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계획도시특별법 시행돼도 산 넘어 산… "주민 합의 관건"

입력
2024.04.10 18: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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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계획도시특별법 27일 시행
단지들 통합정비하면 용적률 혜택
"주민 합의 끌어내기 어려울 듯"

3일 서울 남산타워에서 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3일 서울 남산타워에서 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1기 신도시를 비롯한 ‘오래된 신도시들’의 정비사업을 촉진하는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이 이달 27일 시행된다. 대규모 개발 사업이 효과적으로 진행되도록 많은 혜택을 법안에 담았지만, 실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광범위한 택지를 묶어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구상을 실현하려면 주민 동의라는 난관이 남았기 때문이다.

10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기본 개념은 지방자치단체가 인접한 택지들을 하나의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정비사업(통합정비)을 추진하는 것이다. 조성 이후 20년 이상 지났고 인접·연접 택지와 구도심·유휴부지를 포함해 면적 100만 ㎡ 이상인 곳이 대상이다.

대상지에는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상향 등 혜택이 제공된다. 특히 용적률은 이론적으로 법적 상한의 150%까지 높일 수 있다. 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면 용적률은 최대 500%까지 오른다.

특별법 시행이 가까워지며 중층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그간 사업성 문제로 추진이 어려웠던 재건축이 수월해지리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선도지구를 지정하고 내년에는 구체적인 정비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선도지구는 사업 효과 분석과 주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모범 사례’로 삼을 지역을 지정한다.

문제는 통합정비 과정에서 주민 사이에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특별정비구역은 주민(토지 등 소유자) 과반이 동의하면 지자체장에게 지정을 제안할 수 있다. 정비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문턱을 낮춘 만큼,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작업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개최한 관련 세미나에서는 "현재 발표된 특례를 적용하더라도 상당수 구역은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주민 간 이견을 조율하기 어려운 구체적 사례로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일부 아파트들이 거론됐다. 이 지역은 단지 4곳 사이를 가로지르듯 집합상가 건물들이 배치됐다. 단일 재건축 단지에서도 주택과 상가 소유주 사이의 갈등을 봉합하기 어려운데 단지 4곳에 집합상가까지 묶은 구획의 재건축은 난도가 훨씬 높다는 게 중론이다.

정비사업을 추진할 사업시행자를 지정하는 과정도 불씨가 될 수 있다. 이 역시 주민 과반수만 동의하면 지정 가능하다. 특별법이 시행되면 정비사업을 시작하는 속도는 빨라지겠지만 이후에 주민 사이에 분쟁이 얼어나, 사업이 장기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특별법을 바탕으로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 기간을 통상보다 3년 앞당긴다는 입장이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는 지역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셈이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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