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강경 발언, 미국도 안 믿는 "허세"... 안팎 고립 심화

입력
2024.04.10 16:30
19면
구독

바이든, 네타냐후에 "휴전 요구" 압박
라파 공격일, 이 국방은 "아직" 입장 차
극우 눈치에 "강경 발언 허세" 평가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0월 텔아비브의 군기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텔아비브=AP 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0월 텔아비브의 군기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텔아비브=AP 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나라 안팎에서 고립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의 가자지구 전쟁 접근법을 "실수"라며 몰아붙였다. 가자 최남단 라파 공격을 둘러싸고 이스라엘 전시 내각의 내홍도 심상치 않다. 6개월간 전쟁에도 인질 구출 등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가운데,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까지 지지부진하자 네타냐후 총리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바이든 "네타냐후, 실수하고 있어" 맹공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국의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과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겨냥해 "그가 하는 일은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그의 접근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 반대에도 강공만 고수하는 네타냐후의 전쟁 접근법을 재차 직격한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네타냐후에 대한 바이든의 가장 강력한 비판 중 하나"라고 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휴전을 요구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 동의할 책임은 하마스에 있다던 종전 입장에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달 초 가자지구에서 국제구호단체 요원이 탄 트럭이 이스라엘군 폭격을 받아 7명이 숨진 것을 두고서도 "충격적이고 용납할 수 없다"며 잇따른 휴전 압박을 무시해 온 네타냐후 총리를 다시 한번 몰아붙였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내에서도 코너에 몰려 있다. 그는 국제사회의 싸늘한 여론에도 라파에 지상군 투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하며 지난 8일 "라파 공격일이 확정됐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하지만 네타냐후의 발언이 나온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 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 장관과 통화에서 "라파 작전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해, 입장 차를 보였다.

지난 7일 이스라엘 반정부 시위대가 예루살렘에 있는 크네세트(의회) 밖에서 하마스와 전쟁 발발 6개월을 맞아 집회를 열고 정부를 향해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들의 안전한 귀환을 요구하고 있다. 예루살렘=AP 뉴시스

지난 7일 이스라엘 반정부 시위대가 예루살렘에 있는 크네세트(의회) 밖에서 하마스와 전쟁 발발 6개월을 맞아 집회를 열고 정부를 향해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들의 안전한 귀환을 요구하고 있다. 예루살렘=AP 뉴시스


취약한 입지 탓 "라파 공격, 허세" 주장도

자신의 국내 지지 기반인 극우 세력 눈치를 보느라 네타냐후가 표면적으로 강공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스라엘 우파 연정 내 대표 극우파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최근 "라파 공세 없이 전쟁을 끝내려 한다면 총리직을 유지할 권한이 없다"며 네타냐후를 대놓고 압박했다.

네타냐후의 강경 발언을 미 정부는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 공격)날짜를 잡았다고 해도 우리와 공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 CNN방송은 "바이든 행정부는 네타냐후가 취약해진 정치적 입지 탓에 허세(bluster)를 부리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은 헛바퀴를 돌고 있다. 최근 미국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협상에서 6주간의 휴전 및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40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900명 교환을 골자로 한 새 중재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여전히 입장 차를 보여 타결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며 "협상 타결까지 요원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조아름 기자
권영은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