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정비 사업 활성화” 외치지만...평당 1000만 원 공사비 어쩌나

입력
2024.04.09 17: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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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마다 '패스트트랙' 도입
최대 5년까지 기간 단축한다지만
치솟는 공사비에 건설업계 위축
중소건설사는 수주 목표도 못 세워

9일 서울 시내의 한 미분양 아파트의 분양 사무소 앞에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뉴스1

9일 서울 시내의 한 미분양 아파트의 분양 사무소 앞에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윤석열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시큰둥하다. 단기간에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인데, 현재 정비사업이 부진한 원인이 인허가 등 규제 때문이 아니라 갈수록 늘어나는 공사비와 고금리에 있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을 촉진하려 정부가 꺼낸 핵심 카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제) 도입이다. 국토교통부는 10일 △뉴:빌리지(도시재생) △노후계획도시(1기 신도시) 정비 △재개발·재건축 등 세 가지 분야에 모두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빌라촌을 대상으로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수립할 때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의제하는 식이다.

전날에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문제는 속도”라며 정치권에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다. 정부는 재개발·재건축은 안전진단을 사실상 폐지하고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은 주민 80%만 동의해도 추진이 가능하도록 여러 절차를 간소화하면 정비사업 기간을 6개월에서 5년까지 단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후계획도시에는 법정 상한의 150%까지 용적률을 높이는 유인책도 제공된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당장 정비사업이 불붙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허가 절차를 아무리 간소화한들 업계가 직면한 문제인 수익성 악화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수익성이 악화한 원인은 국제적 원자재 공급망 불안과 고금리 탓이라 정부가 개입해 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서울은 평당(3.3㎡) 아파트 공사비가 1,000만 원에 진입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미 강남권에서는 재건축 조합이 평당 공사비를 900만 원 이상 제시한 사업장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신반포27차(957만 원)나 신반포16차(944만 원)가 대표적이다.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사들의 실적은 악화일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에 따르면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 16곳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2년 4.5%에서 지난해 2%로 반토막 났다. 매출액은 16곳 모두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14곳에서 떨어졌다. 건설사 대부분이 올해 수주 목표치를 이전보다 낮춘 데다 중소건설사나 전문건설업체는 목표치 자체를 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은형 건정연 연구위원은 “시장 환경이 바뀔 때를 대비해 제도적 추진 기반을 정비하는 것은 꼭 필요한 사안”이라면서도 “현재는 과거와 달리 인허가보다는 개별 조합원들의 자금력, 분담금 감당 여부가 정비사업 추진의 관건이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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