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외래 축소', 개원의 '주 40시간 진료'... 환자 불편 가중

입력
2024.04.01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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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비대위 "24시간 근무 후 다음날 쉬겠다"
의협 "4월부터 자율적으로 주 40시간 준법투쟁"
"고질적 과로 시달렸으면서 증원 반대는 자기모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31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병원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31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병원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대학병원 교수들이 과로를 이유로 '외래 축소'를 선언했고 개원의들은 주 40시간 진료에 돌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대화에 나와달라"며 설득하고 있지만 의사들은 "증원을 철회하지 않으면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로에 시달리면서 증원을 반대하는 건 의사들의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전날 "4월 1일부터 24시간 연속 근무 후엔 다음 날 주간 근무를 반드시 쉬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교수들의 근무시간이 주 60시간에서 98시간에 이른다"며 "피로 누적이 의료진은 물론 환자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의비가 필수적인 수술과 야간 당직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교수들은 휴식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외래 진료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방 위원장도 "경증 환자를 줄일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에 와야 할 급한 환자는 의사의 도리를 다하며 성실히 진료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근무현장에서 이번 결의가 지켜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앞서 교수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본보 취재 결과 빅 5 병원은 모두 진료시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대형병원 외래 공백을 메워야 할 개원의들도 진료시간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비대위 회의를 끝내고 "개원의들도 주 40시간 진료를 시작하기로 결론 냈다"고 밝혔다. 평일 야간진료나 주말 진료를 줄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성근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차원에서 참여를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전부터 (주 40시간 진료를) 준비하셨던 분들은 바로 시작하실 수 있고 자연스럽게 확산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주 5일 진료 등 구체적인 형태를 정한 건 아니고, 자율적으로 주 40시간의 진료시간을 맞추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교수들의 진료 축소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개최된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4월부터 진료를 축소하기로 한 교수들에게 유감을 표한다"며 "3차 비상진료대책을 마련하는 등 의료공백 해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필수과의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면서 증원을 반대하는 건 비합리적이라는 비판도 따른다.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은 "의사들이 근무시간·강도는 줄여달라면서 증원은 안 된다는 자기모순적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입원환자만 보는데도 지금 교수 인원만으로 부족하다"며 "의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면 의대 정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학병원의 외래 축소 자체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와 방향을 같이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에서 촉발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이 원래 취지대로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하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그동안 빅 5 환자 쏠림을 줄이려고 정부와 의료계 모두 노력해왔다"며 "대학병원 외래를 줄이는 게 의료정상화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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