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8년 만에 비례 1석 줄인다...위성정당 이어 또 제도 훼손

입력
2024.02.29 18: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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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늘려야" 70%인 공론화위 결과에 역행

국회 정치개혁특위 여야 간사인 김상훈(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국회 정치개혁특위 여야 간사인 김상훈(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비례 의석을 어떻게 늘릴지 머리 싸매고 협상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지역구 의석 사수를 위해 1석을 또 줄이는 게 개탄스럽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

4월 총선 선거구획정을 두고 지리한 밀당을 하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의석수를 1석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를 1석 줄이기로 했다. 거대 양당이 기득권 사수를 위해 비례대표 제도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가 29일 합의한 선거구획정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정수는 각각 254명과 46명이다. 2016년 20대 국회부터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이던 의원 정수에 8년 만에 변화를 줬는데, 상대적으로 반발이 덜한 비례대표를 줄였다.

이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역별 인구 증감을 반영한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역별 의원 정수를 경기와 인천에서 1명씩 늘리고, 서울과 전북에서 1명씩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텃밭인 전북 의석수를 지키려 했다. 국민의힘은 강원 지역 등의 선거구 특례 유지를 위해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했다. 이에 전북 의원 수를 10명으로 유지한 채 비례대표를 1명 줄여 전체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는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심상정(왼쪽 세 번째) 녹색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29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례대표 의석 1석 축소를 결정한 거대 양당을 비판하는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심상정(왼쪽 세 번째) 녹색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29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례대표 의석 1석 축소를 결정한 거대 양당을 비판하는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비례대표 늘려야" 70%인 공론화위 결과에 역행

하지만 현행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 문제를 보완하고 소수자 배려를 위해 도입된 비례대표제도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의에 어긋나는 면도 있다. 정개특위는 지난해 선거제 개편을 위해 시민참여단 500명을 뽑아 숙의형 공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지역구보다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숙의 전후로 27%에서 70%로 증가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자당에 유리한 지역에서 의석수를 못 줄인다고 책임을 전가하다가 고작 47석밖에 안 되는 비례대표 의석을 건드리는 것이 정당하느냐”고 지적했다. 심 의원 지적대로 정치권은 17대 국회까지 56석이었던 비례대표 의석을 18대 때 54석으로, 20대 때 47석으로 줄였다.

이에 정개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지역구 의석수는 해당 지역 시민의 자존심과 관련되는 부분"이라며 불가피성을 강조했고,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고개를 숙였다. 전문가들도 비판적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든 데 이어 또다시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하는 야합을 한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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