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좁은 집으로 내몰려"... 신혼부부 집보다 작은 공공임대 상한선

입력
2024.04.03 19:00
13면
구독

세대원 수별로 공급 면적 규제 불만
"일부 지역은 상한선 규모 주택 없어"
"아이 있어도 더 좁은 집으로 갈 판"

3일 오전 서울 남산타워에서 본 아파트 단지. 뉴스1

3일 오전 서울 남산타워에서 본 아파트 단지. 뉴스1

공공임대주택 공급 면적을 세대원 수에 따라 제한하는 제도를 폐기하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본보 4월 2일 자 15면)에 이어 미래 주거 환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공임대에 많은 것을 바란다'는 일부 시선에 "특혜를 바라는 게 아니라 지금 사는 집보다 더 좁은 집으로 내몰릴까 봐 걱정"이라는 것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개정된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은 이후 발표되는 영구·국민·행복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부터 적용된다. 이달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행복주택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세대원별 최대 공급 면적은 1명은 35㎡, 2명 44㎡, 3명 50㎡ 이하다. 4명 이상은 44㎡를 초과하는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문제는 지역별로 임대주택 유형이 다르다는 점이다. 입주 희망 단지에 면적 상한에 똑떨어지는 집이 없다면 그보다 작은 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마저 상한보다 크게 비좁을 수 있다. 시행규칙 개정 이전에 입주한 가구는 재계약 때 면적 규제를 적용받지 않지만, 최대 거주기간 만료 등의 이유로 공공임대주택을 갈아타려는 입주자에게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우려가 속속 올라왔다. 한 회원은 “기준 변경 전에도 아이 낳고 살기에는 어려운 면적인데 변경 후에는 더 줄어든다”며 “상한 유형이 없어 실제로 입주 가능한 유형을 보면 이전보다 3평(9.9㎡) 이상 줄어든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회원은 “단독세대주(1인 가구)로 46㎡에 살고 계신 분들이 큰일”이라며 “원래는 계약 끝나면 다음으로 넓은 36㎡로 옮겨 줬는데 지금은 26㎡로 바뀌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부 공공임대주택은 입주자 유형별 평균 거주 면적이 상한보다 넓다. LH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임대주택은 신혼부부의 평균 거주 면적이 48㎡로 상한보다 4㎡나 넓다. 1인 가구가 많은 청년의 평균 거주 면적도 39.7㎡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공공임대주택이 너무 작게 건설됐다고 비판한다. LH가 건축된 지 15년 이상 지난 전국 247개 공공임대단지를 조사한 결과, 18만5,007채 가운데 절반(51.3%)이 26㎡보다 작은 주택이었다. 행복주택은 2021년 기준 전체의 92%가 40㎡ 이하로 공급됐다. 국가별 공공임대주택 평균 면적은 한국 국민임대주택(44㎡)이 일본(51.5㎡) 영국(67㎡) 프랑스(68.7㎡) 독일(68㎡) 등보다 협소한 편이다. 영구임대주택(28㎡)과 행복주택(29㎡)은 더 좁다.

LH 관계자는 “새로운 기준 관련 민원이 많다”며 “신혼부부 대상 행복주택이나 철거민을 위한 임대주택은 현재 상한보다 큰 주택을 공급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기존에 상한보다 넓은 집에 거주하는 단독세대주는 이전 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2차 재계약 때는 40㎡ 이하 주택 예비자로 등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호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