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멀티 히트→홈런...이정후의 바람, 태풍 확대 조짐

입력
2024.03.31 16:18
수정
2024.03.31 16: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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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경기 만에 빅리그 홈런 신고
멜빈 감독 "매우 인상적인 활약"
이정후 "맞는 순간 넘어갔다 생각"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와 원정경기에서 8회초 데뷔 첫 홈런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AFP 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와 원정경기에서 8회초 데뷔 첫 홈런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AFP 연합뉴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의 바람이 벌써부터 태풍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3경기 만에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줬다. 데뷔 첫 경기부터 안타와 타점을 신고하더니 두 번째 경기에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쳤고, 세 번째 경기에 '야구의 꽃' 홈런까지 터뜨렸다.

이정후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와 원정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안타 1개는 마수걸이 홈런포였다.

한 방은 팀이 3-1로 근소하게 앞선 8회초에 터졌다. 1사 후 이정후는 샌디에이고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상대 왼손 불펜 톰 코스그로브의 3구째 시속 125㎞ 스위퍼를 걷어 올려 우월 솔로포로 연결했다. 타구는 시속 168㎞로 날아가 비거리 124m를 찍었다.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 전 LG 코치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의 빅리그 데뷔 첫 홈런이 나오자,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친 한국 선수는 이정후가 역대 15번째다.

이정후는 한국프로야구 최고 타자답게 메이저리그에 연착륙 중이다. 29일 데뷔전에서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한 뒤 30일 5타수 2안타 1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그리고 이날 홈런포까지 가동하며 매서운 바람을 일으켰다. 시즌 성적은 타율 0.333(12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이다.

이정후는 이날 첫 두 타석에서 샌디에이고 유격수 김하성의 수비에 막혔다. 1회초에 상대 선발 딜런 시즈의 직구를 공략해 빠른 타구를 날렸지만 2루 근처로 이동한 김하성이 공을 잡아 1루로 정확하게 던져 아웃시켰다. 3회초에도 시즈의 빠른 공을 받아쳤지만 김하성에게 또 잡혔다.

팀이 2-0으로 리드한 5회 2사 1·3루 세 번째 타석에서는 땅볼이 아닌 공을 띄워 외야 희생 플라이 타점을 올렸고, 8회 네 번째 타석에선 시원한 한 방을 날렸다. 팀이 6득점 빅이닝을 만든 8회에 한 차례 더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29일과 30일 이정후와 안타 3개씩 주고받았던 김하성은 이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시즌 타율은 0.167(18타수 3안타)로 내려갔다. 경기는 샌프란시스코가 9-6으로 이겼다. 사령탑은 이정후의 활약을 크게 반겼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가 까다로운 왼손 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쳤다”며 “현재까지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정후는 경기 후 클럽하우스에서 동료들로부터 맥주와 면도 크림으로 축하 세례를 받았다. 머리가 흠뻑 젖은 채로 취재진과 인터뷰에 나선 그는 “홈런을 의식하지 않았지만 감이 좋아 공이 뜨면 홈런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맞는 순간 넘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만 이정후는 첫 홈런에도 크게 들뜨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는 “아직 뭔가 보여줬다는 생각은 안 한다”며 “빨리 적응하려고 하루하루 열심히 하려다 보니깐 (홈런도) 나왔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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