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름발이" "외눈박이" 정치인의 편견 발언... 법원은 "배상책임 없다"

입력
2024.03.2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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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이어 2심서도 손해배상 책임 부인
자유로운 정치적 의견 표명 보장 취지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한국일보 자료사진

'절름발이'나 '꿀 먹은 벙어리' 등 장애인 비하로 해석될 수 없는 발언을 한 국회의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릴 수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시민단체 측은 "장애인 혐오 발언으로 상대 진영을 힐난하는 행태가 반복될 수 있다"며 판결을 아쉬워했다.

서울고법 민사8-3부(부장 최승원 김태호 김봉원)는 장애인 5명이 국회의장과 전 국회의원 6명을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차별구제 청구 소송에서 28일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의장에 대한 소를 각하하고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항소는 기각한다"고 밝혔다. 피고 중 윤희숙 의원은 주소지 확인에 실패하면서 이미 항소가 각하됐다. 각하는 청구 요건이나 자격을 갖추지 못해 본안 판단 없이 재판을 종결하는 걸 말한다.

장애인권단체 활동가 등 5명은 2021년 4월 당시 국회의원 6명이 기자회견 등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지적한 표현은 '외눈박이 대통령'(곽상도), '절름발이 정책'(이광재), '정신분열적 정부'(윤희숙·조태용), '집단적 조현병'(허은아), '꿀 먹은 벙어리'(김은혜) 등이었다. 당시 국회의장 박병석 의원에겐 이들을 징계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재판 과정에서 원고들은 "장애인을 모욕하는 정치인의 발언은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반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해당 표현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고통, 수치심, 모욕감 등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신적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청구한 액수는 원고 1인당 100만 원씩이었다.

1심은 그러나 "해당 표현들이 장애인에 대한 혐오감을 일으킬 우려는 있다"면서도 의원들에 대한 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과도하게 책임을 추궁할 경우 자칫 자유로운 정치적 의견 표명을 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또 의장은 차별적 행위를 한 당사자가 아닌 만큼,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고 각하했다.

1심과 같은 결론을 낸 2심 판결을 두고 인권단체는 유감을 드러냈다. 소송을 대리한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임한결 변호사는 "원고 측이 화해 권고를 요구했음에도 의원들은 화해 권고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며 “과열된 정치 풍토 아래서 선거운동을 하며 또다시 장애인을 부정적인 존재로 불러들여 상대를 비판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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