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대통령 "모스크바 테러범, 벨라루스행 좌절돼 우크라행"... 러 우방이 푸틴과 엇박자

입력
2024.03.27 09:38
수정
2024.03.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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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맹방 벨라루스, '체포 공조' 강조하려다
푸틴 '우크라 배후설' 근거와 상반된 주장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5일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5일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러시아 맹방 벨라루스 측이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범들이 범행 직후 우크라이나로 향한 것은 벨라루스행이 차단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국경 쪽으로 도주했다는 것 등을 근거로 서방 배후설을 제기했는데, 이와 상반된 주장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벨라루스가 신속히 국경 검문소를 설치했기 때문에 그들(테러범들)은 벨라루스에 오지 못했다"며 "그들은 그것(검문소)을 보고 방향을 돌려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갔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테러범 체포 과정에서 양국이 긴밀히 공조했다는 취지로 설명하다 나왔다. 그러나 테러범의 행선지가 애초부터 우크라이나가 아닌 벨라루스였다는 점을 시사해, 결과적으로는 러시아가 주장한 우크라이나 배후설의 근거 중 하나를 반박한 셈이 됐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22일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격·화재를 일으킨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다는 초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의심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쪽에 테러범들이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는 것이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테러 사흘 만에 이슬람국가(IS) 소행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배후에는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까지 구금 중인 피의자들을 조사한 결과 "테러 배후에 우크라이나·미국·영국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루카셴코 대통령은 테러범들의 차량이 모스크바에서 브랸스크주로 향하자 벨라루스와 러시아 보안당국이 협조해 체포 작전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남서부 브랸스크주는 벨라루스 국경과 우크라이나 국경을 모두 맞댄 지역이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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