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평균 나이 43세, 그마저도 "죽기 싫다"... 병력 부족 시달리는 우크라

입력
2024.03.14 15:34
수정
2024.03.1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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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집 27세→25세 법안 표결 앞둬
50만 추가 병력 확보 난항에 강수
MZ 인구 적고 전쟁 두려움 커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일 하르키우의 한 병원을 방문해 전투 중 부상을 당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표창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하르키우=AP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일 하르키우의 한 병원을 방문해 전투 중 부상을 당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표창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하르키우=AP 뉴시스

최전방에서 싸우는 군인들의 평균 나이가 '43세'인 나라가 있다. 적군의 공세에 맞서려면 앞으로 50만 명의 추가 병력이 필요하지만 '젊은 피' 수혈이 쉽지 않다. 그나마 전선을 지키던 군인마저 극심한 전쟁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얘기다. 무기고가 바닥난 이 나라는 젊은 병력 부족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달 말 징집 연령을 기존 27세에서 25세로 낮추는 법안에 대한 의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병역 기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병역을 기피할 경우 재산 동결은 물론 해외 출국이 불가능해지고, 운전면허까지 취소되는 등 강력한 처벌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와의 전쟁 장기화로 더 많은 군인이 필요해지자 지난해 말 이런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MZ 세대 인구 20% 미만, '젊은 군인' 부족

우크라이나에선 특히 '젊은' 군인들이 부족하다. 현재 러시아 전쟁에 참전한 우크라이나 군인의 평균 나이는 43세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 징집 대상인 27~60세 남성의 출국을 금지했는데, 입대를 자원한 건 주로 '40대 남성'들이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50만 명에 달하는 추가 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이를 위해 징집 연령을 내리는 강수를 둔 것이다.

젊은 군인들이 모자란 일차적인 이유는 인구 구조에 있다. 우크라이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인구가 전체의 20%가 안 된다.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후 출생률이 꾸준히 낮아져 특히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인구가 크게 줄어든 탓이 크다. 25~60세 우크라이나 남성(약 1,110만 명) 중 현재 군 복무자와 해외 거주자 등을 제외하면 동원 가능한 규모는 전체의 3분의 1(약 37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한 남성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추모 벽 앞에서 전사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추모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한 남성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추모 벽 앞에서 전사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추모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죽고 싶지 않아" 입대 외면 진짜 이유

하지만 청년들이 입대를 외면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러시아와의 전투가 2년 이상 지속되면서 피로감이 높아졌고, 전황이 불리해지자 두려움을 갖는 남성도 많아졌다고 한다. 지난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개전 이후 자국군 전사자가 3만1,000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보다 더 많은 수의 사상자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FT는 "징집을 피하려는 사람들은 죽음과 장애에 대한 두려움 외에도 불충분한 훈련, 불확실한 복무 기간, 무기 부족 등을 걱정한다"며 "이미 지친 병사들은 사기 저하를 호소하고, (전장에서) '죽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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