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 휴대폰 정보 '통째 저장', "검찰 해명 일리있지만, 의심 해소까지는..."

입력
2024.03.27 04:30
수정
2024.03.27 10:3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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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속 전체 정보 '디넷' 일시 저장
대검 "재판에서 파일 출처 입증 위해"
문제의 예규, 문무일 총장 시절 신설
"불법" vs "가장 바람직" 평가 엇갈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연합뉴스

최근 한 인터넷매체의 폭로가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뉴스버스는 지난 대선 당시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는데, "사건 관련 파일뿐 아니라 휴대폰에 기록된 전자 정보 전부를 복제한 이미지파일이 검찰의 디지털수사망(디넷)에 올라간 정황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범위를 벗어난 전자 정보를 '통째로' 보관하고 있다는 보도는 즉각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이어졌다. 총선과 맞물려 파문은 정치권으로 일파만파 번지는 등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매체 주장과 검찰의 반박, 누구의 말이 맞을까. 주요 쟁점을 짚어봤다.

①'무관한 정보'까지 싹 다 보관?

압수수색 대상 휴대폰 데이터를 어떻게 저장하는지 설명하는 도식도. 카카오톡 대화방의 대화 내역은 분리 추출이 불가능하다고 검찰은 설명한다. 대검찰청 제공

압수수색 대상 휴대폰 데이터를 어떻게 저장하는지 설명하는 도식도. 카카오톡 대화방의 대화 내역은 분리 추출이 불가능하다고 검찰은 설명한다. 대검찰청 제공

검찰은 압수수색을 하기 전 수색 검증영장을 교부한다.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전자정보(휴대폰·PC 등에 남은 대화 내역, 사진 등)는 삭제, 폐기 또는 반환해야 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다. 대상자에게 '확인서'도 준다.

문제는 예외 부분이다. 대검찰청도 "휴대폰 정보 등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일부 선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체 정보를 복제해 보존하는 경우가 있다"고 인정은 하고 있다. 다만 2019년 5월 개정된 대검 예규에 따른 조치로, 공판에서 증거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사후 검증 등에 필요한 이미지 파일만 보관한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기술적 한계도 불가피한 이유로 꼽는다. 가령 카카오톡 대화방은 개별 대화 내용이 아닌, 한 덩이의 이미지가 데이터베이스(DB) 형태로 저장된다. 여기서 범죄사실 관련 내용만 뽑아내기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항변이다. 그래서 "캡처하듯" 하나의 이미지로 자료를 확보한다는 얘기다.

검찰의 해명이 맞는다손 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압수수색 대상자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한 포렌식 전문가는 "적어도 이미지 전체를 압수 목록에 기재해 피압수자에게 알려줬어야 했다"며 "영장 기재 내용 외에 압수를 '몰래' 한 건 맞으니 불법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지적에 대검 관계자는 "개별 사건마다 실무상 고지 미비 사례가 생길 수는 있다"면서도 "대검 예규에 따라 '기술적 문제 또는 향후 유관정보의 증거가치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전체 이미지 정보를 보존한다'는 내용을 압수 목록에 부기해서 피압수자에게 건네고 서명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②별건 수사에도 악용?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뉴스1

"저장된 정보를 다른 수사에 쓴다"는 비판도 있다. 검찰은 무관한 정보 사용을 금지한 대법원 판례를 들어 사실무근이라고 손사래 친다. 재판에서 증거로 내놓은 전자정보와 원본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위해 '단순 저장'만 하고, 이것도 최소한도로 보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관하는 전체 정보 역시 쉽게 접근하거나 이용할 수 없도록 엄격한 기술적·절차적 통제 체계를 구비하고 있다고 한다.

실무상 전체 정보가 담긴 이미지파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타당한 측면도 있다. 증거의 원본 여부는 파일마다 있는 고유의 '해시값'을 통해 입증 가능하다. 해시값은 디지털파일의 지문 격으로, 증거 파일 하나하나에 암호화한 숫자와 문자 조합이 부여된다. 이처럼 파일의 동일성은 해시값으로 규명할 수 있다. 다툼은 "전달받은 것"이라고 주장할 때 발생한다. 검찰은 이에 대비해 전체정보가 담긴 이미지파일을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법촬영 혐의 재판에서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사진 파일을 피고인 측이 "내려받은 것”이라고 주장하자, 전체 휴대폰 이미지파일을 분석해 허위 주장임을 입증한 사례도 있다.

물론 일각의 우려처럼 악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2016년 국정농단 수사 때 확보된 장충기 삼성 사장의 문자메시지가 4년 뒤 다른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된 것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유관 정보인지, 무관 정보인지를 다투는 단계"라지만 의심을 말끔히 씻을 만큼은 아니다.

③윤석열 총장 시절 민간인 사찰 맞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논란의 종착역은 '민간인 사찰'이 맞느냐다. 조국혁신당은 22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민간인 사찰"이라며 윤 대통령을 포함한 전·현직 검찰총장 등을 직권남용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고, 배당(수사2부)도 됐다.

그러나 민간인 사찰까지 몰고 가는 것은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쪽이 많다. 단적으로 전체 정보파일 저장을 규정한 대검 예규는 2019년 5월 만들어졌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박상기 법무부 장관-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이다.

또 이미지파일을 서버에 보관하지 않고 사후 검증에 대비하려면 검찰이 휴대폰 자체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피압수자에게 더 큰 불편과 기본권 침해를 초래한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전체 정보 저장이 과도하다고 볼 측면은 있다"면서도 "그나마 로그 기록(접속자 기록)이 남는 중앙서버에 두는 현 방안이 가장 안전해 보인다"고 짚었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라는 큰 틀에서 여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포렌식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압수영장의 효력 범위를 벗어난 정보를 행정규칙(대검 예규)에 근거해 보관하는 건 일종의 불법 점유이자,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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