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여전'… 권역센터 찾은 환자 10명 중 3명 다른 병원으로 '전원'

입력
2024.04.2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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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대한뇌졸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제도 개선 목소리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응급 환자가 구급차에서 의료진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응급 환자가 구급차에서 의료진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급성 심근경색은 2시간, 뇌졸중의 80%를 차지하는 뇌경색은 4.5시간 이내 치료받으면 좋은 예후(치료 경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심근경색·뇌졸중을 전국 어디서나 적정 시간 내 전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8년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이하 권역센터)’가 설립됐다. 당시만 해도 뇌졸중 환자의 2%만 ‘정맥 투여 혈전 용해제(tPA·액티라제)’을 놓을 정도로 치료가 늦었기 때문이다.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2024 대한뇌졸중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는 심뇌혈관 질환에서 환자 분류와 신속한 이송 필요성이 강조됐다.

김대현 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권역센터 설립으로 급성 심근경색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후 관상동맥중재술까지 걸리는 시간이 185분에서 56분으로 3분의 1가량으로 줄었고, 뇌졸중 환자가 병원 도착 후 60분 이내 혈전제거술을 받는 비율도 60.3%에서 94%로 껑충 뛰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권역센터 소재 지역에서 뇌졸중의 완전한 치료를 받는 환자 비율이 50%에서 86%로 높아지면서 사망률도 16%에서 14%로 줄었고, 또 권역센터 소재 지역 뇌졸중의 1년 및 3년 사망률이 각각 12%, 1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배희준(왼쪽)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와 정통령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이 20일 대한뇌졸중학회 2024년도 춘계학술대회 정책 세션에서 발표를 듣고 있다.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배희준(왼쪽)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와 정통령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이 20일 대한뇌졸중학회 2024년도 춘계학술대회 정책 세션에서 발표를 듣고 있다.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그러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권역센터를 찾은 환자 10명 중 3명은 다른 병원으로 ‘전원(轉院)’된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병원 내 치료 과정도 크게 단축됐고 이송 속도도 평균 26분으로 ‘배달의 민족 답다’고 할 만큼 속도가 빠르지만 병상 부족이나 의료진 부재 등 첫 이송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병원으로 가는 사례가 여전히 많아 전원 사례가 많은 것이다. 이렇게 전원이 반복되는 일명 ‘뺑뺑이’도 발생한다.

일단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최소한 2시간씩 늦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국내 뇌졸중 환자의 평균 20% 이상이 전원된다. 특히 지방이 심각해 전남 44.6%, 광주 34.5%, 충남 30.4%, 경남 29.5%가 전원됐다.

이경복 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 심뇌혈관 질환자는 응급실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한다”며 “권역센터는 야간, 난도 높은 시술, 의료진이 부재한 지방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병원인 만큼 병원 전 단계부터 이런 이송이 유기적으로 처리돼야 첫 방문한 병원에서 곧바로 치료가 이뤄지며 환자 예후 향상과 사회적 부담 경감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정부는 올해부터 권역센터의 ‘병원 전 단계’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10개 권역센터와 55개 협력 병원이 참여, 구급대와 ‘핫라인 구축’ 및 이송 병원 지정 등을 빠르게 결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인력이다. 김대현 교수는 “핫라인 시스템하에서는 구급대가 전화를 했을 때 당직 의사와 통화가 연결되지 않으면 10초 후에 바로 다음 순서 의사에게 전화가 연결된다. 하루 24시간, 365일간 이 시스템을 유지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정근화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경색은 첫 병원 선택이 중요하고 뇌출혈은 치료가 가능한 병원 이송이 중요한 만큼 지역·질환 별로 맞춤형 이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심뇌혈관 네트워크가 잘 뿌리내려 지역 권역센터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현장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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