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 대신 법복 입은 법원장... '7년 묵은 사건' 끝내러 나타났다

입력
2024.03.28 18:35
수정
2024.03.2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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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중앙지법 김정중 원장
장기미제 담당 단독 재판부 맡아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장기미제사건 재정단독 재판부 재판을 진행하기에 앞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장기미제사건 재정단독 재판부 재판을 진행하기에 앞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7년 동안 (재판을) 끌어왔는데 원고든 피고든 너무 지쳐 있잖아요. 다음 기일에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할게요."

양복 대신 법복을 갖춰입은 김정중(58·사법연수원 26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이 2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374호 법대에 앉았다. 전국 최대 규모 법원의 사법행정 책임자인 그는, 이날부터 장기미제 사건 담당 재정단독 재판부(민사62단독) 재판장으로서 6건의 재판을 직접 심리한다.

지난해 2월 취임한 김 법원장이 집무실 대신 재판정에서 일하게 된 이유는 사법부 최대 난제인 '재판 지연'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늦어진 재판을 빨리 끝내를 일을 사법부 최대 과제로 지목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기조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 박형순 서울북부지법원장, 김세윤 수원지법원장은 이미 재판을 시작했고, 윤준 서울고법원장도 다음달 18일 파기환송된 민사사건 등 변론을 진행한다.

김 법원장도 본격 심리 시작 전 '재판 장기화' 극복을 위한 국민적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그는 "신속한 재판을 위한 법원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선 법관 증원과 임용 자격 개선이 절실하다"면서 "현행법대로라면 내년부터 3년 동안 가동 법관의 수가 차츰 감소해 다시 사건 적체의 늪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빠른 재판을 받을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짐대로, 김 법원장은 7년간 이어져 온 교통사고 손해배상 청구소송 변론을 다음달 종결하기로 했다. 원고가 애초 예상한 기대여명을 넘겨 생존하면서 보험사가 산정한 보험금과의 격차가 문제 된 이 소송은 2022년 10월 7일 변론을 마지막으로 약 1년 6개월 간 멈춰 있었다.

앞으로 손해액 산정과 관련해 복잡한 분쟁성 사건을 맡게 된 김 법원장은 1997년 판사로 임관했다. 2021년 2월부터 원장 취임 이전까진 같은 법원 민사2수석부장판사로 일했다. 김 법원장은 "사법행정 업무를 맡고 있는 법원장이 직접 재판업무를 하면서 재판 절차 장기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적인 개선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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