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 아니라도 호스피스 가능… 연명의료 조기 중단도 논의

입력
2024.04.02 19: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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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암 포함 5개 질환에만 호스피스 서비스
WHO는 파킨슨병에도 권고... 대상 확대 추진
임종기 전에도 연명의료 멈추는 방안 논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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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호스피스·연명의료중단 제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대부분 말기 암 환자만 이용할 수 있었던 호스피스는 서비스 제공 대상 질환을 늘린다. 임종 직전에만 시행되는 연명의료중단은 시행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사회적 논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2일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안을 확정했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에 따라 정부는 5년에 한 번씩 종합계획을 수립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호스피스는 말기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완치가 아닌 통증 경감을 통해 마지막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방식이다. 연명의료중단은 '의미 없는 생명 연장은 싫다'며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제출한 환자에 한해 임종 직전 시행할 수 있다.

이번 종합계획에는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질병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암을 포함해 당뇨, 다발성 경화증 등 13개 질환에 호스피스 서비스 제공을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은 5개 질환(말기 암, 후천성 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만성 호흡부전)에 한정돼 있다. 복지부는 "해외에선 치매나 파킨슨 병까지 호스피스를 확대하는 추세"라며 "환자들 수요에 따라 대상 질환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명의료중단 조기 이행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한다. 임종 직전 단계 이전이라도 환자가 원한다면 연명의료를 멈출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임종기에만 연명의료중단을 시행하다 보니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호스피스·연명의료중단 인프라도 확충한다. 지난해 188개소였던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2028년까지 360개로 늘릴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호스피스 이용률을 지난해 33%에서 2028년 50%로 늘린다는 게 복지부 목표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는 2023년 430개소에서 2028년 650개소로 확대한다. 의료기관은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해야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내리고 시행할 수 있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엔 100% 위원회가 설치돼 있지만, 다른 의료기관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는 등록기관은 전국 686개소인데, 이 또한 지역별 수요를 반영해 확충할 예정이다.

호스피스·연명의료중단 제도에 대한 대국민 인식 개선에도 나선다. 노인뿐만 아니라 학생, 청년, 중장년을 대상으로 연령별 교육과정을 개설해 '어떻게 삶을 마감할 것인가’를 미리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제도를 이용하는 환자의 가족을 돌볼 시스템도 준비 중이다. 복지부는 "사별가족 프로그램 등 서비스를 개발하고, 소아·청소년 환자 가족 돌봄을 위한 지원 방안도 따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존엄하고 편안하게 생애를 마무리하는 것에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누구나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보장받도록 종합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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