 내용과 전개 방식이 다르다. 준이 속한 경찰들 세계는 선과 악의 구분이 불명확하다. 정의롭지 못하게 여겼던 대니얼은 자신만의 속사정이 있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경찰의 본분을 지키려 한다. 물론 그의 치부가 결국 드러나지만.

준은 진범을 찾아 정의를 구현하려 하나 불법적인 일을 간혹 한다. 그는 대니얼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자부하나 절대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조금 더 양심적인 준이 온 힘을 다해 노력했기에 에롤은 인생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뷰+포인트

짐 로치 감독이 1~4회 연출을 맡았다. 영화 팬이라면 로치라는 성에서 영국 거장 켄 로치를 떠올릴 만하다. 짐은 켄 로치의 아들이다. ‘블루 칼라의 시인‘이라 불리며 낮은 곳에 위치한 사람들의 삶을 부각해 온 아버지의 영향 때문일까. 짐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잣대로 세상에 접근하려 한다. 그의 렌즈를 거쳐 화면에 담긴 이민자들과 소수 인종의 삶은 고달파 보인다. 제목은 ’범죄 기록‘을 뜻한다. 객관적이라 생각할 수 있는 경찰 기록이 어떻게 조작될 수 있고, 오인돼 피해자를 만들 수 있는지 드라마는 막판 반전을 통해 보여준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9%, 시청자 66%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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