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비서실장 여론이 딱히... 총선 참패 尹, 인사에 뜸 들이는 이유

입력
2024.04.14 15:30
수정
2024.04.14 16: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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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참패 이후 후임 비서실장 인사에 뜸 들이고 있다. 당초 14일 발표가 유력했지만 하루 이틀 미뤘다. 거론된 후보군에 대한 여론의 반향을 좀 더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결사반대할 경우 마냥 고집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단순히 대통령 고위 참모를 뽑는 게 아니라 매우 중요한 자리가 됐다”며 “물색하고 또 검증하는 데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관섭 비서실장은 총선 다음 날인 11일 사의를 표명해 수리됐다.

윤 대통령이 장고에 들어간 이유는 이전과 달리 비서실장 인사에 담긴 메시지가 엄중해진 탓이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비서실장 인선은 여당과 대통령실 내부를 향한 카드에 불과했다. 초대 비서실장인 김대기 전 실장의 경우 경제 중심, 공무원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과 갈등이 불거졌지만 윤 대통령은 김 전 비서실장의 손을 들어주며 '용산'을 중심으로 여권의 질서를 잡았다. 이어 이 비서실장도 경제 정책의 관리자 역할로 등용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쇄신’의 진정성이 온전히 담겨야 하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총리는 물론이고 최측근 비서실장 또한 ‘내 사람’보다는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지 않고 할 말을 하는 정치인을 내세워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상에 문제가 있거나 야당의 거센 공세에 맞설 수 없는 경우 총선 이후 추락한 민심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 특히 협치가 절실한 야권의 반응을 면밀히 살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마이웨이'를 고집했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비서실장 후보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장제원 의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언론에 거론되자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이런 식의 인사가 단행된다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 대한 ‘돌려막기 인사’ ‘측근 인사’ ‘보은인사’”라며 “총선 결과를 무시하고 국민을 이기려는 불통의 폭주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곧장 반발했다. 이에 당초 후보군에 속하던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정진석 의원 등에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민주당 눈치를 본다고까지 말할 순 없지만 현재 언론에서 거론된 비서실장·총리 후보군들에 대한 여론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언론에 이름이 오른 뒤 여론이 좋지 않았던 몇몇은 이미 리스트에서 제외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발표할지를 놓고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데 △이때 비서실장 발표와 함께 쇄신 메시지를 내거나 △별도의 대국민담화에 나서거나 △언론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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