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약속 여친 잔혹 살해 20대 징역 17→23년… 항소심서 형량 늘어

입력
2024.04.17 16:58
수정
2024.04.1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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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매우 끔찍하고 잔인한 범행,
주변 상황 고려해도 납득하기 어려워"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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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해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던 20대가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 1부(부장 민지현)는 1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24일 낮 12시 47분쯤 강원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한 아파트에서 B(당시 24세)씨를 흉기로 191회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범행 6분 뒤 스스로 112에 신고했고 수사기관에 “층간소음 문제에 따른 스트레스와 결혼을 앞두고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황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실행에 옮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에서는 “피해자로부터 ‘정신지체냐’라는 말을 듣고 격분해 범행했다”고 말을 바꿨다. 앞서 지난 1월 1심에서 A씨에게 징역 17년이 선고되자 유족은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내려달라”고 탄원했다.

1심에선 층간소음에 따른 스트레스 등 우발적 범행이 참작됐으나 2심 법원 판단은 달랐다. 특히 살인 범행의 동기를 5가지로 나눈 대법원 양형기준상 A씨 범행은 ‘제3유형(비난 동기 살인)’이 아닌 징역 15년 이상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 가능한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이 매우 끔찍하고 잔인하며, 범행에 이르게 된 상황과 동기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결혼을 약속한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 역시 자신의 행위와 결과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 유족의 아픔에 비할 바 아니며, 유족에게 진지하게 사과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사의 구형(징역 25년)에 가까운 형을 선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검찰에서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기각했다.

춘천=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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