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전설의 거장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 별세

입력
2024.03.24 11:05
수정
2024.03.24 11:1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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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치오 폴리니. 마스트미디어 제공

마우리치오 폴리니. 마스트미디어 제공

'피아노의 황제'로 불려 온 이탈리아 출신 거장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2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2세.

이탈리아 현지 언론 등 외신에 따르면 폴리니는 밀라노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생전 고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은 "우리 시대의 위대한 음악가 중 한 명이자 50년 넘게 극장의 예술적 토대가 된 폴리니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성명을 냈다.

건축가 지노 폴리니의 아들로 태어난 고인은 5세에 피아노를 시작했다. 1960년 만 18세의 나이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을 거머쥐며 세계 클래식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아르투르 루빈스타인(1887~1982)은 "저 소년이 우리 심사위원들보다 더 잘 친다"고 극찬했다.

과시하지 않는 악보에 충실한 정석적 연주로 유명했다. '쇼팽의 교과서'로 불리며 쇼팽 레퍼토리에 강점을 보였고 베토벤과 슈만, 슈베르트는 물론 쇤베르크, 스트라빈스키 등 현대 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일각에선 극도로 정확하게 연주하는 냉철한 그의 연주 스타일을 비판하기도 했다.

예술계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을 비롯해 프래미엄 임페리얼상, 로열 필하모닉 협회 음악상 등을 받았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다수의 앨범은 그래미 어워즈, 에코 어워즈, 디아파종상 등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2020년 3월에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프로젝트의 끝을 장식하는 음반을 선보이기도 했다.

고인은 한국 무대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22년 5월 처음으로 내한할 예정이었지만 기관지염 악화로 연주를 잠정 연기했다. 지난해 4월 다시 내한 일정이 잡혔지만 재차 취소되면서 끝내 한국 음악팬과는 만나지 못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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