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한동훈의 실험... "4년 더 영남당에 갇혔다"

입력
2024.04.11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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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 괴리 악순환 우려
감동 없는 현역 불패...비례 공천선 이전투구
야당 심판론 집착도 패착…힘에 부친 한 원톱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10일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10일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전국 지도에서 빨간색이 우세한 곳은 텃밭인 영남권이 유일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4·10 총선 개표 결과(0시 30분 기준·개표율74.1%)와 지상파 방송3사(KBS·MBC·SBS) 출구조사 중 KBS 분석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4년 더 '영남당'에 고립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수도권과 중원을 휩쓴 정권 교체 바람이 불과 2년 만에 역풍으로 바뀌어 집권 여당을 갈라파고스에 가뒀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 1차적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현 정부와의 차별화나 대안 제시보다 야당 심판론에 집중한 한동훈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4년 전 이어 영남 고립…중도층 괴리 악순환 우려

이날 출구조사에 대한 KBS 분석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역구 선거에서 수도권은 물론 충청 중원 상당 수를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방인 대구·경북(TK)을 휩쓸고 부산·울산·경남(PK)과 강원에서 선방했지만, 4년 전 참패 수준으로 수렴하는 모습이다.

영남 고립 시 TK 의원들이 당 주류를 지키면서 수도권·중도 민심과 더 멀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총선 결과도 4년 전부터 이어진 TK 중심의 당 운영과 무관치 않다. 선대위 출범 뒤에도 선거 부담이 적은 TK 출신 의원들이 선거의 큰 그림을 그리고 전략을 짰기 때문이다. 대구 달서을에 출마한 윤재옥 원내대표와 경북 영천청도 출신으로 상황실장을 맡았던 이만희 의원 등이 컨트롤타워를 맡으면서 수도권과 충청권 대응이 무디다는 평가가 선거 도중에도 이어졌지만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윤재옥(왼쪽)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긴급 투표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하며 이만희 종합상황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재옥(왼쪽)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긴급 투표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하며 이만희 종합상황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동 없는 현역 불패...비례 공천선 이전투구

서울 출신 한동훈 위원장은 당을 TK 일색에서 벗어나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한계를 확인했다. 한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비례대표 후보 공천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갈등하며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는 벗었다. 하지만 차별화까지 나아가지 못하면서 유권자에게는 결국 심판 대상인 윤석열 정부와 한 몸으로 받아들여졌다.

인적 쇄신을 통한 변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도 실패했다. 현역 교체 비율은 4년 전(43.5%)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낮은 35.1%에 그쳤다. 시스템 공천을 자부했지만 ‘현역 불패’로 끝났다. 친윤석열계 핵심·영남권·중진 의원의 물갈이를 요구한 지난해 인요한 혁신위 권고안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역구 공천자 254명의 평균 연령(58.1세)과 성별(남성 88.2%) 역시 안일했다.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공천에서 청년과 여성을 배려했다지만 비례 공천 과정에서 한 위원장과 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 간의 노골적인 ‘내 사람 심기’ 갈등이 노출되며 빛이 바랬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인천 계양구 계산역 인근에서 야당 심판론을 주장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인천 계양구 계산역 인근에서 야당 심판론을 주장하고 있다. 뉴스1


야당 심판론 집착도 패착…힘에 부친 한 원톱

전면에 세운 야당 심판론 역시 패인으로 꼽힌다. 이재명·조국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네거티브에 집중한 여당 선거 전략은 이례적이었다. 당 내부에서조차 "여당답게 대안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심판 대상을 '운동권→종북→이재명·조국'으로 바꿔가며 야당 심판론을 이어갔다. 선거 막판 패색이 짙어지자 유권자들에게 읍소를 하자는 목소리가 분출했지만 한 위원장은 수용하지 않았다. “아직도 (뻣뻣한) 검사 곤조(근성)가 남았다”(홍준표 대구시장)는 비판이 나왔다.

한 위원장 원톱 전략도 힘에 부쳤다.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묵살됐다.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이 뒤늦게 도우미로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는 이재명·이해찬·김부겸 3두 체제를 가동해 비이재명계까지 아우르는 범야권 결집을 꾀한 민주당과 대조된다. 한동훈 원톱 전략에는 스피커를 통일하자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오직 한동훈 한 사람만 돋보였다’는 뒷말을 낳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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