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더 사려 위장 이혼해도 OK"... 베이징, 부동산 투기 규제 완화

입력
2024.03.28 15:50
수정
2024.03.28 15:5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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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막으려 도입했던 규제 풀어
내수 부양 필요성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

중국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한 부동산 중심의 경기 부양과 성장 모델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외곽에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주택 단지의 모습. 선양=AFP 연합뉴스

중국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한 부동산 중심의 경기 부양과 성장 모델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외곽에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주택 단지의 모습. 선양=AFP 연합뉴스

중국 수도 베이징시 당국이 3년 전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부부가 위장 이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이혼 후 주택 구매 제한 정책'을 폐지했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위장 이혼까지 눈감아 주겠다는 것이다.

28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베이징시 주택건설위원회는 전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1년 8월 발효된 이혼한 부부의 신규 주택 구매 제한 조치의 효력이 27일로 상실됐다고 밝혔다. 부부가 이혼했을 경우 어느 한쪽도 3년간 베이징 내 신규 주택을 구매할 수 없도록 했던 당시 규제를 풀겠다는 얘기다.

2010년대 중국 전역에선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었다. 각 지방 정부는 투기 심리 이완을 위해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 1가구의 3주택 이상 보유 금지 등의 규제를 도입했다.

그러자 중국의 적잖은 부부들은 더 많은 주택을 사들이기 위해 서류상으로만 이혼하는 편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2013년 3분기까지 이혼 건수는 3만9,000여 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2만7,000건)보다 41% 폭증했다. 부동산 투기 규제를 회피하려는 위장 이혼이 늘어난 탓으로 분석됐다. 이에 베이징을 비롯해 선전, 난징 등 주요 대도시들은 이혼 뒤 주택 구매 제한 조치를 잇따라 내놨는데, 이를 다시 폐지하고 나선 셈이다.

지난해 8월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베이징 외곽 공사 현장 근처 차량에 "비구이위안 주택 구매자 권리 보호"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놓여 있다. 비구이위안은 전날 상하이 증시 공시에서 "회사채 상환에 불확실성이 크다"며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베이징 외곽 공사 현장 근처 차량에 "비구이위안 주택 구매자 권리 보호"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놓여 있다. 비구이위안은 전날 상하이 증시 공시에서 "회사채 상환에 불확실성이 크다"며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부양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 2월 신규 주택 판매액은 9,600억 위안(약 179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8% 감소했다. 베이징시의 올해 주택 거래량도 이달 24일 기준 2만8,500채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8% 줄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2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도 12.7% 감소한 수치다. 부동산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5%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부동산 시장 불황은 최근 내수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위장 이혼까지 눈감아주기로 한 이번 조치가 실제 시장 경기 부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왕샤오창 주택데이터연구센터 수석분석가는 차이시에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인데도 부동산 수요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조치의 효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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