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향하는 대만 마잉주... 9년 전 '시마 회담' 재현될까

입력
2024.03.26 15:20
수정
2024.03.2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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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파 거물 마잉주 내달 1~11일 중국 방문
방중 일정에 지난해 없었던 '베이징' 포함
시진핑, 마잉주 만나 라이칭더 견제 나설 수도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2015년 11월 7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시 주석과 마 총통은 분단 66년 만에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연합뉴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2015년 11월 7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시 주석과 마 총통은 분단 66년 만에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만 내 마잉주 전 대만 총통 간 9년 만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지에 중화권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 전 총통은 친(親)중국 성향의 제1야당 국민당의 거물급 정치인이다. 중국이 독립주의 성향이 짙은 라이칭더의 대만 총통 취임을 앞두고 친중파 거목인 마 전 총통에게 힘을 실어 라이 정권 견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26일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마 전 총통은 내달 1~11일 대만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 광둥성·산시성· 베이징 등을 방문한다. 지난해 3월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중국을 찾아 조상 묘를 참배했던 이른바 '성묘 여행'을 한 데 이어 2년 연속 중국을 찾는 셈이다.

대만 연합보는 마 전 총통의 중국 내 일정 중 베이징이 포함돼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방중 당시 마 전 총통은 신해혁명 발상지인 우한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국민당 수도였던 충칭 등을 방문했지만 수도 베이징은 들르지 않았다. 반면 이번 일정엔 베이징이 포함돼 시 주석과의 회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지난해 3월 27일 중국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상하이=AP연합뉴스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지난해 3월 27일 중국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상하이=AP연합뉴스

차기 정권 견제, 국민당에 재차 힘 실어줄 듯

마 전 총통의 총통 재임 기간이었던 2015년 11월 두 정상은 싱가포르에서 1949년 분단 이후 66년 만에 양안 간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사람의 이름을 따 '시마(習馬) 회담'으로 불린 이 만남에서 시 주석은 "우리는 물보다 진한 피가 섞인 가족"이라며 적극적으로 화해 무드를 연출했다.

당시는 14대 총통 선거를 앞두고 민진당 측 후보인 차이잉원(현 총통)의 당선 가능성이 점쳐진 시점이었다. 국민당이 열세인 상황을 뒤집기 위해 양안 정상회담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던 셈이다.

이번 마 전 총통의 중국 방문은 오는 5월 라이칭더 당선인의 취임에 앞서 이뤄진다. 이미 '민진당 정권 4년 연장'이 확정됐다는 점에서 2015년과 다르지만, 차기 라이 정권을 견제하고 국민당에 재차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마 전 총통과의 재회 카드를 사용할 개연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양안관계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 "두 사람 간 두 번째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민진당 정권, '사적 회동' 강조

대만 민진당 정권도 마 전 총통의 방중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린위찬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전날 "마 전 총통의 방중 일정상 안전에 필요한 협조에 나설 것"이라며 "마 전 총통의 '개인 일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마 전 총통이 중국 측 정부 인사 누구를 만나든 사적인 회동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반해 국민당 측은 "최근 '진먼다오 중국 어민 사망 사건' 등으로 양안 갈등이 고조된 시점에서 이뤄지는 마 전 총통의 이번 방중이 양안 간 평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연합조보는 전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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