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득 2억 부부도 신생아 대출…”집값 움직일 이슈 아냐”

입력
2024.04.07 18: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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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업계 의견 들어보니
"대출 문턱 낮춰도 수혜자 적어"
"매매 적극 나서는 분위기 아냐"

지난 3일 서울 남산타워에서 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지난 3일 서울 남산타워에서 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고소득 맞벌이 부부도 저금리에 신생아 특례대출(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를 개편했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집값이나 거래량을 흔들기에는 수혜자가 적기 때문이다.

앞서 4일 정부는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기 위한 연소득 상한을 부부 합산 2억 원으로 늘렸다. 기존 1억3,000만 원에서 대폭 상향한 것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올해 1월부터 공급된 주택 구입용 정책 대출로 최근 2년 이내 아이를 출산하거나 입양한 무주택 가구가 받을 수 있다. 1주택자도 대환 대출이 가능하다. 금리가 연 1.6~3.3%로 책정돼 시중은행보다 저렴하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정부가 ‘수요 진작책’을 시장에 내놓자 주택 수요자 사이에서 지난해 말부터 숨 고르기에 들어간 집값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서울 아파트 시세는 지난달 마지막 주에 반등하며 15주 연속 이어진 하락세를 멈춘 상황이다. 이달 첫째 주에도 2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소득 상한을 높이더라도 수혜자가 적기 때문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지난해 1월 1일 이후 아이를 낳거나 입양한 가구가 공급 대상이다. 출생아 규모는 지난해 23만 명에 그쳤고 올해 1월에도 역대 최저치(2만1,442명)를 기록하는 등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여기에 소득 이외의 기준이 그대로 유지되면 수혜자는 더 줄어든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부부 합산 순자산이 4억6,900만 원 이하인 가구가 전용면적 84㎡보다 작은 주택을 9억 원 이하로 매입할 때 이용할 수 있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지난달 서울 매매 중위가격은 9억5,300만 원, 평균가격은 11억9,500만 원으로 기준보다 높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 팀장은 “정책 대상이 너무 적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이슈(사안)는 아니다”라며 “9억 원 이하 주택이라면 다른 조건을 따지지 않고 대출해줬던 특례보금자리론 같은 대출 규제 완화책이 아니라면 가격을 움직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신생아 특례대출 금리가 시중은행보다는 저렴하니 전셋값이 오르고 있는 수도권이나 서울에서는 대출 수요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지난해 말 집값 조정 이후 수요자들이 매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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